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장과 IR은 한 몸이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분석기자.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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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한 기업을 직접 탐방한 적이 있다. 2차전지 공정의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인데 IR담당자가 공장의 실무자를 소개시켜 준 뒤 자리를 비웠다.

공장의 실무자와 장비의 기술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 제품을 두고 질문을 던졌다. "이게 왜 이렇게 잘 팔려요?"

이 실무자는 "이 제품은 밀어내고 있는 거에요. 내년이면 규정이 바뀌어서 팔 수 없어요. 신 제품이 나올 겁니다. 신 제품은 미국 업체에서 100대 이상 가져가기로 했어요"라며 사심 없이 다 이야기 했다.

아직 회사가 신 제품이 미국 업체와 공급계약을 맺었다는 공시를 내지 않은 상황이었다. 현장의 목소리지만 이를 기사로 작성할 경우 공시법 위반으로 회사가 징계를 받을 수 있는 내용인 것이다. 그래서 회사의 IR담당자와 대화를 나눈 후 이 내용에 대한 기사는 작성 하지 않기로 했다. 참고로 이 내용을 바탕으로 주식 투자도 하지 않았다.

이런 사태는 종종 발생한다. 현장에서의 잘못이 아니라 IR부서에서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다. IR부서에서 현장의 실무자를 소개시켜 줄 때는 미리 내부적인 선을 정해둬야 한다. 거짓말을 해서는 안되지만 아직 결정되지 않았거나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공시보다 먼저 투자자에게 이야기해서는 안된다.

또 투자자들 역시 현장의 목소리가 기업의 현 상황을 대변한다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현장이 알고 있는 것과 회사의 방향성은 다를 수 있다. 현장은 디테일하게 잘 알고 있지만 큰 그림에서 회사가 어떻게 흘러가는지는 모를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현장과 IR부서의 의견은 하나로 통일되야 한다. 의견이 합치되지 않으면 오해의 소지가 생긴다. 숲이 아닌 나무만 보거나 불에 타고 있는 나무를 못 보고 숲만 본 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산업이나 기술 동향에 관심 많은 투자자를 IR담당자가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현장의 설명이 필요할 수 밖에 없는 질문을 던지는 투자자도 다수 있다.

이러한 투자자가 현장 방문을 요청할 때는 IR담당자가 동행해야 한다. 현장의 상세한 설명과 함께 IR부서의 사후 설명이 필요하다. 그래야 투자자들이 헷갈리지 않는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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