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동률 상승' 4분기 호실적에도 증권가 컨센서스 하회
수에즈 사태로 400억 매출 이연…텍스타일 대손 인식도 부진 원인
아디다스 재고 재축적 본격화…신제품 발주도 조만간 진행 예정
화승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호실적이 예상됐던 4분기에도 증권가의 컨센서스를 대폭 하회했습니다. 다만 올해는 고객사의 주문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공장 가동률도 상승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동률 상승' 4분기 호실적에도 증권가 컨센서스 하회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화승엔터프라이즈의 매출액은 전년대비 16% 감소한 3251억 원,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86% 늘어난 80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대비로는 대폭 실적이 개선됐지만, 증권가의 눈높이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화승엔터프라이즈의 2023년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144억 원이었습니다. 실제 실적은 컨센서스를 44.4% 가량 하회한 셈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 기대치가 높았던 이유는 고객사의 주문이 지난해 4분기부터 재개됐기 때문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아디다스를 주 고객사로 하는 신발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 업체입니다. 총 매출 중 아디다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100%입니다.
앞서 화승엔터프라이즈는 지난해 3분기까지 고객사인 아디다스의 재고 소진 여파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경영실적 부진을 이유로 최고경영자를 교체한 아디다스는 지난해 신제품 출시보다는 재고 소진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쳤습니다. 아디다스의 발주가 줄어들면서 화승엔터프라이즈의 3분기 공장 가동률은 86%에 그쳤고, 실적은 매출액이 전년대비 41% 감소한 2613억 원, 영업손실은 17억 원으로 적자전환했습니다.
다만 4분기부터 아디다스의 재고 소진이 마무리되면서, 화승엔터프라이즈의 공장 가동률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2023년 10월 가동률은 90%, 12월에는 95%까지 회복됐습니다. 4분기 평균으로는 92~93%로 추정됩니다.
◆ 수에즈 사태로 400억 매출 이연…텍스타일 대손 인식도 부진 원인
가동률 상승에도 화승엔터프라이즈가 기대치를 하회한 실적을 거둔 이유는 물류 이슈와 함께 일회성 비용이 발생했기 때문으로 파악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들이 피습당하는 사례가 나타나며, 선사들이 아시아·태평양-유럽 간 항로를 아프리카 희망봉을 경유해 운항하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화승엔터프라이즈 역시 유럽으로 나가는 물량의 선적이 지연되면서 4분기에 반영돼야 했던 400억 원 규모의 매출이 이연된 것입니다.
이 외에도 텍스타일 공장의 재고 관련 대손이 60억 원 가량 인식되면서, 실적 부진의 원인이 됐습니다. 지난해 실적이 저조한 흐름을 보이면서 단기적으로는 의류, 텍스타일 제조법인의 부실 재고, 영업권 상각 등의 이슈가 발생한 것입니다. 다만 텍스타일 재고 대손은 예상됐던 부분이고, 과거부터 추세적으로 비용처리를 해왔던 부분이라 향후 실적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진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텍스타일 공장 내 가동률이 회복될 경우 대손충당금은 다시 환입될 수도 있습니다. 텍스타일 공장의 재고 관련 대손충당금은 지난 2022년 말에도 20억 원 가량 인식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2023년에 다시 환입이 됐습니다.
◆ 아디다스 재고 재축적 본격화…신제품 발주도 조만간 진행 예정
올해는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이미 지난해 4분기 영업흑자로 돌아섰고, 연간 영업이익 129억 원 중 80억 원을 4분기동안 벌었습니다. 올 상반기에는 지난해 하반기보다, 올 하반기에는 상반기보다 더 좋은 실적을 기록할 전망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의 향후 실적 성장의 근거는 ▲아디다스의 재고 재축적 수요가 본격화된다는 점 ▲스포츠 이벤트로 아이다스의 신제품 출시가 예정돼 있다는 점 ▲올해 부스트폼 채용 제품이 많아진다는 점입니다.
우선 아디다스의 재고 재축적 수요부터 살펴보면, 최근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수주 중 50% 가량이 재축적 물량으로 파악됩니다. 기존 제품들의 재고 소진에 따라 전 디자인의 전 컬러, 전 사이즈의 수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IR 담당자는 "현재 모든 제품의 모든 사이즈, 모든 컬러가 다 수주로 들어오고 있다"며 "최근 수주 중 아디다스 재고 재축적 물량이 약 50%를 차지한다. 올해 5~6월까지 이 물량을 소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올해 '파리올림픽'과 '유로2024' 등의 스포츠 이벤트로 아디다스가 신제품 출시에 나선다는 점도 화승엔터프라이즈에게 긍정적입니다. 일반적으로 큰 대회가 열리면 대회 관련 제품의 판매량이 급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아디다스도 대회를 앞두고 미리 신제품 발주를 낼 계획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도 올해 2분기부터 관련 물량을 생산할 전망입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IR 담당자는 "스포츠 이벤트들은 아디다스와의 신제품 계약건들이 생긴다는 점에서 매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최근 수에즈 운하 사태로 신제품 생산 시점이 당겨질 수도 있습니다. 이 담당자는 "최근 홍해 사태로 신제품 계약이 빨라질 수 있다"며 "아디다스 입장에서는 이벤트에 맞춰서 신제품을 시장에 풀어야 하는데, 현재 홍해 사태로 물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빨리 재고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부스트폼 채용 제품이 많아진다는 점도 화승엔터프라이즈의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부스트폼은 마진이 높은 제품이라 채용 제품이 늘어날 수록 회사의 수익성은 좋아지게 됩니다.
