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지배구조 개편' 두산·밥캣·에너빌리티·로보틱스 득실은

두산밥캣, 에너빌리티서 로보틱스 자회사로
두산 현금흐름 개선 전망…주주들에게 이득
두산로보틱스 호재로 보는 세 가지 이유
실적·현금융통↓…두산에너빌리티에 '악재'
두산밥캣 최대 악재…성장의 수혜 사라져

사진=두산밥캣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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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두산그룹에서 굉장히 복잡한 공시를 냈습니다. 두산두산에너빌리티,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네 곳의 회사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선다는 내용인데요.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에게 넘긴 뒤 상장폐지 시킨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해당 공시 이후 다음날 주식 시장에서는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요동쳤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정규매매에서 두산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86%, 두산에너빌리티는 4.35% 하락했습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은 각각 23.92%, 5% 상승했습니다.

두산밥캣의 경우 장 초반 4% 넘게 하락했지만, 오후부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두산로보틱스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주식교환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매수를 진행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단기적인 주가 흐름과 다르게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두산의 두산로보틱스 주주들은 수혜를 보고,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는 악재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 두산밥캣, 에너빌리티서 로보틱스 자회사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11일 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습니다. 두산은 이번 개편을 통해 핵심 사업을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 및 첨단소재 등 3대 부문으로 정하고,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사업끼리 모아서 클러스터화한다는 목적입니다.

여기서 두산의 클린에너지와 스마트 머신 부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클린에너지 부문에서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퓨얼셀를 주축으로 두되, 이 사업과 관계가 없는 두산밥캣을 스마트 머신 부문의 두산로보틱스로 넘기기 때문인데요.

두산은 이를 위해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사업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투자회사로 인적분할합니다. 이후 투자회사의 지분을 두산로보틱스가 주식교환의 방식으로 가져오게 됩니다. 이 투자회사는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한 뒤 상장폐지될 예정입니다.

두산밥캣을 넘기는 대가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는 1주당 두산로보틱스의 신주 0.0315651주를 받습니다. 두산밥캣 주주들에게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합병에 찬성하는 두산밥캣 주주들은 대가로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17462주를 받게 됩니다. 반면 합병에 반대하고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배정받기 싫은 두산밥캣의 주주는 주당 5만459원에 반대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면 두산로보틱스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율은 100%가 됩니다. 두산밥캣은 상장폐지됩니다. 이 계약이 무효가 될 수 있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는 두산밥캣 1.5조 원, 두산로보틱스 5000억 원 수준입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두산은 건설기계를 생산하는 두산밥캣과 협동로봇을 제조하는 두산로보틱스가 스마트 머신 부문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두산밥캣의 생산시설 자동화 확대로 두산로보틱스의 협동로봇 제품 공급을 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이번 재편의 대상이 된 두산에너빌리티,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3사 모두 ‘윈-윈-윈’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두산 현금흐름 개선 전망…주주들에게 이득

두산이 밝힌 표면적인 이유말고, 이번 지배구조 개편의 진짜 목적은 두산의 두산밥캣 지배력 확대라고 판단합니다. 기존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으로 이어지던 지배구조가 두산→두산로보틱스→두산밥캣으로 변경되기 때문입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30.39%,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밥캣 지분 46.11%를 들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을 68.2% 보유하고 있습니다.

두산 입장에서는 현금창출력이 좋은 두산밥캣을 지배력이 높은 계열사 밑으로 두는게 더 이득입니다. 왜냐하면 배당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인데요. 두산밥캣은 지난해 주당 1600원의 배당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는 배당을 진행하지 않았고 이 수혜는 두산까지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반면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의 자회사가 될 경우, 두산은 지배력이 높은 로보틱스를 통해 두산밥캣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두산로보틱스가 배당을 진행하고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두산으로 이어지는 현금

두산밥캣을 가져오는 과정에서 두산로보틱스가 신주 발행를 발행함에 따라 두산이 보유한 지분율이 68%에서 42% 수준으로 하락하게 되지만, 그래도 에너빌리티보다는 지배력이 훨씬 높습니다. 그 차이만큼 두산밥캣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두산으로 가져올 수 있게 됩니다.

