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신재생' 전력기기 수요 쌍끌이…"변압기 공급 쇼티지"
'영업이익률 23%' 사상 최대…증권가 예상 훌쩍 넘었다
HD현대일렉트릭 수익성 높인 세 가지 요인은 '이것'
"하반기에도 고마진 이어진다"…미국·중동에 유럽도 가세
"증설 계획 고민 중"…최대 변수는 美 대선 결과
HD현대일렉트릭이 실적 성장과 함께 수익성을 대폭 개선했습니다. 원래도 10% 중반의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었지만, 올 2분기 20%를 넘기며 업황 호황의 수혜를 톡톡히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시장은 HD현대일렉트릭이 높은 수익성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몰리고 있습니다.◆ 'AI·신재생' 전력기기 수요 쌍끌이…"변압기 공급 쇼티지"
HD현대일렉트릭은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인적분할 후 독립 출범한 전기전자기기·에너지솔루션 전문기업입니다. '발전→송전→배전→소비(부하)'의 전력공급 과정 전 단계에 필요한 다양한 전기전자기기 및 에너지솔루션을 제작·공급하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제작·공급하는 제품은 전력 공급의 단계에 따라 ▲전력기기 ▲배전기기 ▲회전기기 등으로 구분될 수 있습니다. 발전·송전 단계(통상 50kV 이상의 고압)에서 사용하는 전력변압기와 고압차단기 등은 전력기기에 포함되고, 중압(1kV~50kV)과 저압(1kV 미만)에 적용되는 배전반·중저압차단기 등은 배전기기, 전기에너지를 이용하여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전동기 등은 회전기기 제품군에 포함됩니다.
2020년대 들어 미국이 노후화 된 전력망 교체 사업을 진행하는 와중에, 인공지능(AI) 산업의 개화로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하고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며 HD현대일렉트릭의 전 사업군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 1분기에 회사의 매출액은 8010억 원으로 전년대비 40.9% 증가했는데, 이 중 전력기기 품목의 매출은 70.4%, 배전기기와 회전기기는 각각 52.8%, 32.2%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매출액 중 사업부문별 비중은 전력기기 54%, 배전기기 28%, 회전기기 18%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전력기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실제 구글, 메타, 아마존 같은 AI 클라우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들로부터 변압기 쇼티지 때문에 문의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영업이익률 23%' 사상 최대…증권가 예상 훌쩍 넘었다
업황의 호조가 지속되며, 올해 2분기에도 고속 성장은 이어졌습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연결기준 올 2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42.7% 증가한 9169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57.1% 늘어난 2100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주목할 점은 영업이익률이 무려 22.9%에 달한다는 것입니다. 이미 지난 1분기에 HD현대일렉트릭은 영업이익률 16.1%를 달성하며, 창사 이래 최대치를 찍었습니다. 전력기기 호황이 이어지면서 마진이 좋은 선별 수주 전략을 진행한 덕분인데요.
HD현대일렉트릭의 1분기 마진이 워낙 좋았던 만큼, 향후에는 이러한 수익성을 보이기 어렵다는 예측이 많았습니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의 영업이익률이 1분기보다 소폭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가 예상한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실적은 매출액 8344억 원, 영업이익 1243억 원입니다. 영업이익률 기준 14.9%로 전망한 것입니다. 그러나 실제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영업이익률 모두 전망치 각각 9.9%, 68.9%, 8%포인트 상회하는 결과를 낸 것입니다. 말 그대로 '어닝 서프라이즈'입니다.
예측이 크게 빗나감에 따라 증권사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볼멘 목소리도 나왔는데요. 지난 23일 열린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한 애널리스트는 "시장의 예측을 계속해서 상회하는 울트라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는데, 이를 꼭 좋아해야만 해야 될지 약간 민감한 부분이 있다"며 "시장 애널리스틀들과 소통 차원에서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은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해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 저희가 기업설명회를 하는 쪽 입장에서는 실시간으로 이런 실적 부분에 대한 팔로업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며 "팔로업이 된다 치더라도 공시를 하지 않고 원칙론적으로 봤을 때 정보의 비대칭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저희가 조심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런 점들은 좀 이해를 양해를 좀 구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 HD현대일렉트릭 수익성 높인 세 가지 요인은 '이것'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울트라 서프라이즈' 실적이 발표되면서 시장의 관심은 2분기 영업이익률이 왜 높아졌는지, 그리고 높아진 영업이익률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의 질문도 여기에 집중됐는데요, 신한투자증권의 이동헌 애널리스트는 "이익률이 23%에 가까운데, 이렇게 높게 나온 배경과 높은 영업이익률이 하반기에도 지속가능할까"라는 질문을 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측은 고마진의 배경으로 ▲미국 시장 매출 비중 확대 ▲환율 상승 ▲원가 절감 노력을 꼽았습니다. 우선 미국 시장의 경우 앞서 말씀드린 노후화 된 전력망 교체, AI 데이터센터 구축, 신재생에너지 프로젝트 증가 등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변압기와 같은 HD현대일렉트릭 제품의 단가도 급상승하고 있어, 마진이 높은 지역으로 꼽힙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저희가 제품 가격을 연간 몇 퍼센트(%)씩 올렸다고 말씀드리긴 어렵습니다만,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현저하게 가격이 인상된 부분이 있다"며 "가격 인상의 가장 큰 이유는 '수급 불균형'인데, 현재까지도 이 상황이 지속되면서 높은 가격이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환율 상승 역시 마진률 상승에 보탬이 됐습니다.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대비 4.3% 증가한 1371원을 나타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고환율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을 실적 가이던스에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깜짝 실적이 나왔다는 입장입니다.