화승엔터프라이즈 IR 담당자는 "올해부터는 중저가 제품들에게도 부스트폼 채용이 많아지면서 부스트폼 매출은 900억 원으로 전망한다. 지난해는 매출이 400억 원에 그쳤다"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화승엔터프라이즈 IR 담당자와의 일문일답.
4분기 증권가 전망이 영업익 140억 원이었는데, 실제 수치는 80억 원. 어닝쇼크의 배경은.
"유럽에서의 선적 지연 이슈 때문이다. 홍해 사태로 유럽 매출이 4분기에 반영이 안됨. 1분기로 400억 원 가량 매출이 이연될 전망이다. 이 외에는 텍스타일 공장에서 재고 관련한 대손충당금이 65억 원 가량 인식했다. 텍스타일은 일회성으로 1분기부터는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다."유럽 이슈로 이연된 매출이 4분기에 반영됐더라도 전년대비 매출이 역성장. 원인은.
"아디다스 재고 축소가 10월 초까지는 이어졌고, 10월 하반기부터 가동률이 회복하고 있다. 현재는 가동률 95%대를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4분기 평균 가동률은 92~93%로 예상한다."아디다스 재고 축소 이슈는 끝났는지. 나이키는 재고 이슈가 나오던데.
"굉장히 가벼워진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부터 이미 재고 재축적에 들어갔음. 나이키와 달리 아디다스는 일찍부터 재고 소진을 시작해서 재고 상황이 나쁘지 않다. 재고 중 이지부스트 한정판 물량 비중이 꽤 컸는데, 재고 부담이 해소되면서 이 부분에서도 수주 나타나고 있다."최근 수주 트렌드는.
"딱히 트렌드가 없고, 모든 제품의 모든 사이즈, 모든 컬러가 다 들어온다. 최근 수주 중 아디다스 재고 재축적 물량이 약 50%를 차지한다. 올해 5~6월까지 이 물량을 소화할 예정이다."평균 수주단가가 상승세에 있다고 저번에 말했는데.
"ASP는 지난해 연말에 15.9달러였고, 올해는 16달러 중반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존 제품군 중에서 코어나 런닝 쪽 제품의 단가가 상승세이다. 컨트리오즈 라인업이나 스탠스미스, 삼바, 가젤 등의 평균 판매가 상승으로 납품 단가도 동반 상승하는 추세이다."알리나 테무의 글로벌 진출 영향은 없는지.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중저가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 실적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아디다스도 이를 염두에 두고 중저가 모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저가 퍼포먼스 의류나 신발의 생산이 많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200달러 대 신발에만 들어가던 부스트폼이 100달러 가격대의 제품에도 채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부스트폼 적용 제품 확대가 화승에 미치는 영향은.
"부스트폼이 이익률이 높은 제품인데 작년에는 이지부스트 재고 등이 쌓이면서 매출이 4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이지부스트 재고가 쌓이면서, 신제품을 내놓지 않았던게 가장 큰 원인이다. 올해부터는 중저가 제품들에게도 부스트폼 채용이 많아지면서, 올해 이쪽 매출은 900억 원 전망한다."올해 캐파 증가 계획은.
"지난해 생산량 감소와 유휴 설비 증가로 설비투자 거의 없었다. 4분기부터 가동률을 높이고 유휴 설비의 정상 가동을 진행하고 있다. 올 상반기 내로 정상화 전망한다. 월 평균 생산량을 보면, 2022년 1500만 족, 2023년 950만 족이었는데, 올해 1150만~1200만 족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설비를 풀 가동하고 싶지만, 상반기까지는 물류 이슈나 전방 수요 부진 등의 이유로 풀 가동은 어려운 상태이다. 또 가동률을 늘리기 위해 신규 인원을 투입하더라도 교육 기간이 필요해 초반에는 가동률이 저하될 수 있다."1분기 가동률은.
"1월은 95% 이상이었는데, 2월은 다소 낮아졌다. 공장이 있는 베트남의 설날과 중국 춘절 등의 이슈 때문이다. 3월에 다시 95% 이상으로 정상화 될 것으로 전망한다. 1분기 가동률은 95% 수준으로 예상한다."아디다스내 OEM 점유율은.
"2023년 말 기준 21%. 올해는 22%로 예상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1위 벤더사와 점유율이 별 차이 없다. 저번에도 말씀드린 것 같은데, 점유율을 급하게 늘릴 계획 없다. 만약 아디다스 내 화승 점유율이 30%를 차지하게 될 경우 멀티 바이어가 필요하다. 아디다스가 수주를 줄이면 실적이 대폭 감소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따라서 현 수준에서는 점진적으로 점유율을 높여나가는게 맞다고 생각한다."하반기 스포츠 이벤트들이 매출에 도움이 될까.
"신제품 계약건들과 연관이 있다. 그리고 최근 홍해 사태로 신제품 계약이 빨라질 수 있다. 아디다스 입장에서는 이벤트에 맞춰서 신제품을 시장에 풀어야 하는데, 현재 홍해 사태로 물류 상황이 좋지 않다보니 빨리 재고를 확보하기를 원하는 상황이다. 지금 홍해 사태로 아디다스까지 배송이 40일 걸리던게 80일까지 걸리는 상황이다."밸류업 프로그램에 따라 주주환원 확대 계획 있는지.
"지난해까지는 주주환원 확대할만한 실적이 아니었다. 배당을 늘리고자 하는 의지는 있다. 지난해 실적부진에도 최소 2022년 수준은 유지할 계획이다. 실적이 좋아지면 주주환원 확대할 계획이 있다."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