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지도] 美 보조금 대상 전기차 밸류체인①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1공장 건설 현장 전경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 폴란드 리튬이온 배터리 분리막(LiBS) 1공장 건설 현장 전경 (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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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일 미국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FEoC, Foreign Entity of Concern) 지침이 반영된 보조금 수령 전기차 리스트가 발표되었습니다. 지난해 12월 초 발표된 FEoC 정의를 빡빡하게 반영하면서, 미국 내부에서 보조금을 수령할 수 있는 전기차 모델 수가 지난해 43개에서 올해 1월 19개로 감소했습니다.

보조금 대상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올해부터 미국 정부가 전기차에 사용되는 배터리 부품 요건을 더 엄격하게 따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 원산지 요건을 충족하고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혜택을 받으려면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광물은 2025년부터 FEoC에서 조달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지난달 미국 정부는 중국에 있는 사실상 모든 기업을 FEOC로 규정했습니다. 따라서 미국에서 전기차를 파는 업체들은 중국에서 조달한 배터리 부품과 핵심광물을 사용하면 안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현재 전기차 업계는 중국산 부품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FEOC 규정이 발표되면서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이 줄어들게 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다시 보조금을 받기 위해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춰야되는 상황이 됐습니다.

보조금 대상 전기차에 밸류체인에 주목하자
연초부터 IRA 보조금 지급 기준이 연말 정산에서 구매 시점으로 변경된 상황입니다. 이번 리스트에 포함된 모델들을 중심으로의 전기차 수요 차별화가 진행될 것으로 판단합니다.

이번 리스트에서 주목할 점은 LG에너지솔루션 미시건의 배터리를 장착한 GM의 볼트는 전액 보조금(7500달러) 목록에 포함된 반면, 얼티엄셀즈(LG에너지솔루션 미시건+GM 합작법인)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장착한 배블레이저와 이쿼녹스 등은 보조금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미시건과 얼티엄셀즈에서 생산되는 배터리 라인의 차이는 분리막과 전해액(배터리 부품)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LG엔솔 미시간 라인의 분리막은 일본의 도레이(Toray)와 한국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필름을 납품하고, LG화학이 코팅을 진행했습니다. 전해액은 국내의 솔브레인홀딩스와 일본 미쓰비시가 공급 중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FEoC에 저촉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반면, 얼티엄셀즈의 배터리 셀을 채택한 GM의 블레이저·이쿼녹스 모델의 경우 전해액과 분리막의 중국 노출도가 높아 FEoC 규제에 저촉되면서 보조금 리스트에서 제외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중국산 밸류체인의 전환이 관전 포인트
얼티엄셀즈는 지난 2021년 6월 중국 분리막 업체인 창신신소재와 2024년까지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전해액의 경우에도 2025년까지 중국 신저우방과 중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입니다.

다만 이 공급계약이 향후에도 유지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왜냐면 FEoC 발표로 중국 업체들이 직접 북미 생산기지를 운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입니다.

7500달러 규모의 전기차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FEoC에 대한 최종 규칙안을 살펴보면, ‘우려국 정부’(중국)에 의해 ‘소유·통제·지시’(중국기업)를 받을 시 FEoC로 지정됩니다. 여기서 ‘소유·통제·지시’를 받는다는 것은 ▲우려국 정부가 지분의 25% 이상을 소유하거나 ▲유효한 통제권(effective control)을 확보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라이센싱(Licensing)이나 계약을 통해 부품 또는 소재의 생산 전반(채굴·가공·재활용·제조·조립)에 대한 ‘유효한 통제권’을 행사하는 경우에도 FEoC로 분류될 수 있습니다. 그냥 쉽게 말씀드리면, 우려국으로 지정된 중국에 설립된 모든 2차전지 관련 업체는 FEoC에 해당되는 셈입니다.

FEoC의 확정 이전에는 중국 분리막 업체들의 북미 진출도 기정사실화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중국의 분리막 제조업체인 상해은첩(SEMCORP)은 2022년 8월, 미국 오하이오 주의 시드니에 9.2억 달러를 투자해 연산 10억~12억㎡의 설비를 가진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현재 도로 및 기반 시설 구축의 마무리 단계를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되며, 빠르면 올해 상반기에 제품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상해은첩의 북미 증설 계획은 FEoC 발표로 중국 외 국가의 합작 파트너를 구하지 않는 이상 고객사를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상해은첩의 분리막을 탑재한 전기차는 미국 내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되고, 자연스래 소비자들의 선택지에서 멀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기존 중국 업체들의 분리막이나 전해액을 사용한 배터리를 탑재하던 완성차 업체들도 점차 배터리 제조사에게 중국산을 없애도록 밸류체인 변경을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실제 이번 발표 이후 GM은 "향후 얼티엄셀즈가 공급한 배터리가 채택된 전기차 모델들도 향후 보조금 수령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말은 즉, 전해액과 분리막 소싱처를 바꾸겠다는 말입니다. 얼티엄셀즈 라인의 분리막, 전해액 밸류체인이 중국에서 다른 국가로 전환될 가능성은 거의 100%라고 보는 이유입니다.

믿을 곳은 한국과 일본 뿐입니다
단언컨데 국내 분리막 업체들은 북미 내 강력한 경쟁자의 부재로 수혜를 받을 것입니다. 북미 내의 유일한 분리막 제조업체는 아사히 카세이(Asahi Kasei)의 자회사인 셀가드(Celgard)입니다.

다만 건식 분리막 업체이다보니 습식 분리막의 채택률이 높아지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의 비중은 그리 커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합니다. 또한, 셀가드의 2030년 설비 전망치인 14억㎡를 전부 습식 분리막으로 전환한다고 가정해도 115.6억㎡에 달하는 미국의 2030년 분리막 수요를 충족시키기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입니다.

따라서 2024년부터 북미에 남은 선택지는 한국(더블유씨피, SK아이이테크놀로지)과 일본(아사히 카세이, 도레이, 스시모토) 기업 뿐입니다.

다만, 일본 분리막 업계는 ▲한국 업체 대비 낮은 생산성(일본 생산 라인 설비 폭 3000~4000mm vs 한국 최대 5500mm) ▲단독 사업 법인이 아닌 사업부문 형태로 미온적인 투자 성향 ▲자국 완성차OEM에 대한 공급을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국내 분리막 업체들이 우위에 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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