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기식·요거트파우더 전문 업체…M&A로 필러 사업 진출
매출 성장에도 수익성 악화…종속회사 비용 발생
'발행자 우위' CB로 자금 조달…"회사 성장성 긍정적"
휴럼이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휴럼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사채가 발행됐다는 점입니다. 올해 상반기 부진한 실적을 보이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휴럼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 건기식·요거트파우더 전문 업체…M&A로 필러 사업 진출
2005년 8월 설립된 휴럼의 본업은 건강기능식품 및 유산균 관련 제품을 제조하여 유통하는 사업과 카페전용원료를 유통하는 사업입니다. 지난 2017년 요거트 전문회사인 후스타일이 사업영역 확대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전문회사인 휴럼을 흡수합병하여 현재의 사업구조를 구축했습니다. 이후 휴럼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2021년 7월 스팩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습니다.
휴럼의 주력 제품은 ▲프리미엄 유산균 브랜드인 '트루락' ▲식물성 에너지 건강기능식품인 '비너지' ▲요거트 파우더 '요거에스'(요거S) ▲기타 홍삼제품군입니다. 현재 현대홈쇼핑, GS홈쇼핑, 씨제이오쇼핑 등 홈쇼핑 채널과 네이버, 쿠팡 등 온라인 채널, 이마트, 코스트코 등 대형마트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휴럼의 카페원료 전문브랜드인 '아임요'는 요거S를 기반으로 꾸준하게 매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요거트 파우더 이외 각종 카페 원재료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요. 실제 아임요의 매출액은 지난 2022년 181억 원에서 2023년 209억 원, 올해 상반기에는 107억 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홍삼제품군의 경우 자회사 네이처가든을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이처가든은 2015년 11월 건강식품 등을 제조,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업체입니다. 휴럼은 지난해 7월 59억 원을 투자해 네이처가든의 지분 100%를 취득했습니다.
네이처가든의 주력 제품으로는 홍삼 전문 브랜드인 '정원삼',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인 '뉴트리가든' 등이 있습니다. 홍삼의 유효성분 추출과 관련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으며,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중국 동북아시아를 비롯해 호주, 대만, 인도, 미국, 러시아, 싱가포르,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12개국 온·오프라인 시장에 진출해 있습니다. 네이처가든의 매출액은 지난해 209억 원, 올해 상반기 135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외에도 휴럼은 자회사 와이유를 통해 필러 및 화장품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와이유는 2020년 9월에 의료기기 등을 개발·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입니다. 휴럼은 2022년 4월 와이유에 31억 원의 투자를 단행해 지분 51.2%를 취득했습니다.
필러는 ‘연조직확대(soft tissue augmentation)’에 사용되는 의료기기로, 볼륨이 필요한 부위에 주입하는 주사제입니다. 특히 필러는 보툴리눔 톡신이 개선하지 못하는 깊은 주름이나 낮은 코, 전반적인 안면 윤곽술에 사용합니다.
필러는 의약품이 아닌 의료기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지 않아 보일 수 있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GMP(의약품 제조· 품질관리기준), 유럽 지역은 CE(품질) 인증, 미국은 FDA(식품의약국) 등의 인증이 필요한 만큼 신규업체가 쉽게 진입하기는 어려운 분야입니다.
와이유는 휴럼으로부터 투자받은 자금을 바탕으로 경기도 화성에 연 180만관의 필러를 생산할 수 있는 설비시설을 구축했습니다. 이 시설은 GMP 인증을 획득했으며,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 매출 성장에도 수익성 악화…종속회사 비용 발생
지난해 휴럼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습니다. 연초까지만해도 900원 대에 머물던 주가는 지난해 6월 1290원까지 상승했는데요. 이는 실적 호조 덕분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휴럼의 지난해 매출액은 884억 원으로 전년대비 32.1% 오른 884억 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8억 원으로 흑자전환했습니다.
지난해 휴럼 호실적의 배경은 지난 2022년 인수한 필러 자회사 와이유의 실적이 2023년부터 온기 반영됐기 때문인데요. 특히 화성 GMP 공장의 가동이 시작되면서, 2023년 와이유의 매출액은 90억 원, 영업이익률은 22%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휴럼의 주가는 2023년 7월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달 기준 휴럼의 주가는 800원 대에서 움직이고 있는데요. 이는 휴럼의 또 다른 자회사인 네이처가든의 실적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입니다. 네이처가든이 휴럼의 연결 실적에 포함되면서 회사의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실제 올해 상반기 휴럼 매출액은 242억 원으로 전년대비 19.5% 증가했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은 87.4% 줄어든 2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네이처가든이 휴럼의 종속회사에 편입된 뒤, 올해 상반기 공장 증설 등의 비용이 발생하며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입니다.
◆ '발행자 우위' CB로 자금 조달…"회사 성장성 긍정적"
다만 실적 부진과 주가 하락에도 최근 기관들이 휴럼의 전환사채에 '베팅'하며 향후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휴럼의 전환사채에 투자하기 위해 기관들은 '발행자 우위' 조건도 마다하지 않은 점이 눈에 띕니다.
전환사채는 회사가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사채의 일종입니다. 전환사채 투자자는 정해진 기간에 원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전환청구권'을 갖게 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전환사채의 경우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자주 이용하는 자금 조달 통로입니다. 신용도가 낮은 회사는 금융기관을 통해 돈을 빌릴 경우 높은 이자율이 매겨집니다. 따라서 회사는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전환사채와 같은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합니다.
이렇게 일반적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해 돈을 빌리는 회사는 '을'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돈을 빌려주는 채권자들이 '갑'의 입장에서 전환사채에 다양한 옵션을 추가합니다. 을의 신용도가 낮은 만큼 상환 안정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추가하는 옵션은 조기상환청구권입니다. 조기상환청구권은 빌려준 자금을 예정보다 빠르게 받을 수 있는 권리입니다.
조기상환청구권은 빠르면 12개월 이후로 설정되기도 합니다. 이는 돈이 없어 자금을 빌리는 회사에게는 부담이죠. 또 투자자는 금융기관보다는 낮지만 전환사채에 대해 이자도 받아갑니다. 그리고 회사의 주가가 하락할 경우 전환청구권의 전환가액을 낮출 수 있는 '리픽싱' 조항을 삽입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휴럼의 전환사채 발행 조건은 이러한 '투자자 우위' 조건이 없습니다. 오히려 돈을 빌리는 휴럼에게 유리한 발행자 우위로 짜여졌습니다. 우선 이자율도 0%로 설정됐고, 조기상환청구권 개시 시점은 전환사채 발행 후 30개월 이후로 정했습니다. 또한 리픽싱 조항은 삽입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조건으로 휴럼은 120억 원이라는 거액을 조달했습니다. 휴럼은 조달한 자금중 70억 원은 이미 발행한 전환사채 상환 자금으로, 50억 원은 운영자금에 사용할 계획입니다.
휴럼 관계자는 "이번 전환사채 발행에는 리픽싱이나 이자율 등의 조건이 붙지 않았다. 이례적으로 회사에 우호적인 조건에 전환사채 딜이 진행됐다"며 "이는 기관이 회사의 향후 비전 등을 긍정적으로 보고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