◆ 두산로보틱스 호재로 보는 세 가지 이유

두산로보틱스 주주들에게도 이득이 되는 거래라고 판단합니다.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는 매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두산밥캣을 100% 자회사로 가져오면서 연결 실적이 크게 개선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두산밥캣의 매출액은 9조6551억 원, 영업이익은 1조1601억 원입니다. 같은 기간 두산로보틱스는 매출액은 530억 원, 영업손실 19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3년 실적으로 계산해볼 경우 두산로보틱스의 매출액은 9조7081억 원, 영업이익은 1조1409억 원으로 집계됩니다. 국내외를 통틀어 로봇주로서는 찾기 힘든 실적입니다. 실적 매력과 함께 로봇주의 성장 밸류에이션까지 갖추게 될 경우 주가 상승세가 더 클 수도 있다고 판단합니다.

여기에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두산으로 현금을 보내기 위해 두산로보틱스가 배당을 진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지난해 기준 두산밥캣의 시가배당률은 3.17%, 배당성향은 17.39%에 달합니다. 두산로보틱스가 고배당주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주가 하방은 단단해지고,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두 번째 이유는 오버행 이슈가 해소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앞서 증권업계에서는 두산이 보호예수 기간이 종료된 뒤 두산로보틱스의 지분을 일부 매각해 현금화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두산이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로 이어지는 막대한 현금배당을 손에 넣기 위해서, 지분 매각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세 번째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입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오는 8월에 MSCI 정기 리뷰가 진행되는데요. 두산로보틱스는 편입 후보에 이름을 올리긴 했지만 가능성이 크진 않았습니다.

시가총액 규모도 컷오프(기준점)를 미달했지만, 진짜로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유동시가총액(유통되는 주식의 시가총액)이 작다는 점입니다. 두산이 두산로보틱스의 지분 68% 이상을 들고 있다보니 유통주식수가 많지 않았고, 이러한 문제로 지난 2월 MSCI 정기 리뷰에서도 편입에 실패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배구조 개편안에 따라 두산로보틱스의 시가총액이 급등하며 컷오프를 넘어선 상황이 됐습니다. 이와 함께 로보틱스의 신주 발행으로 두산의 지배력도 낮아지며(68%→42%) 유통주식수도 늘어나게 됩니다. 시가총액과 유동시가총액의 컷오프를 모두 넘을 가능성이 생긴 셈입니다.

지배구조 개편이 7월에 나오면서 당장 8월에 두산로보틱스가 MSCI 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11월 리밸런싱에서는 MSCI 지수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함께 글로벌 지수 추종 자금이 유입되며 주가 모멘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 실적·현금융통↓…두산에너빌리티에 '악재'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분들에게는 이번 두산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악재라고 판단합니다. 연결실적에서 매출액 절반 이상, 영업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두산밥캣이 빠지면서 실적 감소와 함께 현금흐름 악화가 점쳐집니다.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의 매출액은 17조5899억 원, 영업이익은 1조4673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은 8.3%였습니다.

이 중 두산밥캣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출액 55.48%, 영업이익 79.06%입니다. 지난해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에서 두산밥캣을 제외하면 매출액 7조8313억 원, 영업이익 3264억 원으로 줄어듭니다. 영업이익률은 4.2%로 반토막납니다.

또한 두산에너빌리티는 매년 두산밥캣을 통해 막대한 배당금을 수취했는데요. 2022년 기준 이 금액은 921억 원이나 됩니다. 이는 같은 해 두산에너빌리티의 별도 영업이익 853억 원을 가뿐히 넘습니다.지난해에는 배당수익이 소폭 감소했으나 700억 원대를 넘겼습니다.

