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가는 IR부서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분석기자.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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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이 되자 2021연도 기업의 실적을 추정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바쁘다. 이에 기업의 IR부서는 대규모 IR행사나 미팅, 컨퍼런스콜을 진행하며 투자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5성급 호텔에서 값 비싼 식사를 대접하며 기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주도한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들은 막상 성적표를 까보면 별 볼일 없는 경우가 많다.

주식시장에서 주가는 IR부서가 만들어 간다는 말이 있다. 기업의 실적이 좋던 나쁘던 주가가 오르게 만드는 역할을 IR부서가 해야 한다는 말이다.

실제 기업의 IR부서는 증권사의 애널리스트와 미팅을 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실제 IR담당자가 기업의 장밋빛 전망을 밝히면 애널리스트들은 긍정적인 보고서를 쏟아낸다. 실적이 나빠도 앞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러한 행위는 기업의 입장에서 단기적으론 좋다. 우선 경영자의 입장에서 회사가 대규모 자금을 조달해야 되는 상황이 닥쳤을 때 주가가 높으면 유리하다. 왜냐면 유상증자건 회사채 발행이건 간에 보통 기업의 현재 주가를 기반으로 자금조달 금액이 결정된다. 특히 유상증자의 경우 주식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기 때문에 1주당 주가가 높을 수록 조달할 수 있는 금액도 커진다.

또 IR부서 역시 주가가 올라가면 내부적으로 IR활동을 잘했다는 평을 얻는다. 주가가 오르면 IR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갖춘 기업도 있을 정도다. 이에 IR부서 역시 기업의 주가를 높이고자 하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이렇게 IR부서가 주가를 만들어 간다면 이는 기업가치를 정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기업가치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회사가 보유한 역량, 제품의 경쟁력 등 내재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IR부서의 핵심적인 역할은 무엇일까. 국내의 대표 IR기관인 '한국IR협의회'가 발간한 'IR실무'에 따르면 IR부서의 활동은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IR활동은 주가의 오르내림을 주도하는 것이 아닌, 회사의 내재가치에 주가가 수렴하도록 돕는 역할이다.

이를 통해 부수적인 목표인 ▲기업의 원활한 자금조달 ▲적대적 세력으로부터 인수합병 방어 ▲우량기업으로서의 이미지 구축 등을 달성할 수 있다.

IR부서가 활동을 세련되게 하거나 투박하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본질이 변해서는 안된다. 중요한 건 원래 목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시장과 소통하며 시장의 효율성에 부합하도록 주가의 변동성을 축소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가를 관리한다는 것이 주가를 올리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된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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