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조립에서 검사까지' 장비 턴키로 제공
매출 흐름은 정체…연간 수주잔고 추이는 '급증'
전고체 배터리 장비·소재, 유리기판 장비 사업 진출
내년부터 전환 가능한 600억 CB…오버행은 '리스크'
2차전지 장비 업체 하나기술의 사업 다각화가 본격화됐습니다. 배터리 제조의 전(全) 공정을 아우르는 장비 개발에 나선 한편, 전고체 배터리의 장비 및 소재, 차량과 반도체용 유리기판 장비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신규사업은 빠르면 2025년부터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2차전지 '조립에서 검사까지' 장비 턴키로 제공
하나기술은 국내 대표 2차전기 장비 업체로 꼽힙니다. 2차전지 제조에서 전극공정을 제외하면, 조립부터 검사까지 모든 공정의 장비 라인업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 이 장비들을 고객사에 턴키(Turn-Key)로 제공할 수 있는 국내 유일 업체입니다.
조금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2차전지는 생산 공정별로 크게는 전극공정, 조립공정, 화성공정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2차전지 제조의 첫 단계인 전극공정은 배터리의 기본 성분인 양극과 음극을 제조하는 과정입니다. 극판공정이라고도 부릅니다.
조립공정은 전극공정을 통해 제조된 양극·음극을 분리막과 합치는 과정입니다. 조립공정을 통해 배터리의 외형이 갖춰집니다. 그러나 아직 전기적인 특성이 없어 배터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데요. 여기에 전기적 특성을 불어넣는 과정이 화성공정입니다. 충·방전을 반복해 양극과 음극에 전해질이 충분히 스며들게 하고 배터리를 안정화시킵니다.
또 화성공정 이후 완성된 배터리 셀을 모듈 및 팩(Pack)으로 구성하는 팩 조립공정이 진행됩니다. 응용처에 맞게 포장하는 과정으로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셀이 잘 만들어졌는지 확인하는 검사공정 등이 있습니다.
하나기술은 여기서 조립공정과 화성공정, 팩 조립공정, 검사공정의 장비를 제작·납품하고 있습니다. 특히 강점이 있는 부분은 조립공정과 화성공정입니다. 조립공정과 화성공정은 또 세부적으로 각각 ▲와인딩 ▲스태킹 ▲탭 ▲패키징과 ▲활성화 ▲디개싱 ▲선별 등의 공정으로 나뉘는데, 하나기술은 풀라인(Full-Line) 자동화 장비를 제작할 수 있는 탁월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나기술은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가대표 배터리 셀 3사를 모두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유럽의 프레이어(Freyr)나 미국의 포드(Ford), 그리고 SK온과 포드의 합작회사인 블루오벌SK 역시 하나기술의 장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나기술의 고객사는 총 8곳으로 파악됩니다.
◆ 매출 흐름은 정체…연간 수주잔고 추이는 '급증'
하나기술의 실적 흐름은 좋지 않습니다. 연간 실적을 살펴보면, 2021년 매출액 1130억 원, 영업손실 50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2022년은 매출액 1139억 원, 영업이익 112억 원으로 흑자전환했지만, 2023년은 매출액 1199억 원, 영업손실 63억 원을 기록하며 다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
올해 1분기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대비 8% 늘어난 323억 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52억 원으로 적자폭이 세 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실적흐름이 좋지 않지만 수주 상황이 부정적인 것은 아닙니다. 하나기술의 연도별 수주잔고를 살펴보면, 2020년 말 233억 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 말 955억 원 ▲2022년 1984억 원 ▲2023년 3839억 원으로 수직상승했습니다.
수주가 쌓임에도 매출액이 크게 증가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규모 수주건이 많기 때문입니다. 수주 금액이 클 수록 납품까지 소요기간이 길어지고, 매출로 인식되는 시기가 늦어집니다.
하나기술의 IR 담당자는 "수주 후 1차 납품시에 수주금액 중 80%가 매출로 인식된다"며 "수주 금액별로 납품까지 소요기간의 차이가 있는데, 100억~200억 원 수주건은 10~12개월, 200억 원 이상의 건은 1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100억 원 미만은 6개월이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 전고체 배터리 장비·소재, 유리기판 장비 사업 진출
수익성이 낮은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우선 첫 번째로 2차전지 시장이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고객사들의 투자가 늦춰지고, 이에 따라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대규모 고정비가 발생했습니다. 특히 하나기술과 같이 다양한 공정의 장비를 제조하는 업체들은 인건비 및 관리비용이 타 업체들보다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실제 지난해 하나기술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회사의 종업원 급여는 276억 원으로 전년대비 55.7% 늘었고, 전체 매출액 중 23%를 차지했습니다. 경쟁업체들이 10% 중반~후반대에 머무는 것에 비해 고정비가 높아 매출액 규모가 낮으면 적자를 기록하기 쉬운 구조입니다.
