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밀 가격 하락했으니 라면 가격도 내려야" 언급
하루만에 주가 8% 급락…시가총액 670억 원 증발
증권가 "미국 수출 모멘텀, 원달러 환율 하락 호재"
삼양식품의 수출 전진기지인 밀양공장 전경.(사진=삼양식품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9일 삼양식품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79% 하락한 10만5400원에 장을 마쳤다. 하루만에 시가총액 670억 원이 증발한 것이다.
이는 정부에서 식품업체에 라면가격을 인하하라는 압박을 했기 때문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서 "지난해 9~10월 (라면 가격을) 많이 인상했는데 현재 국제 밀 가격이 그때보다 50% 안팎으로 내렸다"며 "기업들이 밀 가격 내린 부분에 맞춰 적정하게 내렸으면 좋겠다"고 말한바 있다.
앞서 삼양식품은 2021년과 지난해 라면 상품의 평균가격을 각각 6.9%, 9.7% 인상했다. 가격 인상을 단행한 배경은 원가 상승이다. 당시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가루 등의 곡물 가격과 유통비, 인건비 등이 상승하면서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는 의견을 밝혔다. 삼양식품 외에도 오뚜기, 농심 등 대부분의 라면 제조업체들은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그럼에도 부총리가 라면 가격 인하 의견을 피력한 이유는 제조업체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당시보다 물가가 많이 내려왔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 자료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지수는 지난해 5월 173.4를 기록했지만, 1년이 지난 올해 5월에는 129.7로 집계되며 약 25.2% 하락했다.
라면의 주 원재료인 밀 가격의 하락세는 더 가파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가격은 지난 5월 6달러로 전년대비 42% 가량 낮아졌다.
정부가 직접 라면 가격에 대해 언급하자 식품업계도 라면 제품의 가격 인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밀 가격은 다소 안정됐지만 아직도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인건비와 유통비도 여전히 높다"며 "가격 인하는 다방면으로 검토해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라면 가격을 인하할 경우 삼양식품 등 제조업체의 매출액은 타격을 받게 된다. 매출액은 판매가격과 판매량의 곱으로 집계되기 때문이다. 또한 판매 단가가 낮아지면서 고정비 등의 원가 비중이 높아지면서 영업이익률도 하락할 리스크가 크다. 이번 주가 하락도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등의 하락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삼양식품의 주가 하락이 과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삼양식품의 주력상품 '불닭볶음면'이 해외로 진출하며 성장 모멘텀이 가시화됐다는게 근거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은 올해 상반기 미국 월마트에 입점했고, 하반기에는 코스트코 입점을 앞두고 있다. 판매량이 늘어나는 흐름이며 구글 트렌드로도 관심도가 높아지는 것이 눈에 띈다"며 "수출 단가 역시 4월에는 전년대비 13.4%, 5월에는 18% 상승하면서 가격이 상승하고 판매량이 늘어나는 모멘텀을 맞았다"고 전했다.
또 그는 "밀 가격이 하락했더라도 다른 원가상승 요인이 크게 변동치 않아 불닭볶음면 등의 국내 판매 가격을 크게 인하하긴 힘들 것"이라며 "가격 인하가 가시화된 시점도 아닌데 주가가 과도하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원달러 환율의 하락으로 라면 제조업계 전체의 호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일반적으로 음식료 업종은 원달러 환율 하락기에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환율이 하락하면 달러로 결제하는 밀 수입 가격과 운송비 등이 동반 하락하게 되고 이는 수출업체의 원가를 개선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또 국내 라면 가격이 인하되더라도 수출 물가도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실적을 크게 하락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지는 불분명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