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와 합병 결정…"외형 확대·사업 시너지"
E&S 이익 창출력 활용 '배터리 구하기' 비판 직면
SK이노 가치평가 시가 적용 논란…"자산가치 적용해야"
컨콜서 시가 산정 및 합병 시너지 설명…'주주 달래기' 해석
지난달 SK E&S와의 합병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보이던 SK이노베이션이 주주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합병의 시너지 효과와 합병 비율 등에 대해 시장에서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합병비율 산정에서 시가를 적용한 이유와 함께 구체적인 사업 시너지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 SK E&S와 합병 결정…"외형 확대·사업 시너지"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을 결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오는 27일 SK이노베이션은 주주들에게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진행합니다. 여기서 합병이 승인 될 경우, 오는 11월 1일 SK이노베이션은 '자산 총액 106조 원' 수준의 초대형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통해 외형 확대 뿐만 아니라 사업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석유 및 화학 사업과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 SK E&S는 그룹 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재생에너지 등 그룹 내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의 석유사업과 SK E&S의 LNG 사업의 밸류체인과 인프라를 통합해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또한 SK이노베이션의 액침냉각 기술과 배터리 사업을 SK E&S의 수소 및 신재생 에너지 사업부와 묶어 데이터 센터 사업자 또는 그리드 사업자에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가 영위하고 있는 에너지 관련 사업은 연관성이 매우 높다. 양사의 핵심 역량 또한 상호 보완적"이라며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과 역량을 통합함으로서 경쟁력과 수익성을 보다 강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E&S 이익 창출력 활용 '배터리 구하기' 비판 직면
다만 양사의 합병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합병에서 불거진 두 가지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인데요. 첫 번째로 시장에서는 사업적으로 제대로 된 시너지가 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이번 합병이 사업적인 시너지를 위함이 아닌, SK그룹의 '배터리 구하기'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입니다.
SK E&S는 매년 1조 원 안팎의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SK그룹 내에서 알짜 기업으로 꼽힙니다. 반면 SK온은 출범 이후 11분기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만 7916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의 적자가 누적됨에 따라 SK온의 지분 89.5%를 보유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역시 재무구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2021년 말 152.5% 수준이던 부채비율은 2022년 말 189.2% 증가했습니다. 당좌비율은 93.9%에서 72.9%로 낮아졌습니다. 당좌비율은 현금·예금과 같이 단기간에 환금할 수 있는 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값입니다. '당장 빚 갚을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사용됩니다.
재무구조가 악화됨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유상증자를 통해 지난해 1조 원이 넘는 자금을 수혈했습니다. 자금 조달이 마무리되면서 올해 1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은 175.8%, 당좌비율은 74.3%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배터리 사업은 진행하기 이전 수준의 재무구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결국 SK E&S와 SK이노베이션 간 합병이 SK온에 대한 자금지원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경제개혁연대는 "SK그룹은 이번 합병의 취지를 종합에너지 기업으로의 진화라고 설명했다"며 "그러나 SK E&S 영업이익이 궁극적으로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 이외에는 합병 취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햔 지난달 합병 발표 후 진행된 SK이노베이션의 설명회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SK E&S의 현금 역시 SK온에 재투자가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질의했습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온의 대부분의 투자는 올해 마무리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설빝투자 비용의 소요가 급감한다"며 "기본적으로는 SK온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SK이노 가치평가 시가 적용 논란…"자산가치 적용해야"
시장에서 양사의 합병에 대해 지적한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합병 비율에 대해서도 문제를 삼았는데요. SK E&S와의 합병 과정에서 산출된 SK이노베이션의 기업 가치가 자산 가치에 비해 너무나도 낮다는 지적입니다.
지난달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회사합병결정 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산정됐습니다. 합병 가액으로 보면 SK이노베이션은 1주당 11만2396원, SK E&S는 13만3947원으로 결정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기업가치를 계산함에 있어 최근 1개월·1주일·전일 거래량 가중산술평균종가의 산술평균을 이용한 '시장가격'을 사용했고, SK E&S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를 적용했습니다.