하나기술의 수익성이 낮은 두 번째 이유는 신규사업 진출에 따른 투자비용 증가입니다. 하나기술은 현재 전극공정의 핵심 장비를 추가 개발하고 있는데요. 이를 통해 국내 유일의 2차전지 전(全) 공정의 장비 제작사로 발돋움하려고 준비 중입니다.
또한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장비와 함께 소재도 직접 개발하고 있습니다. 전고체는 배터리에 사용하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전환한 것으로 안전성과 에너지밀도가 높습니다. 하나기술은 전고체 전지 제조에 필수 장비인 '하이브리드 등압 프레스'(Warm Isostatic Press, 이하 WIP) 장비 및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등의 선행 개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하나기술 IR 담당자는 "현재 전고체 배터리 제조에 들어가는 WIP장비를 제조했고 파일럿 매출이 발생한 상태"라며 "주요 고객사가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의 본격 양산을 계획하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그는 "소재의 경우 전고체용 장비개발에서 물성 및 소재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재사업에 신규 진출하게 됐다"며 "황화리튬을 기반으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제조 및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외에도 주력분야인 2차전지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타 분야로도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요. 올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군 '유리기판' 관련 장비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나기술은 지난 2022년 각종 디스플레이 커버글라스에 적용 가능한 열면취 기술을 상용화해 초박형강화유리(UTG) 장비 개발을 완료한 바 있는데요. 이 장비를 고도화해 자동차·반도체향으로 사업범위를 넓히겠다는 복안입니다.
하나기술의 IR 담당자는 "현재 유리기판 열면취 장비를 개발 및 납품 계획하고 있다"며 "자동차 부품업체로는 장비를 직접 납품하고, 반도체향은 장비를 활용해 임가공 형태의 매출 발생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 내년부터 전환 가능한 600억 CB…오버행은 '리스크'
현재 하나기술은 신규 사업을 진행하면서 투자금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러나 매 분기 적자가 이어지며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 상태인데요. 따라서 자금 조달을 차입이나 증자 등에 기댈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기술은 이미 지난 4월 29일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6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발행 목적은 신기술 개발 투자라고 기재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전극공정 장비 ▲전고체 배터리 장비 ▲전고체 배터리 소재 ▲유리기판 장비 등의 개발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지 않아서 주당 이익의 희석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만, 향후 오버행 이슈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번 CB 발행 규모가 6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전환청구권이 행사될 경우 발행되는 신주 수가 109만6431주에 달하기 때문입니다. 하나기술의 현재 발행주식총수 대비 11.84% 수준입니다.
전환청구권은 1년 후인 2025년 4월 30일부터 행사할 수 있습니다. 사채 만기는 5년이라 전환청구권이 행사될 시기도 넉넉합니다.
다음은 하나기술 IR담당자와의 질의응답.
Q. 1GWh(기가와트시)당 대략 어느 정도의 매출을 기대할 수 있는가.
A. 1GWh당 대략 500억 원의 매출이 장비사에게 떨어진다. 그 중 30~40%는 전극공정, 그리고 60~70%는 나머지 공정이 차지한다. 하나기술은 전극공정을 제외한 부분을 턴키로 수주할 경우 약 350억~380억 원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다. 조립공정만을 수주할 경우 1GWh당 약 100억~15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Q. 수주에서 매출까지 인식되는 기간은.
A. 수주 후 1차 납품시에 수주금액 중 80%가 매출로 인식된다. 수주 금액별로 납품까지 소요기간의 차이가 있는데, 100억~200억 원 수주건은 10~12개월, 200억 원 이상의 건은 12개월 이상이 소요된다. 100억 원 미만은 6개월이 소요된다
Q. 장비 매출에서 신규 장비 매출과 AS 등 소모품형 매출 비중을 나눠보면,
A. 현재는 신규 장비 90%, AS 등에서 10% 정도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장비의 경우 일반적으로 6~7년 사이의 교체주기를 지니고 있다. 기술적인 변화가 있으면 더 빠르게 교체될 수 있다.
Q. 추가적인 캐파 확보 계획이 있는지.
A. 당분간은 없다. 현재 용인 1공장 부지 근처에 3공장 부지는 확보해 둔 상태이다.
Q. 황화리튬,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등 소재사업으로 진출하게 된 계기는.
A. 소재의 경우 전고체용 장비개발에서 물성 및 소재에 대한 노하우를 습득했다. 이를 기반으로 소재사업에 신규 진출하게 됐다. 황화리튬을 기반으로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제조 및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국내 H사 및 L사향으로 샘플 및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2025년부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유리기판 열면취 장비의 향후 매출 계획은.
A. 자동차 부품업체로는 장비를 직접 납품하고, 반도체향은 장비를 활용해 임가공 형태의 매출 발생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자동차사향으로 1대 장비 매출이 발생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