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크 운송 서비스 필두…증권가 업황 전망 '맑음'
홍해 사태·글로벌 환경규제로 벌크선 공급 감소세
글로벌 벌크 화물 수요↑ "물동량 성장 예상"
수에즈 운하 이슈로 운임 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벌크 업황의 호조와 환경 규제로 인한 공급 감소,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팬오션에 우호적인 환경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팬오션 역시 업황 개선을 앞두고 선대를 확충하고 친환경 규제 대응에 나서는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벌크 운송 서비스 필두…증권가 업황 전망 '맑음'
해운업은 운송화물별로 구분해보면, ▲석탄이나 곡물과 같은 원자재를 대량으로 운송하는 벌크선 ▲컨테이너화물을 운송하는 컨테이너선 ▲원유 혹은 석유화학 제품을 운송하는 유조선 ▲LPG(액화석유가스) 또는 LNG(액화천연가스)를 주로 운송하는 가스선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팬오션은 주력사업인 벌크화물 운송 서비스를 필두로 비벌크화물 운송 서비스(컨테이너화물 운송 서비스, 탱커선 서비스, LNG운송 서비스), 곡물사업 및 기타사업(선박 관리업)까지 다양한 형태의 해상운송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팬오션의 지난해 기준 매출액 4조361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 중 해운 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82%, 곡물사업 12%, 기타 6%로 구성됩니다. 해운 서비스를 세부적으로 나누면 벌크화물 운송 서비스가 64%, 컨테이너가 8%, 탱커선 8%, LNG(액화천연가스)선 2%로 구분됩니다.
팬오션은 일반적인 벌크선사와 다르게 장기화물운송계약(CVC계약)을 체결해 정기선과 부정기선 운송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해운업은 운항형태에 따라 크게 정기선(Liner) 서비스와 부정기선(Tramper) 서비스로도 구분합니다. 정기선이란 선박이 정기적으로 정해진 항로를 운항하는 형태를 말합니다. 특정 항로를 정해진 일정에 따라 운항해야 하므로 항로 개설 시 다수의 선박을 확보하기 위한 초기 투자자본과 고정비용 부담이 큽니다.
반대로 부정기선은 일정한 항로와 화주들에 한정치 않고 화물 수요에 따라 화주가 요구하는 시기와 항로에 선복을 제공하여 화물을 운송하는 형태입니다. 대체로 철광석, 석탄 및 곡물 등 벌크(Dry Bulk)화물이 비정기선으로 운영됩니다.
이러한 부정기선 영업에서도 특수 목적에 따라 화주와 장기 운송 계약을 맺어 특정 화주만을 위하여 특정 선박을 배선 운항하는 전용선 서비스가 존재합니다. 팬오션 역시 포스코와 현대글로비스,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중부발전 등 국내 화주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철광석 업체인 발레(VALE), 브라질 펄프 생산 업체 수자노(SUZANO) 등 해외 화주와도 장기화물운송계약을 체결하여 운영 중입니다.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에서 팬오션이 주목할만한 종목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작년 초부터 이어지는 운임 상승세와 제한적인 신조선 인도, 환경 규제로 인한 장기적인 공급 감소로 벌크 업황이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지운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팬오션은 앞으로 좋아질 일밖에 없다"며 "탄탄한 펀더멘탈, 장미빛 벌크 업황, 매력적인 밸류에이션을 갖췄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그는 "주가가 부진한 이유는 실적에 대한 우려와 본업과 무관한 투자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올해 1분기 실적을 통해 실적에 대한 우려는 해소했고, 현금성 자산 약 9000억 원이 본업과 무관한 곳에 투자하는 것을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홍해 사태·글로벌 환경규제로 벌크선 공급 감소세
증권업계가 팬오션에 대해 우호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벌크선의 공급이 줄어드는 와중에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공급측면에서 살펴보면, 최근 운임이 급등세를 보이며 해운사들에게 업황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홍해 사태로 수에즈 운하를 우회하는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선박의 공급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후티 반군은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50차례 이상 공격했습니다. 홍해는 수에즈 운하를 오가기 위해 꼭 지나야하는 관문입니다. 홍해가 막히자 해운사들의 선박은 수에즈 운하를 우회해 아프리카 항로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에즈 운하 컨테이너선 통행량은 전년대비 82% 감소한 19만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대), 같은 기간 벌크선 통행량은 26% 줄어든 770만DWT(재화중량톤수)를 기록했습니다. 벌크선과 컨테이너선 모두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우회하는 길을 택하고 있는 셈입니다.
항로를 우회하면서 운항 시간도 길어져 선박 공급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 1분기에 벌크선 운임인 BDI와 컨테이너선 운임인 SCFI는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올해 1분기 평균 BDI는 1815포인트로 전년대비 80% 상승했고, 같은 기간 SCFI는 85% 급등한 2010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촉발된 중동 갈등은 예멘의 후티 반군, 이란까지 번지며 혼란스러운 상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의 중재로 휴전 협상이 진행됐지만, 지난 9일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원점으로 돌아갔습니다.
