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쟁사 사업철수에 비에이치 '미소'…"수주량 증가 대비해 공장 증설한다"(IR분석)

비에이치 본사 전경.(사진=비에이치 제공)

비에이치 본사 전경.(사진=비에이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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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제조업체 비에이치가 내년 시장점유율 확대를 자신했다. 경쟁사들이 연이어 FPCB 사업 철수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특히 비에이치는 고객사의 수주 물량 증가를 대비해 공장 증설을 고려하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달 초 삼성전기는 FPCB 사업 중단 결정을 공시했다. 삼성전기는 사업 철수 이후 적층세라믹커패시터 등 고부가 기판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올해 FPCB 시장 점유율 2위와 3위 업체인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업계 1위 기업 비에이치의 수혜가 가시화됐다.

비에이치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IT(정보통신)제품의 필수 부품인 FPCB를 제조하는 업체이다. 주 고객사는 국내에서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해외에서는 애플과 퀄컴 등이 꼽힌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23.3%로 업계 1위이다.

최근 2년간 비에이치의 실적은 역성장을 이어갔다. 코로나19 여파로 전방시장이 부진했던 이유도 있지만 중국과 동남아 지역의 업체들이 저가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에이치 매출은 2018년 7679억 원에서 2020년 7214억 원까지 줄었다.

다만 올해는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 3분기 누적 매출액은 전년대비 29.7% 증가한 6349억 원을 기록한 것이다.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고 실적이다. 연간 매출 8000억 원도 가능할 전망이다.

비에이치의 실적 개선 원인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우선 올해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등 프리미엄 폰을 출시하면서 FPCB 수요가 늘었다. 이와 함께 LG이노텍이 상반기 중 FPCB 시장에서 손을 떼면서 시장 점유율이 대폭 확대됐다. 실제 비에이치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FPCB 시장 점유율은 2분기까지 23.5%였지만 3분기에는 27.2%까지 증가했다.

LG이노텍에 이어 삼성전기까지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비에이치는 내년 중 시장 점유율 30% 이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애플에 납품하는 FPCB의 수주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애플 아이폰 시리즈에 사용하는 FPCB는 대략적으로 비에이치가 55%, 삼성전기가 30%, 영풍전자가 15%를 맡아서 생산했다. 여기서 삼성전기가 빠질 경우 비에이치의 애플 아이폰용 FPCB 점유율은 60~70%까지 늘어날 수 있다. 현재 애플의 아이폰13 판매량이 호조를 보여 내년 추가 생산이 확실시되는 만큼 비에이치는 수주 물량 증가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수주량 증가가 예상됨에 따라 비에이치는 공장 증설을 서둘러 진행할 방침이다. 물량이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용 기판 공장 증설이 내년 6월 완료되고 나면, 하반기에는 스마트폰용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내년 중 삼성전자가 폴더블 스마트폰 '갤럭시 Z플립4'와 갤럭시 폴드4', 애플은 아이폰14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만큼 FPCB 생산 능력을 확장할 필요가 생겼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비에이치의 IR담당자와 내년 FPCB 시장 점유율 전망, 삼성전기의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 공장 증설 계획과 증설 후 생산 능력, 올해와 내년 실적 가이던스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비에이치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올해 실적 흐름이 좋다. 실적 개선의 배경을 꼽자면.
"아무래도 전방산업의 업황이 좋아지고 있고 LG이노텍이 사업을 철수한 영향도 받은 것 같다. 우선 전방 산업의 경우 스마트폰 신제품들이 올해 많이 출시됐고, 전기차 생산량도 늘어나고 있다. 또 FPCB 사업에서 우리 다음으로 점유율을 많이 가져가던 LG이노텍이 올해 상반기에 사업을 중단하면서 우리가 수혜를 본 측면도 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등 FPCB 전방산업이 호조인가.
"그렇다. 올해 삼성과 애플 모두 하반기에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하지 않았나. 이들 제품에 모두 비에이치의 FPCB가 탑재된다. 그렇다보니 하반기 실적이 확실히 상반기보다 좋다. 또 우리가 현대차 아이오닉 시리즈에 OLED 디스플레이용 FPCB를 대량으로 납품하고, 이 외에도 아우디나 폭스바겐 등에도 소량 납품하고 있다. 그런데 전기차 생산량이 늘면서 FPCB 수주가 많았다. 상반기엔 실적이 부진했지만 3분기부터 실적이 굉장히 좋아지는 추세다."

