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증권사가 SK온 사업 가치를 '0'으로 평가한 배경은

SK온 "지난해 수익성 개선…올해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
"이익 창출 의구심…배터리 사업 가치는 0원"
근거① 미국·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우려
근거② 리튬 공급과잉 지속…2025년까지 가격 하락
2차전지 업종 투자, 언제가 적절할까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사진=SK온 제공)

SK온 서산 배터리 공장.(사진=SK온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
전일 SK이노베이션의 2023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이 끝난 뒤, 삼성증권에서 목표주가를 21만 원에서 16만 원으로 하향했습니다. 목표주가 하향 조정의 원인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사업 가치를 '0원'으로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사업 가치란 단순히 현재의 실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가치 판단의 기준은 회사가 벌어들일 '미래의 이익' 또는 '미래의 현금' 입니다. 미래의 현금을 할인해서 현재 가치로 전환하거나, 미래의 이익에 밸류에이션 지표(PER 등)를 곱해서 기업 가치를 판단합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삼성증권의 조현렬 애널리스트는 SK온의 가치 판단 방식으로 후자를 사용했습니다. SK온의 미래 이익인 '향후 12개월 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에 'PER'(주가수익배수)를 곱했더니 '0'가 나온 셈입니다.

◆ SK온 "지난해 수익성 개선…올해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

SK이노베이션은 6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의 지난해 실적과 향후 전망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의 2023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5.3% 감소한 2조7231억 원, 영업손실은 18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SK온은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 판매가격이 하락했지만, 북미의 생산성 개선과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손실률을 최소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가이던스도 긍정적으로 제시했습니다. SK온은 2024년 중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진행합니다. 현재 생산능력이 88GWh(기가와트시)인데, 1분기 중 유럽 3공장(30GWh), 2분기에는 중국 신규 공장(33GWh)을 도입해 총 152GWh까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신규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는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합니다. 여기에 SK온은 배터리 가격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완성차 고객사들은 배터리 재고 소진을 진행하면서 가격과 출하량 모두 부진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반등을 자신했습니다. 신규 공장의 수율이 올라가고, 배터리 가격이 안정되며, 고객사의 재고 소진이 마무리되면서 재고 재축적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격과 출하량 모두 상승세에 접어드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SK온은 올해 상반기는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둔화하지만,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증권사 "이익 창출 의구심…배터리 사업 가치는 0원"

그럼에도 조 애널리스트는 12개월 후 SK온의 사업가치를 '0원'으로 평가했습니다. SK온의 전망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조 애널리스트는 SK온이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내용들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상반기의 매출·수익성이 부정적인 상황과 하반기 BEP 달성을 모두 고려해 올해 SK온 영업이익을 460억 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영업이익을 460억 원으로 예상할 경우 SK온의 EBITDA는 더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를 가치평가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SK온의 이익이 창출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는 가치를 0원으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조 애널리스트는 "SK온은 올해 상반기 아주 어려운 영업 환경 불가피할 것"이라며 "향후 배터리 사업의 이익 창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될 경우 가치를 재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 근거① 미국·유럽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 우려

조 애널리스트는 SK온의 이익 창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을 보면, 이렇게 향후 SK온의 이익 창출 능력에 대해 부정적인 이유를 두 가지로 추론할 수 있습니다. 우선은 전기차 시장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입니다.

1월 들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사업 부문에 대해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선 유럽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볼보는 전기차 자회사인 폴스타의 지분을 매각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상당한 자금을 투자한 데 비해 단기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자금 부담이 생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르노(Renault)는 전기차 부문 암페어(Ampere)의 기업 공개를 철회했다고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전기차 판매량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가치를 낮게 평가받았기 때문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경우 포드는 지난해 12월 전기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 생산량을 공급업체들에게 매주 3200대에서 1600대로 줄일 것으로 요청했습니다. 1월에는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인원의 일부를 내연기관 조립 공장으로 재배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대장 테슬라는 실적발표회를 통해 2024년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2023년 대비 ‘눈에 띄게‘ 낮아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전기차 스타트업 업체들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미국의 신생 전기차 업체인 로즈타운 모터스(Lordstown Motors)와 전기차 부품제조 업체 프로테라(Proterra)는 파산을 선언햇고, 현대차가 투자한 것으로 유명한 영국 전기차 스타트업 어라이벌(Arrival)은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나스닥에서 퇴출 결정을 받았습니다.

