'아디다스' 운동화 ODM…매월 약 760종 생산
"2019년 최고, 2023년 최악" 고객사 상황에 실적 변동
올해 본격 회복…운동화 공장 가동률 95% 넘어
3분기에도 역시나 호실적, 내년에도 이어질까
화승엔터프라이즈 NDR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 개선세가 가파릅니다. 글로벌 운동화 시장의 성장으로 고객사 아디다스의 ODM(제조사개발생산)을 맡고 있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수혜가 커졌기 때문인데요. 4분기 성수기를 맞이한 가운데, 내년 실적은 더 좋아질 수 있다고 전망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아디다스' 운동화 ODM…매월 약 760종 생산
2015년 11월 설립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운동화 ODM 전문 기업입니다. 화승인더스트리로부터 화승비나( (HWASEUNG VINA, 베트남)의 지분 100%를 현물 출자 받으며 사업을 시작했는데요. 화승비나는 아디다스를 주요 고객으로 운동화 ODM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이후 화승엔터프라이즈는 베트남 공장의 증설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2016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또 2017년에는 모회사 화승인더스트리로부터 장천제화대련유한공사(중국)와 화승인도네시아의 지분을 현물출자받으며 아시아 3개국에 생산 기지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화승비나와 장천제화대련유한공사, 화승인도네시아를 통해 운동화 부자재 및 완제품 제조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해외 현지 법인에서 운동화를 생산 후 화승인더스트리를 통해 아디다스에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매월 약 760종의 다양한 운동화를 생산하고 있는데,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생산한 운동화의 99%는 고객사인 아디다스에납품됩니다. 지역별 생산 비중은 베트남 49.0%, 인도네시아 41.8%, 중국 9.2%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와 같은 제조업체들은 가죽과 비닐, 텍스타일 등 부자재의 가격 변동에 취약한 구조인데요. 다만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원재료 가격 변동에서 자유로운 편입니다. 아디다스에서 지정한 업체에서 원재료를 구입하며, 가격 변동은 아디다스에서 부담하기 때문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매년 두 차례 아디다스와 원재료 가격 협상을 진행해 일정 마진을 보장받고 있다"며 "기존 협의된 가격 대비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경우 아디다스로부터 그 차액을 보전받는다. 따라서 원재료 가격 변동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설명했습니다.
◆ "2019년 최고, 2023년 최악" 고객사 상황에 실적 변동
최근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당연히 최대 고객사인 아디다스의 신발 판매 호조 덕인데요. 이에 따라 아디다스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디다스는 글로벌 운동화 시장의 약 10%를 점유하고 있는 거대 기업인데요. 아디다스 매출액은 2014~2019년 기간 동안 연평균 10.2% 성장했습니다. 지난 2019년 기준 매출액 236억 유로(약 34조8010억 원)입니다. 이 기간 아디다스의 사업 부문별 연평균 성장률은 운동화 15.2%, 의류 7.4%, 액세서리 및 기타 -6.3%를 기록했는데요. 결국 운동화 부문이 아디다스의 성장을 이끌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고, 모회사로부터 해외 법인 지분을 현물 출자 받은 시기도 이 때입니다. 아디다스 운동화 부문의 성장이 가파르자, ODM 업체인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고객사로부터 증설 요청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증설과 해외 법인 확보를 통해 아디다스향 생산 물량을 늘려나간 셈이죠.
다만 2020년부터 아디다스의 매출액은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했는데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글로벌 운동화 판매량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2021~2022년 사이 운동화 판매가 회복되던 시기에는, 해상물류의 병목현상이 발생해 재고를 제때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특히 2023년은 아디다스에게 최악의 한 해로 꼽히는데요. 2023년 아디다스의 매출액은 214억 유로(약 31조5472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아디다스의 매출액 236억 유로 대비 약 91% 수준입니다.
실적 부진의 원인은 '카니예 웨스트'와 협업한 이지(Yeezy) 라인업이 종료되며 재고 물량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이지 라인업은 아디다스와 카니예 웨스트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2015년부터 출시한 모델입니다. 대표 제품인 '이지부스트750'으로 큰 인기를 얻었고, 2020년대 들어서는 아디다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까지 늘었습니다.
그러나 카니예 웨스트가 인종차별 발언과 기행들이 논란이 되자, 아디다스는 2022년 10월 협업을 종료했는데요. 2022년 4분기부터 관련 매출이 급감했고, 약 5억 유로(약 7372억 원)의 재고도 발생했습니다. 아디다스는 2023년 5월부터 이지 제품군을 원가 판매 및 기부를 진행하며 재고를 처리했습니다.
