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서산 배터리 공장.(사진=SK온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여기서 말하는 사업 가치란 단순히 현재의 실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가치 판단의 기준은 회사가 벌어들일 '미래의 이익' 또는 '미래의 현금' 입니다. 미래의 현금을 할인해서 현재 가치로 전환하거나, 미래의 이익에 밸류에이션 지표(PER 등)를 곱해서 기업 가치를 판단합니다.
보고서를 작성한 삼성증권의 조현렬 애널리스트는 SK온의 가치 판단 방식으로 후자를 사용했습니다. SK온의 미래 이익인 '향후 12개월 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에 'PER'(주가수익배수)를 곱했더니 '0'가 나온 셈입니다.
◆ SK온 "지난해 수익성 개선…올해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
SK이노베이션은 6일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SK온의 지난해 실적과 향후 전망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배터리 사업을 맡고 있는 SK온의 2023년 4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5.3% 감소한 2조7231억 원, 영업손실은 18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SK온은 리튬 등 원재료 가격 하락으로 배터리 판매가격이 하락했지만, 북미의 생산성 개선과 비용 절감을 통해 영업손실률을 최소화했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가이던스도 긍정적으로 제시했습니다. SK온은 2024년 중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설비투자를 진행합니다. 현재 생산능력이 88GWh(기가와트시)인데, 1분기 중 유럽 3공장(30GWh), 2분기에는 중국 신규 공장(33GWh)을 도입해 총 152GWh까지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신규 공장이 가동됨에 따라 올해 상반기에는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합니다. 여기에 SK온은 배터리 가격의 하락 추세가 지속되고, 완성차 고객사들은 배터리 재고 소진을 진행하면서 가격과 출하량 모두 부진한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반등을 자신했습니다. 신규 공장의 수율이 올라가고, 배터리 가격이 안정되며, 고객사의 재고 소진이 마무리되면서 재고 재축적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가격과 출하량 모두 상승세에 접어드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SK온은 올해 상반기는 수익성이 지속적으로 둔화하지만,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 증권사 "이익 창출 의구심…배터리 사업 가치는 0원"
그럼에도 조 애널리스트는 12개월 후 SK온의 사업가치를 '0원'으로 평가했습니다. SK온의 전망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조 애널리스트는 SK온이 컨퍼런스콜에서 밝힌 내용들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상반기의 매출·수익성이 부정적인 상황과 하반기 BEP 달성을 모두 고려해 올해 SK온 영업이익을 460억 원으로 전망했습니다. 영업이익을 460억 원으로 예상할 경우 SK온의 EBITDA는 더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나 이를 가치평가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SK온의 이익이 창출되는지 눈으로 확인할 때까지는 가치를 0원으로 보겠다는 것입니다.
조 애널리스트는 "SK온은 올해 상반기 아주 어려운 영업 환경 불가피할 것"이라며 "향후 배터리 사업의 이익 창출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해소될 경우 가치를 재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