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지나는 본업과 M&A 통한 사업 다각화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MSB·자회사 모두 호조
덕산하이메탈 MSB, HBM 소재로 발돋움 기대
넵코어스 역대 최대 실적 기대…에테르시티 신제품 인증 전망
증권가 "덕산하이메탈 저평가 구간…올해 가치 재평가 전망"
마이크로솔더볼(MSB) 전문기업 덕산하이메탈이 올해 1분기 호실적을 기록했습니다. MBS 수요가 늘어나는 와중에 자회사들의 실적이 안정화되면서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덕산하이메탈이 본업과 방산, 수소 사업의 성장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바닥 지나는 본업과 M&A 통한 사업 다각화
덕산하이메탈은 반도체 패키징용 접합 소재인 솔더볼(Solder Ball)의 제조·판매를 주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습니다. 솔더볼이란 반도체 칩과 기판을 연결해 전기적 신호를 전달하는 아주 작은 공 모양의 부품을 말합니다.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첨단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할 때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솔더볼입니다. 볼그리드어레이(BGA) 계열의 인쇄회로기판(PCB)이 솔더볼을 통해 반도체 칩과 연결됩니다.
특히 덕산하이메탈은 MSB 기술 경쟁력을 갖춘 업체입니다. MSB는 솔더블 중 130마이크론 미만의 초소형·초정밀 제품을 뜻합니다. 특히 MSB는 첨단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FC)-BGA의 필수 소재입니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이 개화하면서, 서버와 PC 등에 고성능 반도체 기판을 적용하는 곳이 늘고 있습니다. 또한 반도체 칩의 집적화·소형화 추세로 반도체 후공정에서 FC-BGA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MSB의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은 솔더볼 외 신규 아이템으로 솔더페이스트(Solder Paste)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솔더페이스트는 솔더 분말에 끈적한 성질을 갖는 플럭스를 혼합한 크림 형태의 접합용 소재입니다. 기판과 디바이스의 접합 및 접촉면의 산화 방지 역할을 압니다. 솔더볼의 대체품으로도 사용되지만, 솔더볼과 함께 사용되기도 합니다.
자회사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도 나섰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은 지난 2021년 방위·우주항공산업 전문 기업인 '덕산넵코어스'의 지분 63.24%를 취득했습니다. 덕산넵코어스는 항법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군의 다양한 무기체계에서 성능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현재 덕산넵코어스는 방위사업청, 국방기술품질원 등의 정부기관 뿐만 아니라 LIG넥스원, 한화디펜스 등 한화그룹, 현대로템, 국방과학연구소, 삼성전자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습니다. 덕산넵코어스가 보유한 항법분야는 방위산업 뿐만 아니라 우주항공,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에 핵심 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은 수소 사업에도 손을 뻗은 상황입니다. 덕산하이메탈은 지난해 11월 경영 자문 및 컨설팅업인 시리우스홀딩스를 지분출자·설립했습니다. 이어 같은 해 12월 시리우스홀딩스가 고압가스용기 제조 및 판매업체인 덕산에테르씨티의 지분 91.88%를 인수하며, 고압가스 용기와 더불어 수소 용기 시장에 진출했습니다.
덕산에테르씨티는 국내 유일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초대형 용기 및 수소용기 제조 업체입니다. 주요 제품으로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의 특수가스용 용기와 항공·우주 및 기초과학, 방위산업, 드릴쉽용 저장용기 등의 산업가스 및 특수 목적 용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수소 운반·저장 목적인 튜브트레일러 및 고정식 저장용기에 쓰이는 타입원(Type1) 수소용 용기와 차량 수소연료 탱크 목적 등으로 쓰이는 타입포(Type4)의 용기 등의 제품군으로 사업의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 1분기 실적 '턴어라운드'…MSB·자회사 모두 호조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덕산하이메탈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81.9% 늘어난 608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981.8% 증가한 4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호실적을 견인한 부문은 본업인 솔더볼 사업입니다. 솔더볼 사업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31.5% 증가한 232억 원, 영업이익은 199.9% 늘어난 34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14.7%에 달합니다.
솔더볼 사업이 호조를 보인 원인은 반도체 칩 미세화에 따라 FC-BGA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경쟁사인 비케이홀딩스가 솔더볼 사업 철수를 결정하면서, 고객사가 늘어난 점이 주효했습니다. 또 신규 고객사에게는 덕산하이메탈이 특허를 보유한 고순도 솔더볼 제품을 공급하면서 수익성도 동반 상승했습니다.
솔더페이스트 신제품 효과도 톡톡히 봤습니다. 기존 제품인 솔더페이스트4~5 제품을 신제품인 솔더페이스트7로 대체하면서 매출이 늘었습니다. 통상 솔더페이스트는 뒤에 붙는 숫자가 높을 수록 입자가 작습니다. 따라서 기술적 난이도가 높지만, 가격과 수익성이 좋습니다.
자회사들 역시 실적에 보탬이 됐습니다. 방산 자회사 덕산넵코어스는 탄탄한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쌓은 수주 잔고 덕에 올 1분기 영업이익 8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1분기부터 실적에 반영된 수소 자회사 덕산에테르씨티는 일회성 주식보상비용(약 20억 원)이 포함되면서, 예상(32억 원) 대비 부진한 손익(12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 덕산하이메탈 MSB, HBM 소재로 발돋움 기대
우호적인 업황을 배경으로 덕산하이메탈은 향후 호실적을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선 본업인 솔더볼 사업의 경우 하반기 MSB 매출 확대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덕산하이메탈은 울산의 MSB 생산공장 증설에 나선 바 있습니다.
