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SK E&S 이사회서 합병 결의…"사업 시너지"
'배터리 일병 구하기' SK온 든든한 자금줄 확보
걸림돌은 합병비율…SK이노 주주 반발 우려
SK그룹이 리밸런싱(구조조정)의 첫 단추를 뀄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하며, 초대형 에너지기업의 탄생을 예고했습니다. 이번 합병으로 SK그룹은 SK온의 배터리 사업 정상화 과정까지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가운데, 합병 비율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SK이노·SK E&S 이사회서 합병 결의…사업 시너지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지난 17일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합병안을 의결했습니다. 다음 달 27일 예정된 합병 승인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가 진행됩니다. 변수가 없는 한 오는 11월 1일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으로 '자산 총액 106조 원' 수준의 초대형 에너지기업이 공식 출범하게 됩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는 합병을 통해 외형은 물론 사업적인 측면에서 다양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SK E&S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소, 재생에너지 등 SK그룹의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맡고 있습니다. 그룹 내에서도 현금 창출력이 일품인 알짜 회사입니다.
양사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석유·액화천연가스(LNG)부터 재생에너지, 배터리까지 다양한 사업을 묶어 데이터센터 또는 그리드 사업자에게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두 회사의 사업과 제품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신규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방침입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양사 합병으로 통합법인의 ESS(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생산능력, SK이노베이션에서 추진하고 있는 SMR(소형모듈원자로), 열관리 시스템의 핵심인 액침냉각, SK E&S의 ESS 솔루션,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들을 묶어 솔루션으로 만들 계획"이라며 "고객들은 데이터센터와 그리드 사업자 등"이라고 전했습니다.
◆ '배터리 일병 구하기' SK온 든든한 자금줄 확보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두고 SK그룹의 'SK온 구하기'라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SK그룹은 배터리 사업을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함께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꼽고 수십 조 원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그러나 2021년 10월 출범한 SK온은 현재까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인 전망도 좋지 않습니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이라는 녹록치 않은 업황 속에서 배터리 생산·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역시 석유화학 사업의 불황으로 부진을 겪고 있어 자회사에 현금을 쏟아 붓기 어렵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현금 창출력이 뛰어난 SK E&S를 SK이노베이션에 붙여, 배터리 사업에 지속적인 투자를 진행하기 위함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다만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이 단기적인 방안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결국 SK온을 살리려면, 배터리 사업 자체가 살아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을 결정한 뒤 진행한 설명회에서도 이러한 의문점이 제기됐습니다.
한 애널리스트는 SK이노베이션에게 "이번 합병으로 SK온의 현금흐름이 개선된다고 해도, 여전히 실적 개선세가 느린 상황"이라고 짚으며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E&S의 현금 역시 SK온에 재투자가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고 짚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대한 즉각적인 대답은 회피했습니다. 질문에 답변한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온의 대부분의 투자는 올해 마무리된다. 따라서 내년부터는 설빝투자 비용의 소요가 급감한다"며 "기본적으로는 SK온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겠으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SK이노베이션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라 전했습니다. 필요한 경우 SK E&S가 창출한 현금이 SK온으로 흘러갈 수 있는 셈이죠.
일각에서는 SK E&S에서 현금 창출력이 좋은 알짜 사업을 재분할해 일부를 SK온과 합병시키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습니다. 이미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 중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SK엔텀을 SK온과 합병키로 했습니다. SK E&S와 합병 이후, SK온의 체력을 키우기 위한 추가적인 합병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합병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 걸림돌은 합병비율…SK이노 주주 반발 우려
양사의 합병을 두고 걸림돌은 합병 비율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비율은 1대 1.1917417로 산정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는 시가로, SK E&S는 본질가치법을 적용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합병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산정했다. 상장 법인인 SK이노베이션은 기준 시가에 따라 10.8조 원으로 평가헸고, 비상장 법인인 SK E&S는 본질가치법을 적용해 6.2조 원으로 평가헸다"며 "양사 발행주식 총수를 기준으로 교환 비율은 1대 1.19로 산정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SK이노베이션은 1개월과 일주일, 그리고 전일(16일) 종가의 산술평균으로 산정된 가치는 주당 11만2396원입니다. 반면 SK E&S는 순자산가치(3.8조 원)에 40%, 수익가치(7.8조 원)에 60%의 가중치를 부여해 평균으로 기업가치를 산정했습니다.
