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항암제 시장 트렌드로 부상한 ADC
레고켐바이오 ‘VISION 2030' 조기달성 위해 파이프라인 확대
오리온 투자유치 배경은 "파이프라인 임상 확대"
연구개발 지속에 "향후 4~5년 안에 10조~20조 원의 가치"
레고켐바이오의 온라인 기업설명회가 지난 19일 진행됐습니다. 이 자리에서 레고켐바이오는 오리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투자배경과 향후 성장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레고켐바이오는 개인 주주들에게 오리온의 투자 배경과 자금조달 목적, 진행상황 등을 가감없이 설명했습니다.◆ 글로벌 항암제 시장 트렌드로 부상한 ADC
ADC는 약물에 특정 암세포의 항원 단백질을 공격하는 항체를 붙인 것을 의미합니다. ADC는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공동 개발한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가 등장하며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트렌드가 됐습니다. 엔허투를 투여한 환자의 암 진행 없는 생존 기간(PFS)이 대거 연장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파마들은 인수합병(M&A), 기술이전 등을 통해 예외없이 ADC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레고켐바이오는 ADC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플랫폼을 가진 업체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이번 온라인 기업설명회를 통해 "ADC를 둘러싼 업황에 대해서는 주주분들이 부분적으로 알고 계시겠지만, 업계에서 발라볼 때는 ADC의 시대가 도래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ADC에 대한 수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우선은 기술이전을 통해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것이 첫 번째 수요이며, 자사 보유 항체의약품에 세포독성 약물을 링커(Linker)로 연결해 타깃 암세포만을 특이적으로 공격하는 ADC를 자체개발하는 것이 두 번째 수요입니다. 마지막으로는 면역항암제와 ADC가 접목되면서 AIC(면역조절 항체 결합체), ADIC(ADC+AIC) 등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이 세 가지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회사가 글로벌 제약사의 가장 좋은 전략 파트너"라며 "면역항암제 쪽에서도 내부 발굴한 후보물질을 통해 글로벌 제약사의 니즈에 맞출 수 있는 전략적 제휴 파트너가 레고켐바이오"라고 자부했습니다.
◆ 레고켐바이오 ‘VISION 2030' 조기달성 위해 파이프라인 확대
이러한 자신감을 배경으로 레고켐바이오는 파이프라인 확대에 나설 계획입니다. 지난 2021년 레고켐바이오는 2030년까지 'ADC(항체-약물접합체) 글로벌 탑 기업'이 되겠다는 ‘VISION 2030' 목표를 세웠습니다. 이어 2021년 8월에는 16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해 향후 5년 간 5개의 임상 파이프라인 확보를 목표했습니다.
지난해 말에는 ‘VISION 2030'을 조기 달성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했습니다. 기존 계획보다 두 배 높은 목표인 연간 4~5개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5년 내 10개의 임상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레고켐바이오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향후 5년여에 걸쳐 약 1조 원의 연구개발 자금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레고켐바이오가 오리온의 투자를 유치한 배경입니다.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5일 오리온의 유상증자 참여로 글로벌 제약사 수준의 연구개발 투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오리온은 5485억 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레고켐바이오의 최대주주(지분율 25.73%)가 됐습니다.
유상증자 발표 이후 오리온와 레고켐바이오 주가는 각각 21%, 13% 하락했습니다. 오리온 투자자들은 이익을 안정적으로 창출하는 오리온이 위험이 높은 신약개발 사업 모델을 보유한 레고켐바이오에 투자하면서 향후 대규모의 연구개발비용 집행에 따른 손실 발생 가능성과 재무구조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했습니다.
또한 레고켐바이오 투자자들은 글로벌 ADC 바이오텍들이 빅파마에게 높은 프리미엄이 반영되어 인수되거나 기술 이전하는 등 ADC 파이프라인들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업황에서 프리미엄 없이 최대주주가 변경되었다는 점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 오리온 투자유치 배경은 "파이프라인 임상 확대"
레고켐바이오의 자금 소요 일정을 상세히 살펴보면, R&D 비용이 누적으로 올해 1500억 원, 2027년 4000억 원, 2030년까지는 1조 원 이상이 예상됩니다. 이 중 5000억~6000억 원의 비용은 자체 충당이 가능하지만, 나머지는 오리온으로부터 조달했다는게 레고켐바이오의 설명입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레고켐바이오의 현금 보유액은 1200억 원입니다. 여기에 얀센에게 'LCB84'를 기술 이전하면서 확보한 계약금이 1304억 원, 향후 3년 안에 추가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마일스톤이 2608억 원입니다. 이번에 오리온으로부터 47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레고켐바이오는 1조 원의 R&D 자금을 확보하게 됐습니다.
레고켐바이오의 1조 원 자금 중 6000억 원은 5개의 파이프라인 임상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나머지 4000억 원은 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한 연구개발비용으로 사용될 계획입니다.