증설되는 MSB 생산 공장은 대지 1만4031㎡, 건축연면적 4660㎡의 규모로 20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습니다. 공장 건물은 지난해 1월 완공했고, 기계 설비는 올해 9월까지 신규 공장에 설치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 글로벌 MSB 시장은 일본의 센쥬메탈과 덕산하이메탈의 견고한 독과점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점유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센쥬메탈이 업계 1위, 덕산하이메탈이 2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 증설에 따라 덕산하이메탈이 센쥬메탈의 점유율을 뺏어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 반도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센쥬메탈 등 경쟁사들은 증설에 소극적이었던 반면, 덕산하이메탈 만이 설비투자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아직 전방산업인 FC-BGA 업황은 확실하게 호조를 보이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국내 고객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 관련 기판 사업에 진출하지 못한 탓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용 기판 FC-BGA를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등에서 전량 조달하고 있습니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HBM과 DDR5 등 AI 관련 고부가 제품 판매량 증가와 가격 상승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반도체 업계 실적 회복을 이끌었지만, 범용 제품을 포함한 전체 출하량은 크게 증가하지 않았다”면서 “이에 반도체 기판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지 않아 기판업계의 실적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하반기부터는 삼성전기를 필두로 FC-BGA가 AI향 고객사에 납품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고객사들의 FC-BGA가 AI향으로 공급이 시작될 경우, 덕산하이메탈 MBS의 공급 물량 확대 역시 기대할 수 있습니다.
◆ 넵코어스 역대 최대 실적 기대…에테르시티 신제품 인증 전망
자회사들의 성장도 기대되고 있습니다. 방산 자회사인 덕산넵코어스는 개발 사업의 양산 물량 증가와 부품 형태의 납품 체계가 일부 부체계 형식으로 전환되면서, 올해 매출이 처음으로 400억 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덕산넵코어스의 주 제품은 항법장치(PNT)로 자이로, 가속도계, GPS, 레이다 등 감지센서를 이용해 이동체의 위치, 속도 및 자세를 계산하는 기능을 수행합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비인도주의적인 무기들이 퇴출되고 정밀타격, 모자이크전 위주로 전투가 변화됨에 따라 항법장치의 무기 내 적용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덕산넵코어스의 항법장치는 현재 우주항공(저궤도 위성), 드론, UAM 영역에서 국책과제를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다양한 분야로의 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덕산에테르시티 역시 타입원을 넘어 타입포 수소 용기 시장 진출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현재 덕산에테르시티는 수소 충전소,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용 특수가스 공정 운송 등에 사용되는 타입원 계열 용기시장의 점유율 1위 사업자입니다. 증권업계가 예상하는 올해 타입원 계열 용기 공급 매출액은 900억 원, 영업이익은 150억 원 수준입니다.
덕산에테르시티는 수소차에 사용되는 타입포 계열 용기 시장 진출을 위해 용기 개발업체 '에스첨단소재'를 2023년 흡수합병했습니다. 현재 타입포 계열 용기 상용화 인증 절차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은 덕산에테르시티의 타입포 계열 용기 인증이 올해 하반기에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는 타입포 계열 용기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현재 타입포 용기 시장은 국내에서 일진하이솔루스가 독점 공급 중에 있습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23년 기준 매출액 787억 원, 영업손실 98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11일 종가기준 시가총액은 9078억 원입니다. 향후 덕산에테르시티가 타입포 시장에 진출할 경우 경쟁사인 일진하이솔루스 대비 밸류에이션 저평가가 부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 증권가 "덕산하이메탈 저평가 구간…올해 가치 재평가 전망"
증권업계에서는 현 시점에서 덕산하이메탈이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덕산하이메탈은 주요 성장 동력인 MSB과 방산, 수소 모두 순항하는 가운데, 보유중인 덕산네오룩스 지분 36.7%의 가치가 4000억 원을 상회합니다. 다만 회사의 시가총액은 11일 종가 기준 3462억 원에 불과합니다.
박제민 SK증권 연구원은 "덕산하이메탈의 자산가치와 성장성이 본업 전방(FC-BGA) 상황에 가려 과하게 할인돼 있는 구간"이라며 "올해 자회사들의 실적 활약과 본업 업황 개선으로 이익 수준 증가와 함께 할인율 해소도 가능하다고 판단된다"고 짚었습니다.
또 그는 "올해 덕산하이메탈의 2024년 매출액은 전년대비 61% 증가한 2338억 원, 영업이익은 286억 원의 흑자전환을 예상한다"고 전했습니다.
메리츠증권의 경우 덕산하이메탈의 올해 매출액은 2510억 원, 영업이익은 281억원으로 전망했습니다. 메리츠증권 역시 덕산하이메탈이 올해 실적 성장을 통해 가치 재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덕산하이메탈이 보유한 덕산네오룩스 지분가치 및 자회사들의 기업 가치를 감안할 경우, 주가는 저평가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향후 본업 성장을 통해 HBM 소재 업체로의 인식 제고와 자회사들의 설장을 통한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