여기서 SK이노베이션의 주가 하락이 문제가 됐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주가가 꾸준히 20만 원을 웃돌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 부진으로 주가가 10만 원대 초반까지 하락했습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의 현 시점의 주가로 합병 비율을 산정할 경우, 이 회사의 주주들에게는 불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낮을 때 합병을 결정한게, SK 주주들의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그간 SK는 SK E&S로부터 막대한 배당금을 받아 왔습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과 합병으로 단기간에 높은 수준의 배당금을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이를 달래기 위해 SK E&S의 기업가치를 높게 산정해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는 것입니다.
또한 SK E&S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도 변수가 있습니다. SK E&S의 투자자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3조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SK E&S는 합병에 앞서 이 RCPS를 소멸시킬 예정이라 공시했습니다.
만약 SK E&S가 3조 원의 RCPS를 KKR에게 상환할 경우, SK이노베이션 주주는 더 많은 합병 비율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SK E&S의 압도적인 현금 창출력을 바탕으로 '1대 1.19'라는 합병 비율이 정해졌는데, 3조 원의 현금이 빠져나갈 경우 기대만큼의 재무구조 개선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 E&S의 RCPS 소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공유는 불가능하다"며 "다만 상환으로 인한 현금 유출은 없고, 최초 발행 당시의 취지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KKR과 구조화를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미 합병 비율을 계산할 때, SK E&S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에 RCPS를 제외하고 평가했다"며 "RCPS로 인한 합병 비율의 영향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다음은 SK이노베이션 IR 담당자와의 질의응답.
Q. 합병으로 SK온의 현금흐름이 개선된다고 해도, 여전히 실적 개선세가 느린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과 합병한 E&S의 현금 역시 SK온에 재투자가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SK온의 투자계획에 변화가 있을지.
A. SK온의 대부분의 투자는 올해 마무리 된다. 내년부터는 투자 비용 소요가 급감하게 된다. 기본적으로는 SK온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겠으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SK이노베이션과 상의해 결정할 것이다.
Q. 언론에서 SK E&S 사업을 재분할해 일부를 SK온과 합병시키는 방안도 언급되고 있는데, 가능할지.
A. 현재로서는 추가적인 합병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
Q. 양사 합병 이후 통합 회사의 연간 설비투자(CAPEX) 가이던스는.
A. 현재 기존 투자 사업의 관리, 그리고 신규 투자 적정성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양사의 CAPEX 가이던스의 합산보다는 효율적인 규모의 CAPEX 지출을 예상한다. 구체적인 가이던스는 합병 이후 안내드릴 예정이다.
Q. 합병 이후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 목표가 ROE(자기자본순이익률) 개선 효과는. 주주환원도 구체화될 수 있을지.
A. 아직은 합병계획만 나와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부족해 목표 제시는 어려운 상황이다. 합병 후에도 기존 기조처럼 재무구조와 ROIC(투하자본수익률) 개선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주주환원 정책은 2024~2025년 주당배당금 최소 2000원의 가이던스를 유지한다. 합병 이후 배터리 사업 업황 턴어라운드 및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개선 추이에 따라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논의가 진행될 예정이다.
Q. 합병 내용을 살펴보면, 지난해 양사 합산 기준 EBITDA가 6조 원이었는데, 2030년 20조 원까지 증가한다. 구성 내용이 어떻게 되는지.
A. 2030년 EBITDA는 배터리 10조 원, 배터리 제외한 정유화학 사업 5조 원, E&S 3조 원, 시너지 2조 원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시너지 부분은 통합법인의 ESS 배터리 생산능력, SK이노베이션 추진하고 있는 SMR, 열관리 시스템의 핵심인 액침냉각, SK E&S의 ESS 솔루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들을 묶어 솔루션으로 만들 계획이다. 데이터센터와 그리드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Q. SK온 IPO(기업공개) 계획에 변동이 있는지.
A. 합병 이후에도 SK온의 IPO 계획에 대한 변동사항은 없다. 일정은 2026년 말로 목표하고 있다.
Q. SK E&S가 합병 이전에 RCPS 소멸시킬 예정으로 공시했다. 이 자산을 상환한다면 어닝이나 재무구조 개선이 약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A. SK E&S의 RCPS 소멸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공유는 불가능하다. 다만 상환으로 인한 현금 유출은 없고, 최초 발행 당시의 취지를 유지하는 방안으로 KKR과 구조화를 논의 중이다. 이미 합병 비율을 계산할 때, SK E&S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에 RCPS를 제외하고 평가했다. 따라서 RCPS로 인한 합병 비율의 영향은 없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