LG이노텍이 시장을 철수했는데, 비에이치의 시장 점유율은 확대 됐는지.
"대략 4%포인트 정도 상승한 것 같다. 기존에 국내 FPCB 시장을 보면 우리가 23%로 1위, LG이노텍 14%로 2위, 삼성전기가 10%로 3위, 인터플렉스와 뉴프렉스, 영풍전자 등이 각각 한 자릿수 후반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나머지는 중국이나 베트남 업체들이 점유율을 나눠 갖고 있다고 보시면 된다. 그런데 LG이노텍 철수로 하반기 우리의 시장 점유율이 20% 후반대까지 올라왔다. 매출액으로 따지면 연간 3000억 원 규모의 점유율이 늘었다."

삼성전기도 사업을 철수했는데, LG이노텍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비에이치의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까.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내년부터는 시장 점유율 30%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시장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란 근거는 무엇인가.
"우선 국내에서 애플 아이폰 시리즈용 FPCB를 생산하는 업체가 우리와 삼성전기, 영풍전자이다. 대략 우리가 애플 아이폰 시리즈 점유율 55%, 삼성전기가 30%, 영풍전자가 15%이다. 그런데 여기서 삼성전기가 사업을 철수하면 우리 또는 영풍전자에 그 물량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영풍전자는 삼성전기가 기존 생산하던 물량을 소화할 만한 생산 능력이 없다. 우리는 삼성전기 물량이 모두 우리에게 온다고 해도 생산이 가능하다."

다른 경쟁사가 새롭게 진입할 가능성도 있지 않은가.
"그럴 수도 있지만 우선 애플 아이폰용 FPCB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을 갖춘 곳이 지금은 우리와 영풍전자 뿐이다. 만약 새롭게 경쟁사가 진입할 경우 애플용 설비를 새로 들여와야 하고, 운영 최적화를 위한 여러 가지 시범 운영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아이폰13 판매량이 예상보다 커 빠르게 재생산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 설비가 갖춰지지 않은 경쟁사가 들어올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FPCB 사업을 접는데, 비에이치는 지속할 수 있는 이유는.
"아무래도 우리가 생산 규모가 더 커서 원가나 마진을 남기기에 유리한 구조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생산량은 우리보다 적은데 고정비는 꾸준히 나가다보니 흑자를 내기가 어렵다. 그리고 그 두 업체는 우리와는 다르게 부가가치가 높은 여러 가지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FPCB처럼 경쟁이 심하고 흑자를 내기 힘든 사업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에 집중하는 것 같다."

LG이노텍과 삼성전기가 FPCB 사업을 철수하면서 비에이치가 증설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가.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 공장 부지를 알아보는 중이다. 공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올해 6월부터 전기차용 공장 증설을 진행 중이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스마트폰용 공장 증설을 곧바로 시작할 계획이다."

증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우리 부평 공장 규모가 지난해 기준 연간 346만㎡이다. 상반기 가동률이 85%이고 2조 2교대 근무로 물량을 쳐내고 있다. 증설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두 번의 증설을 거치게 되면 생산 능력이 연간 480㎡까지 상승할 것이다. 가동률이 80% 정도 유지되는 상황을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올해 실적 가이던스가 어느 정도인가.
"우리가 올해 초 연간 매출액 7000억 원, 영업이익 300억 원을 목표로 했다. 상반기까지 매출액 3011억 원, 영업이익은 적자로 나오면서 올해 아무래도 목표 달성이 힘들걸로 봤다. 그런데 LG이노텍이 사업을 철수하고 삼성과 애플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량이 예상보다 급증하면서 3분기에만 매출액 3337억 원, 영업이익 437억 원을 벌었다. 3분기 누적으로 매출액 6349억 원, 영업이익 277억 원이다, 4분기에도 3분기와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적으로 매출액 8000억 원, 영업이익 6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 매출액이 1조 원을 넘길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아마 예상치보다 훨씬 잘 나올 것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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