글로벌 환경규제 역시 선박의 공급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해부터 국제항해에 종사하는 400톤 이상의 선박에 대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줄이도록 하는 '에너지효율지수'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규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배출을 20% 이상 줄이지 못한 선박들은 탄소배출 저감 장치를 설치하거나 엔진의 출력을 제한하기 위해 저속으로 운항해야 합니다. 이에 따라 대규모의 선박들이 탄소저감 장치를 갖추기 위해 발주를 넣거나, 폐선을 준비하는 상황입니다.
팬오션의 IR 담당자는 "여태까지는 벌크 시장에 선박 스펙에 따른 차별화가 별로 없었으나 이제는 친환경 대응이 중요해졌다"며 "우리도 규제에 맞지 않은 배는 던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 글로벌 벌크 화물 수요↑ "물동량 성장 예상"
선박의 공급이 줄어드는 상황에 벌크선의 수요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중국 경기 부양책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올해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3%를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제조업을 지원하고 있고, 석탄괴 철광석 수입량을 늘리고 있습니다.
팬오션 IR 담당자는 "중국 부동산 경기가 큰 회복세는 아니지만 1분기 철광석 수입과 조강 생산이 나쁘지 않았다. 중국 내수용으로 안 쓰고 수출하는 물량도 증가했다"며 "또한 중국은 아직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데, 자국 광산의 석탄 품질이 낮아서 석탄수입제한 쿼터를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는 "중국의 석탄수입제한 쿼터가 원래 3억톤 제한이었는데, 작년에는 4.7억톤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4억톤 이상은 중국이 수입할 것"이라며 "중국 남부 지역은 북부 석탄을 내륙 운송해오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채산성이 좋다"고 전했습니다.
아울러 신흥국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며 벌크 화물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와 베트남은 인프라 투자를 위해 중국 철강 제품 수입을 늘리고 있는데요. 지난해 연간 수입량은 인도가 전년대비 110% 증가한 209만톤, 베트남이 72% 늘어난 863만톤을 기록했습니다.
여기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네옴시티 프로젝트, 인도네시아의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에 따른 인프라 개발이 이어지며 벌크 물동량은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팬오션 IR 담당자는 "클락슨에서는 전체 시장 물동량 성장을 2%로 보는데, 우리 물동량은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물 수요가 더 안 좋아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경기 사이클 상 이제 다시 풀리는 쪽을 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새로운 리스크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다음은 팬오션 기업설명회에서 진행된 IR담당자와의 질의응답.
Q. 올해 하반기부터 벌크 시황 전망은.
A. 올해 1분기 시황은 2021~2022년과 비슷했다. 2~3분기는 경기 순환 사이클 회복세를 타면서 2023년보다는 2021년 느낌으로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CII(탄소집약도지수) 규제와 EU ETS(탄소 배출권 거래제) 규제가 도입되면서 모든 선주와 해운사들이 연비 좋은 선박을 찾고 있다. 여태까지는 벌크 시장에서 선박 스펙에 따른 차별화는 별로 없었으나, 이제는 친환경 대응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도 규제에 맞지 않는 배는 던지는 상황이다. 향후에는 좋은 시황이 와도 친환경 대응에 따라 해운사 별 실적 차별이 생길 것이다.
Q. 올해 벌크선 수요는.
A. 중국 부동산 경기가 큰 회복세는 아니지만 1분기 철광석 수입과 조강 생산이 나쁘지 않았다. 중국 내수용으로 안 쓰고 수출하는 물량도 증가했다. 또한 중국은 아직 화력 발전 비중이 높은데, 자국 광산의 석탄 품질이 낮아서 석탄수입제한 쿼터를 풀어주고 있다. 중국의 석탄수입제한 쿼터가 원래 3억톤 제한이었는데, 작년에는 4.7억톤까지 증가했다. 올해도 4억톤 이상은 중국이 수입할 것으로 본다. 중국 남부 지역은 북부 석탄을 내륙 운송해오는 것보다 수입하는 것이 채산성이 좋다.
클락슨에서는 전체 시장 물동량 성장을 2%로 보는데, 우리 물동량은 3~4%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물 수요가 더 안 좋아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기 사이클 상 이제 다시 풀리는 쪽을 가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새로운 리스크보다는 새로운 기회를 포착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Q. 벌크 연간 1억톤 운반 계획은.
A. 올해 1분기 2067만톤 밖에 수송 못한 이유가 선대 확보를 덜 진행했기 때문이다. 2~3분기에 마음만 먹으면 3000만톤도 가능하다. 다만 문제는 수익과 얼마나 연계되냐를 고려해야 한다. 올해는 하반기로 갈수록 좋은 시황을 예상하고 이에 대응할 것이다.
Q.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한 수준의 BDI는.
A. 오픈사선 원가를 BDI로 환산할 경우, 약 1100포인트를 넘으면 영업이익 기준 손익분기점이다.
Q. 규제가 친환경 선박 수요 자극하고 있는지.
A. 선사들은 기존 선박 중에서 고효율 선박을 중고선으로 도입하거나 혹은 용선을 통해서 수급하고 있다. 친환경 용선의 영업을 잘 못하는 해운사는 도태될 것이다. 지금은 친환경 기조가 다소 머뭇거리는 시기인 것 같다. 하지만 글로벌 규제의 설정 목표는 변동이 없다. 아직은 기후변화 시나리오 상 2050년 넷 제로가 필요한 상황이고, 친환경 선박 수요는 늘어날 것이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