전기차 업체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는 이유는 보조금의 영향입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조금 규모를 매년 2월에 발표하고 3월부터 지급하는데, 이에 따라 1~2월 사이에는 전기차 판매량이 평소보다 급감합니다.

그런데 전기차 보조금 정책의 변화가 미국과 유럽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전기차 구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차종수가 20234년 43개에서 올해 19개로 대폭 축소됏습니다. 배터리 부품의 공급망에 중국이 껴있기 때문입니다. 북미 완성차 업체들은 배터리 공급망 조정을 통해 세제 혜택 차종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수요 둔화 우려는 이미 시작된 상황입니다.

유럽에서는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고 있습니다. 프랑스는 지난해 12월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유럽내 제조 차량으로만 한정했습니다. 독일은 2024년부터 전기차 보조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선언했습니다.

◆ 근거② 리튬 공급과잉 지속…2025년까지 가격 하락

두 번째로는 리튬가격의 단기 반등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수산화리튬 가격은 리튬이온 배터리 가격과 직결됩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하면, 시차를 두고 배터리 가격도 하락하는 식입니다. 리튬 가격이 하락할 수록, SK온과 같은 배터리 업체들의 판매가격도 낮아지게 됩니다.

최근 리튬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탄산리튬은 최근 한 달 동안 kg당 86.5위안에서 횡보하는 반면, 수산화리튬은 추가 적으로 16% 하락했습니다. 가격정보업체 패스트마켓(Fastmarkets)의 가격을 인용하고 있는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수산화리튬 가격은 2월 4일 기준 13.25달러로 1월 초에 비해 16% 하락했습니다. 12월초와 비교하면 27% 하락한 것입니다.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 모두 최근 1년간 80% 넘게 하락한 상황인데, 이는 중국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예년보다 낮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중국 배터리 공급망 내 재고가 높기 때문으로 판단됩니다.

리튬의 수급 전망은 조사기관마다 상이하나 대부분 올해와 내년 10만~20만톤 규모의 공급과잉을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리튬 공급량의 40%를 차지하는 호주 광산업체들로서는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라 공급망 내 반제품 재고가 쌓이면서 생산량 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패스트마켓에 따르면 2분기 리튬에 대한 재고 재축적 수요로 완만한 가격 회복이 있겠지만 하반기는 다시 낮아지고, 하락 추세는 2025년까지 이어질 예정입니다.

◆ 2차전지 업종 투자, 언제가 적절할까

이렇듯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인한 배터리 출하량 감소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배터리 가격 하락이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경우, SK온의 손익분기점 달성을 차후로 미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 애널리스트가 "향후 배터리 사업의 이익 창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될 경우 가치를 재반영할 계획"이라는 말은 전기차 판매량 성장세가 회복되거나, 리튬 가격의 가격이 반등할 경우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판가 하락 및 수요 부진의 영향을 확인하면서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받았습니다. 이에 따라 반등 시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생기고 있습니다. 오늘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업체들 뿐만 아니라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머티 등 에코프로 그룹사, 엘앤에프, 포스코퓨처엠 등의 2차전지 밸류체인 내 기업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만 2월 역시 배터리 업체들에 대해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하는 것이 옳다고 보입니다. 앞서 조 애널리스트가 언급한 것처럼, 향후 배터리 사업 전망을 밝게 할 만한 소식(▲전기차 성장세 회복 ▲리튬 가격 반등) 등이 확인될 필요가 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제공된 정보에 의한 투자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더인베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실시간 IR취재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