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HD현대건설기계, 우크라 재건 기대에 견고한 주가…실제 수혜 규모는 낮아

경기에 따라 실적도 변동…올해 고금리 여파에 실적 전망치↓
'브라질·인도' 선방에도 '미국·유럽' 중심으로 매출액 급감
실적 부진에도 주가 '고공행진'…배경은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
전쟁 전 우크라이나·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10~13%'
'종전 수혜' 매출액 대비 10% 미만에 불과…"지나친 기대 금물"

HD현대건설기계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50톤급 대형 굴착기. (사진=HD현대건설기계)

HD현대건설기계가 인도네시아에 수출하는 50톤급 대형 굴착기. (사진=HD현대건설기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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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건설기계가 부진한 실적을 거뒀음에도 주가는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재건 수혜 기대감이 반영된 탓입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재건이 진행되더라도 HD현대건설기계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 경기에 따라 실적도 변동…올해 고금리 여파에 실적 전망치↓

HD현대건설기계와 연결대상 종속기업(9개사)들은 건설기계와 관련 부품들을 제작·판매하는 업체들입니다. 주요 사업 부문은 도로, 건물 건설, 광산 개발 등에 사용하는 건설기계(굴착기)와 물류나 하역에 사용하는 산업차량, 건설기계의 애프터서비스(A/S)에 사용하는 부품 사업으로 나뉩니다.

HD현대건설기계의 핵심 사업은 건설기계 부문인데요. 지난 1분기 기준 매출비중은 건설기계 부문이 79%, 산업차량 13%, 건설기계 부품 등이 8%를 차지했습니다.

건설기계 사업의 경우 전방산업이 건설과 대규모 인프라 구축 사업 등입니다. 따라서 건설경기 및 각 국가의 인프라 사업 등에 영향을 받는데요. 전방산업이 경기 변동에 민감해 HD현대건설기계 역시 실적 변동성이 큰 편입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실적을 살펴보면, 2010년대 초반 중국 등 신흥시장의 인프라 확대 정책에 따라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유럽의 금융위기로 2015년까지 글로벌 건설 수요가 축소되며 실적도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2016년부터는 시진핑 주석이 제안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된 중국과, 인도 모디 총리의 인프라 투자 정책에 힘입어 수요가 다시 회복세를 보였는데요. 2020년 들어서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각 국의 경기 부양책이 본격화되며 2조 원대 머물던 매출이 3조 원대로 레벨업 했습니다.

이후 HD현대건설기계의 실적은 고공행진했습니다. 미국에 바이든 신정부가 들어서면서 인프라 투자가 2.7조 달러까지 증가하면서 굴착기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했고, 수혜를 톡톡히 누린 HD현대건설기계는 2021~2023년 매출액이 3조2843억 원→3조5156억 원→3조8250억 원까지 상승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1607억 원→1706억 원→2572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사업 전망은 좋지 않습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여파로 고(高)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어 미국과 유럽, 신흥국 모두 굴착기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예측한 HD현대건설기계의 올해 실적은 매출액 3조6763억 원, 영업이익 2216억 원입니다. 전년대비 각각 3.8%, 13.8% 감소한 수치입니다.

◆ '브라질·인도' 선방에도 '미국·유럽' 중심으로 매출액 급감

증권가들의 예상처럼 올해 상반기 실적 흐름도 좋지 않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의 올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3.8% 감소한 9791억 원, 영업이익은 33% 줄어든 53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분기에도 전년대비 실적 부진은 이어졌는데요. 회사는 2분기 실적이 매출액 8530억 원, 영업이익 586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지난 24일 공시했습니다. 각각 전년대비 17.4%, 39.3% 급감했습니다.