당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과 주식비상장법인 간 합병의 경우, 주권상장법인은 시가로 합병 가액을 산정하게 정하고 있습니다.
그는 "상장 법인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 시가에 따라 10.8조 원으로 평가헸고, 비상장 법인인 SK E&S는 본질가치법을 적용해 6.2조 원으로 평가헸다"며 "양사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교환 비율은 1대 1.19로 산정됐다"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최근 3년래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현 시점의 주가로 합병 비율을 산정할 경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설명입니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낮게 평가될 수록, 합병 후 기존 주주들이 받는 합병신주의 수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SK이노베이션이 자산가치를 통해 기업가치를 계산한 뒤, 합병비율에 재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SK이노베이션에 자산가치를 적용할 경우 23.5조 원까지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현행법상 주권상장법인과 주식비상장법인 간 합병에서 상장법인의 시가가 자산가치에 크게 미달하는 경우, 기업가치 산정에 자산가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 합병에서 지주회사인 SK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를 낮게 평가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SK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지분 34.5%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SK E&S의 지분율은 90%로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SK E&S의 기업가치가 높게 평가될 수록 SK가 받게 되는 합병신주가 늘어나게 됩니다. 현재의 합병비율을 적용할 경우 SK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55.91%로 추정됩니다. 반면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자산가치인 23.5조 원으로 평가될 경우 SK의 합병법인 지분율은 약 47.5%까지 하락하게 됩니다. 그만큼 일반 주주들에게 더 많은 주식이 부여되는 것이죠.
경제개혁연대는 "SK이노베이션 이사회는 주주 전체 이익을 고려해 SK이노베이션 합병가액을 자산가치로 평가해 SK E&S와의 합병비율을 1대 0.545820175(합병가액 1주당 24만5405원대 13만3947원)로 정해야 한다"며 "최소한 SK이노베이션의 합병가액을 10% 할증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 컨콜서 시가 산정 및 합병 시너지 설명…'주주 달래기' 해석
SK그룹과 SK이노베이션은 이번 합병에 대해 예상보다 거센 시장 반발에 직면하면서, 주주 달래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지난주 열린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SK이노베이션은 이례적으로 기업가치 적용에 시가를 사용한 이유 및 SK E&S와의 합병 기대효과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이번 합병에 대한 의사결정 이후 다양한 주주 및 투자자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며 "합병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 기업 가치 산정에 시가를 사용한 이유는 합병과 연관된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들을 고려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는 "당사는 장부가 대비해서 시가가 현저히 미달하는 현 주가 수준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시가 적용에 대한 일부 주주님들의 불만도 이에 기인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합병을 통해서 여러 가지 기대되는 통합 시너지 효과를 통해 시가와 장부 가치 간의 갭들을 줄여나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합병 설명회에서 "원칙에 따랐다"며 부정적인 논란을 일축했던 것과는 온도차가 크게 느껴집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SK E&S와의 합병을 통한 사업적인 시너지에 대해 구체적인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석유사업과 LNG 사업의 밸류체인과 인프라를 통합해 약 0.5조원 수준의 즉각적인 수익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사의 인프라를 통합함에 따라 운영 비용을 절감함에 따라 0.1조 원의 추가 마진이 나타나고, SK이노베이션의 LNG 캡티브(그룹 내) 수요에 SK E&S의 경쟁력을 결합해 0.4조 원의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것입니다.
또 그는 "일렉트리피케이션(전기화) 사업에서 양사의 역량을 결집해 고객 맞춤형 에너지 솔루션 패키지를 제공하며 약 1.7조 원의 추가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SK E&S의 전력 솔루션과 분산 발전 기술, SK이노베이션의 액침 냉각과 배터리 기술을 결합해 전력 소비가 증가하는 데이터 센터 사업자들에게 에너지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향후 주주 가치 개선을 위해 필요한 본 합병을 반드시 성사시키고 앞서 언급 드린 합병 기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주주 및 투자자 여러분의 이해와 성원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