◆ 연구개발 지속에 "향후 4~5년 안에 10조~20조 원의 가치"
유상증자에 따라서 레고켐바이오는 주식 796.3만주, 자본금 4,698억 원이 증가합니다. 유상증자와 기존 최대주주들의 지분 매각으로 김용주 대표 및 박세진 수석부사장 지분은 이후 각각 3.37%, 0.5%로 하락(오리온 유상증자 이후 총 주식 수 기준)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레고켐바이오의 연구개발이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투자자들의 우려도 있습니다. 그러나 오리온과 레고켐바이오는 경영권은 기존 경영진들이 유지할 것으로 발표했습니다. 또한 기존 경영진들을 포함한 핵심 인력은 최소 10년 이상 유지될 예정이고, 오리온 측은 레고켐바이오의 인사권 및 연구개발에 관해서 관여할 수 없음을 명백히 했습니다.
제약바이오 기업 경영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레고켐바이오의 신약 개발 관련 전략 등도 유지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자금조달로 레고켐바이오는 글로벌 No.1 ADC 기업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했습니다. 경쟁사 중 1조 원을 보유한 채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기업이 없다는 점을 경쟁 우위로 꼽았습니다.
레고켐바이오 관계자는 "향후 4~5년 안에 10조~20조 원의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계획이 잘 진행되면 2~3년 내에 기술이전 수익만으로도 흑자 달성이 가능한 바이오텍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음은 레고켐바이오 온라인 기업설명회에서 진행된 질의응답.
바이오 사업역량이 크지 않은 오리온을 파트너로 선정한 이유.
A. 레고켐바이오는 지난 18년동안 김용주 대표를 포함한 핵심인력들이 고유의 조직문화와 전략으로 성장해왔다.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항이 자율적 경영보장이다. 오리온은 이를 확실하게 보장했으며, 차세대 경영진까지 연속성과 일관성을 가지고 운영해줄 것을 요청했다. 오리온과의 지분 양도 계약서에는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자율성 보장 조항이 담겨있다.향후 오리온이 세부 경영에 관여할 경우 보완장치가 있는가.
A. 레고켐바이오의 사업전략 상 핵심 멤버들이 우리의 전략에 최적화된 인물들이다. 이러한 요소를 건드렸을 때 회사가 변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오리온과의 계약에서 강조했다. 오리온 측에서도 오히려 더 오랫동안 레고켐바이오를 경영해 달라고 요청했다. 향후 3년 정도 일을 같이 하다보면 신뢰가 생길 수 있다고 본다.굳이 지금 시점에서 4700억 원이 필요했는지.
A. 임상을 진행할 때 자금을 확보하지 않은 상황에서 일을 벌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임상 중간에 자금의 융통이 안되면서 임상을 중단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전략상 확실하게 자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시작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최근 ADC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기회라고 판단했다. 현재 자금을 확보한 채, 공격적으로 임상을 진행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글로벌 제약사로부터의 인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닌가.
A. 레고켐바이오의 시총이 1조5000억 원인데, 이 기업을 3조 원에 인수한다고 해도 외부 M&A는 경쟁력이 낮다고 본다. 왜냐면 M&A는 경영권을 보장하지 않고 회사를 내부화시켜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될 경우 레고켐바이오의 기존 전략이 다 사라지게 된다. 기존 전략을 고수하는게 맞다고 봤고, 오리온 외에 다른 제안이 왔더라도 거절했을 것이다.오리온이 향후 레고켐을 매각할 경우 보완책이 있을지.
A. 법률적으로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주어진 시간동안 서로의 신뢰를 쌓는게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레고켐바이오는 오히려 일정 시간이 지날 겨우, 오리온 측에서 좀 더 남아있기를 바랄 것이라 생각한다.경영권 프리미엄이 5% 수준인데, 너무 낮은 것이 아닌가.
A. 100% 이상의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더라도,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한 채 넘긴다면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경영권을 보장받지 못한다면 비싼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더라도 반대할 것이다.주가 하락 이유가 악재가 있는 것은 아닌지.
A.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내부자들만 아는 정보는 없다. 임상은 잘 되고 있으며, 라이센싱도 2023년부터 수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 여러 딜들이 조만간 가시화 될 것이다. 앞으로의 딜은 글로벌 제약사와의 빅 딜일 가능성이 높다. 향후에 소통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 동안은 IR팀을 중심으로 기관투자자들과 소통해왔는데, 글로벌 회사로 가는 입장에서 주주들과 소통하는 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연구개발 전략과 사업화 현황 등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대표이사의 지분을 절반 가량 매각한 이유는.
A. 이번 계약으로 오리온이 레고켐바이오 지분 25%를 가지게 된다. 이번 딜의 본질은 유상증자로 4700억 원이 레고켐바이오에 유입되는 것이다. 구주 매각(대표이사 지분 매각)은 원래 계획에 없었지만, 오리온의 인수 자금을 줄이기 위해 신주를 줄이고 구주를 일부 포함시킨 것이다. 인수 금액을 5500억 원에 맞추고, 신주를 통해 들어오는 자금을 높이고자 했다. 대표이사의 지분 매각과 관련해 은퇴나 이면계약 같은 내용은 없다.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