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초읽기'…올 6월 전망
'크로스보더'·'현지작가 육성' 전략…번역 서비스 부각
고품질 언어 데이터 보유 플리토, 국내외 IT기업 고객사 확보
카카오 이어 네이버웹툰 번역 맡을까…파파고와 접점 '눈길'
네이버웹툰의 미국 증시 상장 추진 소식에 주식시장에서는 수혜주 찾기에 나섰습니다. 네이버웹툰은 상장 후 조달한 자금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에 힘을 쏟을 계획인데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번역 수요도 늘어날 전망입니다. 이에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자체 AI 번역 엔진을 보유한 '플리토'도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 나스닥 상장 '초읽기'…올 6월 전망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이르면 올해 6월 중 미국 법인 '웹툰엔터테인먼트'(웹툰엔터)를 미국 증시 나스닥에 상장합니다. 네이버는 현재 상장을 위한 절차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상황입니다.
웹툰엔터는 네이버의 북미 웹툰 시장 공략을 위한 현지 거점입니다. 지난 2020년 지배구조를 개편하며 웹툰엔터를 웹툰 사업 정점에 올린 뒤, 기존 라인디지털프론티어 외에 네이버웹툰을 자회사로 두게 됐습니다. 이후 2023년에는 네이버가 왓패드 지분을 웹툰엔터에 넘기면서, 지배구조 정리가 마무리됐습니다.
왓패드와 네이버웹툰의 자회사 편입으로 웹툰엔터의 기업가치는 현재 30~40억 달러(한화 4조107억~5조3500억 원)으로 추정됩니다. 웹툰엔터가 미국 나스닥 상장에 성공할 경우 약 5억 달러(약 6700억 원)를 조달하게 됩니다.
네이버가 자회사 상장을 추진하는 것은 웹툰엔터가 처음입니다. 또한 국내 상장이 아닌 미국 상장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는 네이버웹툰의 글로벌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입니다.
이에 웹툰엔터는 조달한 자금을 글로벌 시장 진출에 사용할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현재 미국 빅테크 기업인 애플과 아마존 등이 웹툰 플랫폼 시장에 진출하면서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시장 선점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현재 네이버웹툰은 일본과 북미,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올해 상장을 계기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며 ‘글로벌 스토리테크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목표입니다.
◆ '크로스보더'·'현지작가 육성' 전략…번역 서비스 부각
네이버웹툰은 글로벌 진출을 위해 한국 웹툰을 현지 언어로 번역해 서비스하는 '크로스보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은 국내 독자들의 검증을 거친 작품들을 현지 문화와 정서를 반영한 글로벌 9개 언어로 빠르게 번역해 전파합니다. 이를 통해 '재혼황후', '약탈신부', '입학용병' 등의 작품은 한 달에 9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크로스보더 전략 외에도 현지 작가를 섭외·육성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일본, 태국 등 현지에서 아마추어 플랫폼 운영과 공모전, 팝업스토어를 개최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웹툰이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지역에서 웹툰 문화가 스스로 성장하고 선순환을 내도록 씨앗을 뿌리는 작업입니다.
현지화 전략을 통해 발굴한 웹툰은 '신혈의 구세주'와 ‘로어 올림푸스’가 대표적입니다. 신혈의 구세주는 현재 일본 네이버웹툰 '라인망가'에서 한 달 거래액 10억 원을 돌파하며, 현지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로어 올림푸스 역시 2022년 아이스너 어워드, 하비 어워드, 링고 어워드 등 미국 주요 만화 시상식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이렇듯 네이버웹툰은 한국 웹툰의 번역을 통해 현지 시장에 진출한 뒤, 현지 콘텐츠를 직접 발굴해 현지 시장 1위를 지키겠다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후 현지에서 흥행한 작품은 또 국내로 번역해 들여와 선순환 구조도 만들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서비스가 '번역'입니다. 웹툰의 현지화를 위해서는 구글과 같은 단순하고 딱딱한 번역이 아닌, 현지 감성에 맞춰진 '찰진 번역'이 필요합니다.
◆ 고품질 언어 데이터 보유 플리토, 국내외 IT기업 고객사 확보
플리토는 2012년 설립된 언어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입니다. 기술보증기금과 한국기업데이터로부터 사업평가등급 ‘A’를 획득하고, 2019년 사업모델 특례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습니다.
