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부실한 IR이 부른 참사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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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쎄미켐이 올해 1분기 실적 설명 등을 위해 오는 26일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를 개최한다고 22일 공시했다.

기존 상장 기업이 실적발표를 전후해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기업설명회는 일반적인 경우다.

다만 그 기업이 동진쎄미켐이라는 점은 투자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는 기존 이 회사가 IR이나 기업 설명회에 전혀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동진쎄미켐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에게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거나 IR을 하지 않은 기업으로 악명이 높았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내놓는 종목분석 보고서가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길잡이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다소 의외이지만 동진쎄미켐은 그동안 이를 등안시 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동진쎄미켐이 부랴부랴 IR공시를 내놓은 것일까?

이유는 하나다. 기업이 경영정보를 뜰어 막은 상황에 전혀 다른 정보가 기업에 악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NH투자증권은 동진쎄미켐 실적 전망 보고서에서 해당 기업의 잘못된 정보가 담긴 레포트를 내놨다.

NH증권은 동진쎄미켐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21%, 44% 급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해당 보고서에는 반도체 감산에 따른 실적악화 전망과 함께 동진쎄미켐의 주력 제품인 KrF(불화크립톤) 포토레지스트(PR) 출하량도 급감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변화된 한-일 관계에 동진쎄미켐이 가장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포함됐다.

동진쎄미켐이 지난 2019년 일본이 시행한 화이트리스트 제외 품목인 포토레지스트를 국산화 하며 주목받은 만큼 다시 가까워진 한일 관계에 악영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가 나온 직후 동진쎄미켐 주가는 급락했다.

회사 측은 곧바로 보고서 내용이 잘못됐다며 반박했지만 그동안 IR에 소극적이던 동진쎄미켐의 반박을 커벌지 하는 증권사는 없었다.

이후 동진쎄미켐은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1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실적을 내놨다. 매출도 3481억 원으로 같은기간 0.9% 상승했고 당기 순이익은 9.19% 가량 증가했다.

증권사 보고서가 명백히 오류를 범한 셈이다.

그러나 과연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착오만을 탓할 사항인지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증권가에서는 그동안 동진쎄미켐의 불성실한 IR을 놓고 커버를 하지 않겠다는 애널리스트들이 많았다.

주주들 역시 주담통화를 해도 답변을 피하거나 전화조차 쉽지 않다며 회사의 부적절한 IR정책을 비난한 바 있다.

또 정기주총에서는 최소한 상장사의 의무를 다하라 일갈이 매년 이어져 왔다.

물론 부실한 정보에도 정확한 기업을 분석해야하는 것이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숙명이며 역할인 것은 분명하다.

다만 기업 역시 잘못된 보고서의 오류를 묻기보다 자신이 그동안 주주들을 위해 보였던 행태는 반드시 곱씹어 봐야 한다.

기업이 바뀌지 않으면 이러한 오류는 지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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