다만 단기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습니다. 앞서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물려받은 차입금이 줄어든다는 점인데요. 앞서 두산밥캣을 보유하고 있던 두산인프라코어는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두산밥캣 주식 3749만2922주를 담보로 해외에서 총 6억 달러(약 8200억 원) 규모의 사채를 발행했고, 산은 등에서 2600억 원을 조달했습니다.

두산이 두산밥캣을 제외한 두산인프라코어를 HD현대그룹으로 넘기면서, 밥캣의 지분을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져갔는데요, 이와 함께 차입금의 채무자도 두산에너빌리티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두산인프라코어로부터 넘어온 차입금을 모두 털어내게 됩니다.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이번 개편으로 차입금 부담이 1조2000억 원가량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든든한 유동성 확보 수단을 잃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그 동안 두산밥캣의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했습니다. 지난해 6월에도 두산밥캣 지분 5%를 매각하며 현금을 마련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당시 "소형모듈원전(SMR), 차세대 발전용 수소터빈 생산·개발 등 신성장 분야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매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초 두산에너빌리티는 ▲2024년 2531억 원 ▲2025년 3687억 원 ▲2026년 2538억 원의 투자 계획을 설정했습니다. 3년간 총 투자금액은 8757억 원에 달합니다. 물론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이 잘되면서 들어오는 영업활동 현금흐름, 그리고 회사채 발행 등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도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알짜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통한 현금 융통이라는 한 가지 카드는 잃게 됐습니다.

◆ 두산밥캣 최대 악재…성장 수혜 사라져

두산밥캣 투자자분들에게는 악재라고 판단합니다.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두산밥캣은 그나마 '확실한' 투자처로 꼽힙니다. 실적 변동이 크지 않으며,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배당을 진행해 왔기 때문인데요.

올해도 배당금 상향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지난 5월 두산밥캣의 IR 담당자와 통화를 진행했던 당시, 이 담당자는 "배당은 지난해 기준 유지 또는 상향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매년 실적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주주들은 배당금 상향이라는 수혜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두산밥캣이 두산로보틱스 100% 자회사가 된 후 상장폐지되면서 밥캣이 창출하는 현금흐름 및 배당을 주주가 누릴 수 없게 됐습니다. 두산로보틱스를 사면 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두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밥캣이 배당한 돈은 로보틱스의 투자 자금으로도 사용될 것입니다. 밥캣의 성장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방법이 사라진 것입니다.

그리고 주식교환 비율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점도 두산밥캣 주주분들에게 악재로 꼽힙니다. 지난해 기준 두산밥캣의 매출액은 9조6551억 원, 영업이익은 1조1601억 원으로 실적이 견조하지만, 두산로보틱스는 매출액은 530억 원, 영업손실 19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매출 규모가 183배 차이나지만 시가총액은 두산로보틱스가 더 높습니다. 로봇 산업에 대한 장밋빛 전망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받은 것인데요. 이에 따라 두산밥캣 주주는 합병에 찬성할 경우 밥캣 주식 1주당 로보틱스 주식 0.63주를 받게 됩니다. 금액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교환비율은 1대 1입니다.

결국 두산그룹은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가치가 동등하게 평가한 것인데요.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두산로보틱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명백한 고평가의 영역에 있습니다.

그리고 실적이 뒷받침된 두산밥캣의 주가는 현재 저평가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12일 기준 증권업계의 두산밥캣 평균 목표주가는 6만6500원입니다. 두산밥캣의 목표주가로 키움증권은 7만4000원, 하나증권은 7만3000원을 제시했습니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서는 "두산의 지배주주가 저평가 우량회사(두산밥캣)에 투자한 54%의 일반주주에게 매출 규모 183분의 1인 고평가 테마주(두산로보틱스)와의 주식교환이라는 얼음물을 끼얹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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