플리토는 웹과 앱을 통해 번역 요청자와 번역가를 직접 연결해주는 번역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에 요청자들이 텍스트, 보이스, 이미지, 비디오 등을 올려 번역을 요청할 경우, 플리토는 이를 AI나 집단지성을 통해 번역해줍니다. 단기간에 높은 가치의 언어 데이터를 생산할 수 있는 셈이죠.
다수의 플랫폼 참여자 유입을 위해 보상을 제공하고 있어, 현재 173개국에 1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 1억 개 이상의 누적 데이터를 확보했습니다. 언어 지원이 가능한 국가는 25개국이며, 일일 데이터 생산량만 30만개가 넘습니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플리토는 ▲언어 데이터 판매 사업(데이터 판매)과 ▲번역 데이터를 기초로 하는 콘텐츠 관련 사업(플랫폼 서비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023년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비중은 데이터 판매 74.6%, 플랫폼 서비스 25.4%입니다.
매출이 주로 발생하는 데이터 판매 부문에서는 번역된 텍스트인 '말뭉치'(Corpus, 코퍼스)를 판매합니다. 코퍼스는 특정 언어 두 가지 이상의 쌍(영어-일본어, 영어-한국어-중국어)의 병렬 데이터입니다. 주로 공공기관이나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에서 AI 학습을 위해 구매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삼성전자, 네이버, 텐센트, 바이두, 에어비앤비, 카카오 등 국내외 주요 IT기업들이 모두 플리토의 고객입니다.
진입장벽이 낮다고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네이버가 지난 2016년에 플리토의 집단지성 번역 플랫폼과 비슷한 '참여번역Q' 서비스를 시행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만에 서비스가 종료됐는데, 이는 플리토 '표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이에 네이버 측은 "파트너사로 오랜 시간 함께 해 온 ‘플리토’ 담당자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참여번역Q’ 서비스를 종료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렇듯 플리토와 유사한 비즈니스를 추진할 '자본이 있는 기업들'은 사업 진출이 어렵습니다. 반면 자본이 없는 기업들은 현재 플리토가 쌓아 놓은 '레퍼런스'를 따라잡기 어렵습니다.
◆ 카카오 이어 네이버웹툰 번역 맡을까…파파고와 접점 '눈길'
네이버웹툰의 글로벌 사업 확대와 관련돼 주목할 부분은 플리토의 번역 서비스 사업입니다. 플리토는 플랫폼 서비스 사업부문에서 웹툰·영상 등의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AI로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 번역 전문 인력까지 두고 있습니다.
플리토의 고급 전문 번역가들로 구성된 조직인 '링귀스트랩'은 AI가 번역한 문장에서 단어들을 자연스럽게 배치하거나, 현지 독자들이 읽을 때 사람이 직접 쓴 내용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공들인 번역 서비스를 바탕으로 플리토는 이미 다양한 국내외 웹툰 플랫폼에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국내 웹툰∙웹소설 플랫폼 일본 내 계열사와 웹툰 번역 계약을 체결한 점입니다. 업계에서는 플리토와 계약한 곳이 카카오의 글로벌 웹툰 플랫폼 자회사인 ‘카카오픽코마’(옛 카카오재팬)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현재 플리토는 네이버웹툰에는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플리토 측에 따르면 네이버웹툰과의 번역 서비스는 가격 조율 단계에 있습니다. 웹툰 번역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이야기가 오가는 중입니다.
네이버와의 접점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플리토는 지난 2021년 네이버의 번역 서비스 '파파고'와 AI 번역 기술 고도화 업무 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이는 사람의 번역이 아닌 기계 번역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업무 협약입니다.
일각에서는 파파고가 플리토의 경쟁 대상이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파파고는 '언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반면, 플리토는 파파고와 같은 서비스 기업에서 '언어 번역 데이터'를 납품하는 기업에 가깝습니다. 파파고의 서비스가 고도화되기 위해서는 고품질의 데이터가 필요하며, 그 역할을 플리토가 하게 되는 것이죠.
플리토 측은 "현재 네이버웹툰에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지만, 조율 중인 상황으로 가능성이 있다"며 "네이버웹툰 상장시 네이버와 웹툰 외에도 다양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수혜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