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알' 지분 투자로 폐배터리 전처리 기술·설비 확보
블랙파우더 통해 배터리 제조 생태계 '공급자' 역할 전망
폐배터리 '매입 채널·전처리 거점' 구축 전략
"이알 설비 전개 200억~300억" 폐배터리 관련 관련 예산은
현대글로비스가 전기차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올해 안에 가시적인 사업기반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지난 22일 이알(ER) 지분투자를 통해 폐배터리 전처리 신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사업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알' 지분 투자로 폐배터리 전처리 기술·설비 확보
29일 현대글로비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22일 폐배터리 전처리 기술을 갖춘 배터리 재활용 전문기업 이알과 지분 투자와 관련한 투자계약서(SSA)를 체결했습니다. 이알은 전기차 사용후 배터리 전처리 역량을 갖춘 업체로 꼽힙니다.
폐배터리 전처리란 배터리의 물리적 해체를 뜻합니다. 배터리에 남아 있는 전력을 방전시키고 해체한 뒤 불순물을 제거한 이후 양극재 분리물인 블랙파우더까지 만드는 것이 전처리 공정입니다.
이알은 폐리튬 이온배터리를 저온 진공시스템으로 처리하는 기술과 설비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폐배터리의 전처리 과정에서 폐수와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지 않고 전해질을 회수하는 친환경 공정 기술도 갖췄습니다.
현대글로비스가 이알에 지분을 투자하면서 이러한 전처리 기술 및 설비 사용에 대한 권리를 갖게 됐습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지난 25일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알 지분투자를 통해 폐배터리 전처리 신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회수~전처리까지 포함하는 본격적인 사업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전기차 판매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고 지난해부터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준비해 왔습니다. 회사가 예상한 2035년 전기차 판매량은 7000만 대 입니다. 판매량을 8000만 대로 예상한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될 것이라 예상한 셈입니다.
이미 많은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배터리의 소재 수급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각 국의 친환경 정책에 대응해,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도 2022년부터 관련 태스크포스 팀(TFT)을 만들어 폐배터리 재활용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전략적인 목표를 세웠습니다. 현대글로비스 역시 현대차그룹의 TFT에 참여해 폐배터리 재활용 전략을 수립할 예정입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사용 후 배터리(EOLB) 사업은 오는 2040년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분야가 정점을 찍으면서 본격화되고, 2050년에는 피크를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습니다.
◆ 블랙파우더 통해 배터리 제조 생태계 '공급자' 역할 전망
전기차 시장전망 등을 감안했을 때, 현대글로비스의 폐배터리 사업은 현대차그룹 내 공급망관리(SCM) 역량을 활용해 폐차 된 전기차에서 나온 배터리를 회수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시장에서 발생한 사용후 배터리를 확보·매입해 블랙파우더 형태로 가공한 뒤, 배터리 제조 생태계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블랙파우더란 폐배터리를 잘게 쪼갠 뒤, 열처리를 거친 검은색 분말을 말합니다. 블랙파우더에는 배터리를 제조할 때 첨가했던 원료들인 리튬과 코발트, 망간, 니켈, 알루미늄 등의 금속물질이 포함돼 있습니다. 현대글로비스는 블랙파우더에서 이 금속물질들을 추출한 뒤, 다시 배터리를 만드는 후처리 업체에 공급하는 전략을 고심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전략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필요합니다. 사용후 배터리는 다양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각 지역별로 발생 수량 등을 예측해서 회수 거점을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폐배터리를 해체하지 않은 팩 상태로 회수하게 되므로 위험도도 높으며, 업체 별로 배터리 모양도 달라서 물류 운영에도 어려움이 따릅니다. 회수체계를 구축하는 난이도가 높습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배터리 제조 생태계에서 공급자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운영 비용을 혁신하는 것이 사업의 성공 요인"이라며 "전처리 거점들을 소형·중형·대형 거점들로 적절하게 확보해 팩 상태로서의 이동을 가장 최소화하는 방식의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 폐배터리 '매입 채널·전처리 거점' 구축 전략
현대글로비스는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 진행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을 두 가지로 꼽았습니다. 첫 번째는 사용후 배터리의 매입 채널을 확보하는 것이고, 두 번째가 블랙파우더 판매망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선 사용후 배터리의 매입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서 현대글로비스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주요 폐배터리 공급자들과 윈-윈(win-win)할 수 있는 사업구조를 만들고, 전략적 공급자들과는 지분 투자를 통해 강력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계획입니다. 또한 현대차그룹의 파트너사를 적극 활용할 방침입니다.
블랙파우더 판매망 확보를 위해서는 전처리 거점을 적극적으로 확보해 나갈 계획입니다. 폐배터리를 최대한 빨리 블랙파우더로 바꿔 팩 상태로 이동하지 않게 하기 위함입니다. 최근 현대글로비스가 발표한 이알 지분 투자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국내와 인도네시아, 미국, 유럽 등 각 지역에 맞는 폐차장 전처리 거점 및 설비 구축 작업을 준비해서 실행할 것"이라며 "사용후 배터리 재활용 사업 역량을 지속확보하여 미래 주력사업이 될 수 있도록 초기 기반 다지겠다"고 설명했습니다.
◆ "이알 설비 전개 200억~300억" 폐배터리 관련 관련 예산은
현대글로비스는 본격적으로 폐배터리가 시장에 나오는 시점을 오는 2027년으로 예상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7년까지는 폐배터리 회수를 위한 지역에 소규모 친환경 설비를 확보해나갈 방침입니다.
폐배터리 회수를 위한 거점 확보는 유럽에서부터 전개해나갈 계획입니다. 유럽은 엄격한 환경 규제때문에 폐배터리의 크로스보더(국경을 넘는) 이동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경우 대형 거점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폐배터리의 이동이 자유롭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동 거리가 길어질 경우 물류비가 증가할 수 있어 최적의 거점 확보를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배터리가 회수되는 지역과 거점의 개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어느 지역에 몇 개 거점을 확보할 지는 아직 내부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라며 "설비 개수에 따라 총 투자규모는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알 규모의 설비를 한 군데 전개하는 것은 200억~300억 원 수준이며, 여기에 거점 개수를 곱하면 총 투자비용이 계산 가능할 수 있다"며 "올 2분기쯤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시장에 다시 공유드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