이 관계자는 "저희가 연초에 가이던스를 제시할 때, 올해 환율이 1390원대까지 올라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그런데 실질적으로 환율 예측이 틀려 환율이 하락하게 되면, 영업이익률도 하락하게 되고,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다소 보수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 외에도 원가 절감 노력에 따라 비용 지출이 크지 않았던 점도 영업이익률 상승 요인으로 꼽힙니다. 올 2분기 운임과 구리가격이 급등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됐는데요. 회사는 장기간 계약을 맺으면서 변수를 줄였고, 이 부분이 영업이익률에 반영됐다는 입장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구리나 운반비 같은 경우에는 좀 장기간에 대해서 저희가 고정 가격으로 거래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따라서 구리 가격이 많이 올라간 부분에 대해서 회사의 실적 변동폭이 적었다. 이렇게 원가에 반영되는 비용 부분이 안정화되면서 마진 폭을 늘릴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 "하반기에도 고마진 이어진다"…미국·중동에 유럽도 가세
HD현대일렉트릭의 고(高) 마진을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입니다. 운임과 구리 가격 등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통제된 가운데, 제품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는 등 2분기 높은 이익률을 기록하게끔 만든 요인들이 하반기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우선 수익성이 좋은 미국의 수주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 발표에 따르면 2분기 북미 지역의 신규 수주는 4.1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에 따라 2분기 말 북미 시장의 전체 수주 잔고는 31.3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사업 부문 중 가장 수익성 좋은 북미 지역이 전체 수주 잔고 중 약 60% 가량을 차지하면서 고마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2분기에도 전력 변압기 납기 장기화 추세로 북미향 전력 변압기 장기 공급 계약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며 "당사는 납기 일정을 감안한 선별 수주를 진행하고 있고, 배전 변압기 및 회전기 수주도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또 그는 "미주 법인은 당 분기에도 안정적인 실적 및 수익성 성장이 지속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주 부분에서 수주 이익률 자체가 상당 부분 좋은 거는 다 알고 계실 것이고, (수주는) 이미 확보된 물량이기 때문에 큰 이슈가 없다면 마진 변동 가능성이 적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제품 가격이 높아지고 있는 중동 지역의 수주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2분기 중동 시장 수주는 1.17억 달러, 수주 잔고 6.7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중동 지역의 수주가 늘어나는 이유는 '비전 2030'과 대규모 국제 행사가 유치되면서 전력기기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HD현대일렉트릭은 중동 시장에서 마진이 좋은 고압 차단기와 함께 패키지 위주의 선별 수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2분기 중동 시장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들이 매출에 반영되고 고압 차단기 실적의 약진으로 인해 매출 및 수익성, 수익성이 함께 향상됐다"며 "미국 다음으로 매출을 올리는 시장이 중동인데, 중동 쪽에서도 이미 이미 한 2년 전부터 제품 가격이 점진적으로 인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반기는 유럽 지역의 수주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낮아지면서 대형 프로젝트들이 재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최근 유럽 경쟁사가 노르웨이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했고, HD현대일렉트릭도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 유럽 쪽에서 각각 2000억 원 규모의 수주를 따냈습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에 위치한 많은 업체들은 미국 수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오히려 유럽 지역에서도 공급 부족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그래서 유럽 쪽은 2030년까지 전력기기 수요와 함께 가격도 인상이 된다고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미 최근 1년간에는 유럽 시장에서 전력기기 가격이 기존 대비 상당히 오름 폭에 있다고 보시면 될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증설 계획 고민 중"…최대 변수는 美 대선 결과
수요가 공급을 앞서는 업황 호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증설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증설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실적 규모도 '레벨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증설에 나서기엔 시장 변수가 등장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점입니다.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48% 수준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경쟁자의 지지율과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높습니다.
이에 따라 산업계에서는 트럼프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를 대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폐지를 내세웠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HD현대일렉트릭 미주 법인이 받는 세액 공제가 사라지게 됩니다.
또한 IRA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가 국가 에너지 안보 강화를 골자로 하는 만큼, 이 법안이 폐지될 경우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가 줄면서 전력 인프라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 역시 "미국과 중동, 유럽의 에너지청이 발행하는 신재생 발전 증가에 대한 계획에 따르면 2030년까지는 꾸준히 발전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러나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움직임이 어떻게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캐파(CAPA) 증설 여부도 대선 결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입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서 시장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공급을 섣불리 늘리지 않을 것"이라며 "캐파 증설에 대한 계획은 현재 고민 중에 있다"고 전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