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로 쌓아올린 진공펌프 기술력, 태양광과 이차전지 사업에서 부각
태양광 셀 기술 변화에 중국향 진공펌프 매출 급증...향후 수년간 성장↑
오흥식 엘오티베큠 대표(사진=엘오티베큠)
이미지 확대보기2002년에 출범한 엘오티베큠은 진공펌프 기술력을 인정받아 2005년 코스닥시장에 입성했다. 반도체 필수 기술을 가진 기업인 만큼 삼성전자가 회사의 지분 7.12%를 소유 중이다.
엘오티베큠은 반도체 시장에서 꾸준한 기술력을 보이며 올해 사업다각화를 통해 상반기 매출액 2322억 원, 영업이익 293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8%, 162.5% 증가한 규모다. 특히 회사의 영업이익의 경우 상반기에만 난해(298억 원) 수준에 근접했다.
이러한 회사의 성장에는 반도체 성장이 뒷배가 됐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반도체 업황의 부진에도 엘오티베큠의 성장세는 이어졌다. 이는 엘오티베큠이 반도체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태양광, 이차전지 등으로 사업영역을 다각화해서 매출 공백을 줄였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 사업들이 주기적으로 보수와 교체 수요가 발생하며 안정적인 매출이 가능했다.
올해 엘오티베큠의 성장을 이끈것은 다름 아닌 태양광산업이다.
엘오티베큠이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 태양광 분야가 차지하는 매출액 전체의 절반이 넘는 1220억 원이다.
하반기에도 태양광 산업은 상반기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매출 비중을 기록할 전망이다.
김진섭 엘오티베큠 상무는 "태양광 장비 생산량을 계속 늘리고 있지만 수요를 맞추기 어려울 정도로 주문이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도 태양광부문에서 수주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굼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엘오티베큠은 지난해까지 건식진공펌프의 매출이 전체 매출의 75% 가량을 차지했다. 또 진공펌프 유지보수가 17%로 전체 매출에서 92%가량이 진공펌프 매출이었다.
매출 구조를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올해 반기 보고서에는 회사의 중국향 매출이 크게 늘었다.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중국향 매출은 약 74%가량 증가했다.
중국향 매출의 뒤에는 중국의 대규모 태양광 투자가 있다.
중국에너지청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태양광산업은 폴리실리콘 및 웨이퍼 생산능력에서 각각 전년대비 50%씩 증가할 전망이다.
이 기간 중국의 셀 생산능력과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 역시 50% 이상씩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이는 중국의 폴리실리콘 가격이 2023년 급락하며 9월에는 6월 대비 40% 가까이 폭락해 원재료 가격 하락이 증설의 이유로 꼽힌다.
실제 중국의 태양광 설치량은 7월 기준 97GW로 이미 2022년도 설치량(125GW)을 초과한 상태다. 중국정부는 올해 당초 태양광 설치 규모를 130GW가량으로 전망했으나 하반기 설치량을 고려하면 155GW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2025년 180GW, 2027년 200GW 로 태양광발전의 설규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중국의 단순 설치량 증가가 엘오티베큠의 성장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중국의 태양광 산업의 자체의 변화가 주효했다.
현재 중국의 태양전지 모듈은 BSF → PERC → Topcon 등 고효율 모듈로 변화하는 추세다. 이러한 추세라면 중국은 향후 2030년까지 태양광 셀 기술별 시장 점유율을 TOPCon 40%, HJT 31%로 양분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엘오티베큠은 TopCon모듈 증착에 사용되는 LPCVD(Low Pressure Chemical Vapor Deposition)인 저기압CVD 방식에 특화된 진공펌프를 납품한다. 중국 최대 태양광 모듈을 생산업체인 S.C New Energy가 바로 엘오티베큠의 최대 거래처다.
S.C New Energy는 Topcon방식으로 태양광 모듈을 제조하기 위해 LPCVD장비를 사용해 저기압 챔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엘오티베큠의 건식진공펌프를 사용하는 셈이다.
S.C New Energy가 시장에서 성장할 수록 엘오티베큠 역시 매출이 늘어나는 구조다.
여기에 최근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설비투자도 늘고 있어 이 부문도 수혜다.
특히 친환경 수요 증가로 이차전지 공정 내 진공펌프 적용이 확대되는 추세여서 엘오티베큠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김호식 엘오티베큠 부회장은 최근 IR를 통해 “과거에는 반도체 분야로만 진공펌프를 납품했지만, 이제는 태양광,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며 “올해 태양광을 시작으로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회사들까지 고객사를 늘려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4분기부터는 기존 강점을 지닌 국내 반도체 투자도 살아날 것으로 보여 엘오티베큠의 진공펌프의 수혜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반도체 진공펌프는 1대 당 가격이 2300만 원이며 1대당 평균 유지보수는 800만 원대로 300mm 웨이퍼 투입기준 월 14만~15만장 생산 용량을 갖춘 반도체 공장에는 6000대 안팎의 진공펌프가 설치된다.
이러한 이유로 반도체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30%(추정)를 유지한다면 회사의 매출은 29억 달러 가량으로 추산이 가능하다.
특히 최근 EUV 공정을 도입으로 프리 베큠시스템(펌프 9대) 적용이 확대되며 엘오티베큠의 가치는 더욱 커지고 있다.
엘오티베큠 오산 본사 전경(사진=엘오티베큠)
이미지 확대보기다만 부담도 있다.
특히 글로벌 경쟁사인 에드워드와 부쉬, 파이퍼, 레이버드가 최근 업역을 확대하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에드워드는 현재 ASML과 협업하여 퀄 테스트 통과하여 납품 중이며 전세계 1위 기업이다.
엘오티베큠은 향후 이들 기업들과 치열한 수주 경쟁을 펼쳐야 한다.
현재 엘오티베큠은 매출처가 다양하지 않고 한 곳에 집중되어 있는 부분도 강점이자 단점으로 평가된다. 또 태양광 사이클 끝나고 반도체 추가 납품이 없으면 엘오티베큠도 추가 상승은 어렵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실제 엘오티베큠의 수주 현황을 살펴보면 3개 사에 매출이 집중돼 있다.
먼저 A사는 앞서 언급한 Shenzhen S·C New Energy Technology Corporation 이다. 또 B사는 China Information & Electronics Development INC. LTD., Nanjing이며 C사는 삼성전자로 분석된다. 현재 A,B사는 태양광용 건식진공펌프를 납품하고 있고, C사는 반도체용 진공펌프다.
다만 아직까지 성장성에 비해 낮은 주가는 엘오티베큠의 무기다.
엘오티베큠 재무상태표에 따르면 엘오티베큠의 분기별 매출액 증가가 상당하며, 영업이익률 또한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 매출액 대비 수주잔고가 100%를 넘는 상황이다.
현재 엘오티베큠의 가동률은 이미 100%를 넘어서고 있고 capa 증가가 별도 공시 없이 증가하는 것을 보면 수급부족은 크게 걱정이 안된다.
여기에 최근 주가 상승이 멈추며 시총이 9월 25일 기준 5103억 원을 기록하며 PER 13.65를 기록 중이다. 이는 업종 PER 19.73대비 낮은 상태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