고금리 여파로 글로벌 전역에서 굴착기 수요가 줄었기 때문인데요. 전년대비 북미 지역 매출이 15%, 유럽지역은 28%, 국내 시장은 22% 감소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고금리로 수요 하락세가 지속됐고, 달러 강세에 따른 신흥 시장 구매력 악화, 러시아의 경제 제재 여파로 지난해 대비 매출액이 감소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브라질과 인도 지역에서는 실적 성장세가 이어졌습니다. 인도의 경우 2분기 매출액이 전년대비 9%, 같은 기간 브라질 매출액은 52% 증가했습니다. 인도는 모디 총리가 3연임에 성공하면서 인프라 투자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브라질은 최근 건설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지역입니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인도는 인프라 투자 정책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성장 기대가 시장 수요에 반영되고 있다. 모디 정부의 연임이 확정되면서 인프라 정책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돼, 수요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며 "브라질은 2022~2023년 수요가 굉장히 좋지 않았는데, 최근 시장이 회복되면서 제품 포트폴리오 강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중국에서도 HD현대건설기계의 매출액이 전년대비 24% 성장했는데요. 이는 중국 내수 수요가 아닌, 인도나 브라질 수출이 반영된 수치입니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중국의 매출 24% 성장 중 상당 부분은 수출의 비중이 높아졌다라고 이해하시면 된다"며 "중국에서 한국을 경유하지 않고 직수출 하는 품목들이 2분기 중국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중국 내수는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습니다.

인도와 브라질의 선전에도 HD현대건설기계의 하반기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건설 경기에 비우호적인 환경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 관계자는 "금리 인하 지연으로 굴착기 수요 하락세가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다만 상반기대비 하락폭은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습니다.

◆ 실적 부진에도 주가 '고공행진'…배경은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

상반기의 부진한 실적, 그리고 하반기의 어두운 전망에도 HD현대건설기계 주가는 올해 고공행진하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HD현대건설기계의 주가는 5만1700원에 마감했지만, 지난 주 6만44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올해 상승률이 24.6%에 달합니다. 이 기간 같은 업종의 두산밥캣 주가가 15.7% 하락한 것과 대조됩니다.

HD현대건설기계의 주가 상승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대선 승리 기대감에 우크라이나 재건 기대감이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 중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빠르게 끝낼 것"이라고 공언하면서, 미국의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을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여 왔습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발표한 최신 여론조사 결과에서 트럼프의 지지율이 49%로 높게 타 후보들에 비해 높게 나오면서 백악관 재입성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는데요. 우크라이나 측도 평화정상회담을 열고 러시아를 초정하는 등 종전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 HD현대건설기계의 수혜를 전망하는 보고서가 많이 발간됐습니다. 이달에만 하나증권과 DS투자증권 등이 HD현대건설기계의 러·우 전쟁의 종전으로 실적 개선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하나증권의 경우 종전으로 HD현대건설기계에 ▲러시아 수출 재개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 발생의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난 25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종전 가능성을 가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만약 종전이 성사된다면 러시아 지역 수출 재개,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 발생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실적 추정치는 상향될 수 있다"며 "후자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실적 개선 효과는 전자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DS투자증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기대감에 HD현대건설기계의 주가가 7만 원 이상까지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는데요.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우 전쟁은 결국 종전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짚으며 "종전되기 전까지 HD현대건설기계 주가는 모멘텀으로 우상향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 역시 이러한 기대감에 불을 붙였습니다. 지난주 열린 HD현대건설기계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회사는 "하반기에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이 확률이 더 높은 걸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트럼프 후보자가 당선될 경우 저희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 전에 좋은 시장 지배력을 가지고 있었고, 저희 딜러가 아직까지 건재하기 때문에 여기서 큰 실적을 낼 수 있을 걸로 좀 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 전쟁 전 우크라이나·러시아 시장 점유율은 '10~13%'

그렇다면 회사에 투자하기 앞서 종전으로 발생하는 HD현대건설기계의 실제 수혜 규모를 짚어봐야 합니다. 지난주 열린 HD현대건설기계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이 규모를 분석하기 위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질의가 쏟아졌습니다.