이에 따라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지난해 실적도 크게 부진했는데요. 2023년 연간 매출액은 1조2138억 원으로 전년대비 26.6% 역성장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5.4% 감소한 13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1.07%에 불과했습니다.
◆ 올해 본격 회복…운동화 공장 가동률 95% 넘어
올해부터 아디다스의 회복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의 2024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댜비 6.2% 증가한 113억 유로(약 16조6613억 원), 영업이익은 189% 늘어난 6.8억 유로(약 1조26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전년대비 사업 부문별 성장률은 신발 11.2%, 의류 0.8%, 액세서리 및 기타 -6.4%로, 신발 판매가 아디다스 실적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아디다스의 실적 회복에는 ▲새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전략 ▲2024년 스포츠 행사 ▲글로벌 트렌드로 부상한 러닝 등 다양한 원인이 존재하는데요. 지난해 아디다스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CEO 교체를 단행했습니다. 푸마의 '리브랜딩'을 이끈 비욘 굴덴(Bjorn Gulden)이 CEO로 선임됐는데요.
굴덴은 아디다스의 '브랜드 가치 제고'를 경영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인기 제품일수록 양산하지 않고 품절을 유지해, 희소성을 높이는 정책입니다. 결과적으로 이 정책은 아디다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2023년 한 해동안 회사 재고량을 63.1억 유로에서 45.3억 유로까지 낮췄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 '유로 2024'와 '코파 아메리카 2024', '2024 파리올림픽' 등이 연달아 개최되며 관련 스포츠 용품 판매량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러닝 열풀이 불면서 러닝화 판매량이 늘어난 점도 아디다스 호실적에 영향을 줬습니다.
아디다스 운동화 ODM을 맡고 있는 화승엔터프라이즈 역시 실적이 동반 반등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회사의 매출액은 7370억 원으로 전년대비 17.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41억 원으로 무려 236.7% 급증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현재 아디다스 신발 모든 제품의 모든 사이즈, 모든 컬러가 수주로 들어오고 있다"며 "가동률이 지난해 1분기 70%대에서 올해 상반기 95%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3분기에도 역시나 호실적, 내년에도 이어질까
올해 3분기에도 아디다스와 화승엔터프라이즈의 호실적은 이어졌습니다. 아디다스는 지난 10월 15일 실적을 발표했는데, 매출액이 전년대비 7.3% 증가한 65억 유로(약 9조6992억 원), 영업이익은 46% 늘어난 5.9억 유로(약 8804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굴덴 아디다스 CEO는 "3분기는 아디다스가 매우 강력하게 성장한 시기"라며 "예상보다 더 좋은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는데요. 이와 함께 2024회계연도의 영업이익 예상치를 기존 10억 유로(1조4922억 원)에서 12억 유로(1조7906억 유로)로 20% 상향조정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도 덩달아 호조를 보였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3분기 매출은 전년대비 47.8% 늘어난 3861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91억 원으로 흑자전환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지난주 기업설명회(NDR)을 진행했는데요. 투자자들의 관심은 향후에도 좊은 실적이 이어질 수 있는지에 집중됐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측은 올해 4분기와 내년 실적에 대해 명확한 가이던스를 제시하진 않았는데요. 다만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던 2019년과 비교하면서, 비슷한 생산성을 내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관계자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2019년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언하진 않더라도 공장의 생산성, 효율성은 그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화승엔터프라이즈 NDR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Q. 현재 제품 매출 구성은.
A. 2024년 코어가 50%, 러닝화 25%, 스테디셀러 포함한 기타 제품이 25% 정도이다. 현재 수주를 봤을 때, 2025년 이후에는 코어 30%, 러닝화 30%, 스테디셀러 40%로 예상한다.
Q. 제품별 매출 단가는.
A. 코어 제품 12~13달러, 러닝 제품 25달러, 스테디셀러 제품 20~21달러 수준이다. 코어(코트야드, 갤럭시 등) 제품들은 단가가 상대적으로 낮고 러닝과 스테디셀러(스탠스미스, 아디제로, 삼바, 가젤, 스페지알 등)이 단가가 높다. 2024년 4분기부터 스테디셀러 비중이 높아지므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로 마진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이다.
2025년부터는 스테디셀러 비중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마진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테디셀러 생산량 증가는 타사에서 제조하던 것이 우리에게 넘어오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올해 3분기까지 스테디셀러 포함한 기타 부문 제품들(매출 비중 25%)의 수익성은 낮을 수 밖에 없었다. 이유는 너무 다양한 품목들을 만들다 보니 규모의 경제 효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2024년 4분기부터 스테디셀러 제품 양산 체제로 진입하면서 마진 개선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Q. 공장 가동률 추이는.
