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올해 국감에서는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쟁탈에 나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에 대한 국회 질타가 이어졌다.
이는 사모펀드가 경제적 잣대로 기업의 경영권를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질타다.
그러나 이날 국감 증인으로 채택된 김광일 MBK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기술력을 중국에 매각하지 않겠다며 국가 기간사업으로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앞서 김 부회장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를 83만 원으로 높이며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훼손된 기업가치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고려아연의 기업 지배구조를 바로 세우고 심각하게 훼손된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회복시키겠다는 목표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영풍·MBK파트너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과 공개매수를 놓고 치열한 쩐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최 회장측과 거대 자금줄인 MBK에 손을 잡은 영풍이 경영권 확보에 사활을 걸 정도다.
국감만 놓고 보면 중국 자본을 담고 있는 적대적 M&A 세력인 MBK가 영풍과 손잡고 국가 기간산업인 광물 자원을 쟁탈하고 있어 고려아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한 부분은 바로 MBK와 같은 사모펀드가 왜 고려아연을 선택했냐는 부분이다.
고려아연은 2차전지에 있어서 필수 광물을 생산하는 사업을 운영 중이다. 특히 이 기업은 오랜 기간 기술력을 쌓으며 광물추출 부문에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상당부문 자금도 축적했다.
그러나 고려아연은 벌어들인 돈을 축적했을뿐 주가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경영은 그동안 찾아볼 수 없다. 때문에 고려아연은 단지 무관심을 넘어 주주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기업가치 대비 주가가 반영 되지 않는 대표적인 회사로 꼽힌다.
물론 오랜 기간 경영진도 주주에게 이익을 나눠주거나 자사주 매입 소각 등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아마 이번 MBK의 적대적 M&A가 없었다면 여전히 가치 대비 싼 회사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큰 회사다.
MBK라는 메기가 낮아진 가치 기업을 저렴하게 삼킬 수 있도록 고려아연 스스로 그동안 기업을 운영한 셈이다.
기업가치에 무관심했던 경영진은 이제 빚을 통해 경영권 보호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경영권을 지켜달라고 읍소하고 이를 위한 빚의 규모도 상상 이상이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보호를 위해 하나은행과 스탠다드차타드은행으로부터 고정금리 5.5%로 9개월간 1조 1634억 원을 빌릴 예정이다.
베인캐피탈은 한투로부터 3436억 원을 5.7% 금리로 9개월간 대출한다.
이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이번 경영권 방어를 위해 최소 1860억 원의 이자 지출을 감당해야 한다.
조달하는 자금 모두 자사주 소각에 쓰이는 만큼 고려아연은 매년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대출이자를 갚는데 써야 한다.
이 많은 돈의 일부라도 그동안 주주들에게 환원 했다면 사모펀드의 고려아연의 경영권 쟁탈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설사 경영권이 위협받으면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이 경영진의 손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투자자들의 주주가치 제고 목소리에 무관심했던 경영진의 최후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모양새다.
문제는 기업가치에 무관심한 국내 상장사가 고려아연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은 기업 상속을 위해 주가를 억 누르고 오너들의 배불리기 수단으로 기업을 이용하고 있다. 또 상속이 끝나면 배당을 줄이고 몸집을 키운다. 이 과정에서 주주들의 잡음이 많아지면 자진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이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잘 보여주듯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기업의 주인이 오너라는 생각이 팽배하다. 그러나 기업의 진짜 주인은 경영진도 오너도 아닌 바로 주주다. 제대로된 주인을 알아볼 수 있도록 국내 상장사에 강도높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필요한 이유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