KB증권의 정동익 애널리스트는 "실적 설명 중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 포지션이 상당히 괜찮았고, 전쟁이 종료될 경우 수혜가 있을 것이라고 두루뭉실하게 말씀해주셨다"며 "전쟁 전 우크라이나에서 HD현대일렉트릭의 점유율과 판매량을 공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대해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전쟁 전인 2021년 기준으로 우크라이나의 굴착기 시장은 1100~1500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중 HD현대건설기계의 점유율은 10~15% 수준"이라고 답변했습니다. 또 그는 "종전 후 우크라이나 복구 수요에 대해 의견이 갈리고는 있으나, 시장에서는 평년 대비 한 3배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이 중 HD현대건설기계가 150~200대의 수요를 가져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러시아 시장에서의 수출 재개 가능성을 묻는 질문도 이어졌는데요.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현재 침략 전쟁이 발생하면서 서방권에서 러시아 경제 제재를 진행하고 있는데, 전쟁이 종료될 경우 러시아에서도 건설기계 판매가 가능해질 수 있는가"락며 "전쟁 전 러시아의 건설기계 시장 규모와, HD현대건설기계의 점유율에 대해 코멘트를 부탁드린다"고 말했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러시아 제재가 어떤 방향으로 갈 지 예상할 수 없으나, 과거 크림반도 전쟁 사례를 보면 제재를 풀어준 이력이 있다"며 "전쟁 물자가 아닌 구호와 복구를 위한 제품들의 제재가 풀릴 경우, HD현대건설기계의 굴착기 역시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러시아 시장의 경우 전쟁 전 건설기계 시장이 1만1000~1만6000대에 이르는 굉장히 큰 시장이었다. 또 HD현대건설기계의 딜러는 러시아 시장에서 '탑 딜러'였다"며 "따라서 점유율이 10~13% 가져갔던 시장이고, 저희가 굉장히 잘하는 판매망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 '종전 수혜' 매출액 대비 10% 미만에 불과…"지나친 기대 금물"

이를 종합하면, 러우 전쟁의 종전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약 4000대의 굴착기 시장이 열리게 됩니다. 과거 미국과 이라크 전쟁의 사례를 보면 이러한 수요는 3년간 이어졌습니다.

HD현대건설기계가 과거와 마찬가지로 우크라이나에서 10~15% 점유율을 가져간다고 가정할 경우, 종전 후 3년간 판매량은 매년 약 400~600대 가량이 발생하게 됩니다. HD현대건설기계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회사의 굴착기 가격은 1억5400만~1억9400만 원 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평균치인 1억7400만 원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HD현대건설기계는 종전 후 3년간 우크라이나에서 매년 약 696억~1044억 원의 추가 매출액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크라 재건 수요 물량의 영업이익률이 지난해와 회사의 영업이익률인 6%와 비슷하다고 가정할 경우, 영업이익에 미치는 효과는 42억~63억 원 수준입니다.

이를 지난해 실적과 비교해보면, 우크라이나 재건 수요 물량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HD현대건설기계의 매출액·영업이익 대비 1.8~2.7% 수준입니다. 같은 방식으로 러시아 수출 재개 규모도 따져보면, HD현대건설기계에게 매년 약 1500대의 굴착기의 수요가 추가로 발생하게 됩니다. 매출액 기준 2610억 원이며, 지난해 회사의 매출액 대비 6.8% 수준입니다.

따라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으로 기대할 수 있는 매출액은 연간 최대 2654억 원 수준으로 파악되며, 이는 지난해 회사의 매출액 대비 9.5%에 불과합니다. 이 역시 기대치를 최고 수준으로 반영한 수치입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도 HD현대건설기계의 지나친 주가 상승은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옵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HD현대건설기계의 주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종료와 이에 따른 재건 수요에 대한 기대감으로 변동성이 크게 확대됐다"며 "우크라 재건 수요의 경우 연간 수출액은 500억~1000억 원 수준으로 회사의 연간 매출액의 1~2%에 불과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또한 HD현대건설기계 주가가 우크라이나 종전 기대감에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종전 이슈와 뉴스에 따라 주가가 우상향할 수 있지만 실제 수혜가 크다고 추정하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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