A. 현재 가동률 98% 수준이다. 내년부터 100% 이상에서 최대 110% 가동률도 예상하고 있다. 2025년 수주를 고려할 때 인력도 필요하면 충원할 계획이다. 인력이 충원되더라도 인건비는 매출액이 증가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Q. 공장 수직계열화 현황은.
A.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는 중저가 부스트폼의 수직계열화는 이미 완성됐다. 다만 3분기까지 생산량이 아직 많지는 않았다. 내년 1분기(혹은 2분기)쯤 오더가 본격적으로 증가할 가능성 높다고 본다. 2025년 연간 실적 전망에는 이와 관련된 매출액은 반영하지 않았다.
Q. 차세대 폼으로 각광받는 제품은.
A. 최근 아디다스가 주력하는 쿠션은 '라이트 스트라이크' 폼으로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라이트 스트라이크 폼은 원재료 가격이 월등히 낮고 성형하기가 좋아서 마진이 매우 좋다. 기존 부스트폼에 비해 손실률이 낮은 공정 과정을 거친다. 최근 러닝화 트렌드가 경량화에 맞춰져 있어 이를 공략하기 위해 개발한 경량 쿠션이다. 아디다스의 기존 부스트폼도 반발력 뛰어난데, 최근 유행하는 러닝화 브랜드들의 쿠션에 비해 아디다스의 부스트는 무게가 좀 무겁기 때문에 라이트 스트라이크 폼으로 새롭게 개발을 완료했다.
Q.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러닝화들의 강점 및 단점은.
A. 2024년 아디다스 회복은 일반 운동화쪽에서 커진 것이며, 러닝화 시장은 호카, 온러닝 같은 신규브랜드가 크게 성장했다. 호카나 온의 특이점은 가벼우면서 새로운 디자인을 이끈 미드솔(mid sole, 중창)에 있다. 러닝화 제품들이 각광 받고 있지만 시장 규모로만 보면 그리 크지 않다. 당분간 러닝화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 시장의 성장성도 계속 부각될 것으로 보이나 향후 1~2년 사이에 성장성이 둔화될 경우 러닝화 전문 브랜드들은 외연 확장에 한계를 경험할 수도 있다고 본다.
Q. 신규 고객사 관련한 소식은.
A. 신규 브랜드 고객사에 대해 당분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성장하는 브랜드를 신규 고객사로 유치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기존 고객사인 아디다스로부터 받는 수주만으로도 좋은 실적이 예상되는데다 신규 고객사를 유치할 경우 추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신규 설비 투자 없이 벌어들이는 현금은 차입금 상환에 집중하려 한다. 추후 부채, 이자비 부담이 경감되면 멀티 바이어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Q. 지역별 생산 비중 현황 및 트럼프 2기 출범으로 유불리는.
A. 현재 지역별 생산 비중은 베트남 50%, 인도네시아 45%, 중국 5%(완성품 기준)로 구성돼 있다. 중국의 경우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제작한 반제품을 받아서 완제품 조립만 하는 구조이다. 이는 중국 내수용 제품이기 때문에 미국 관세와는 상관 없다. 중국은 고객사 입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다. 또한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도 '메이드인 차이나(Made in China)' 제품을 좋게 볼 수 있다.
우리와 같이 이미 탈중국을 완료한 경우에는 트럼프 2기 시대에 특별히 나쁠 것이 없고 오히려 준비 안된 기업들의 피해로 유리한 점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Q.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마진이 급격하게 좋아진다면 아디다스에서 단가 압박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을지.
A. 아디다스는 자신들의 지표로 벤더사가 생산하는 모든 신발 제품을 평가한다. 그 기준을 통과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벤더사의 마진에 대해서 뭐라 할 수 없는 구조이다. 공장 생산성, 효율성 개선으로 만든 마진에 대해서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Q. 고객사내 화승엔터프라이즈 점유율 상황은.
A. 연말 기준 점유율 22%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포우첸 26%. 3위 MS는 8~9% 정도이다. 아디다스내 빅(big)4~5개 업체 정도로 벤더 통합이 진행되는 흐름이 뚜렷하다.
Q. 2024년 4분기와 2025년 연간 실적 가이던스는.
A. 아직 2025년 사업계획을 수립 중이므로 정확하게 언급하기는 힘들다. 올해는 계절성 없이 분기별로 계속 실적이 좋아지고 있는 상황인데다, 2025년은 올해보다 고단가 제품 생산이 더 증가하는 믹스 개선이 뚜렷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2019년 코로나19 이전 영업이익률이 7%를 달성했었는데, 현재 상황으로 볼 때 2019년 수준을 달성할 수 있다고 단언하진 않더라도 공장의 생산성, 효율성은 그 수준에 이미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