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넥스트전망-보험] IFRS17 도입…’큰놈’만 잘나간다

원가평가 부채, 시가로 평가…기업재평가 기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손보사 수혜

신회계도입시 리스크요인 변화(자료=대신증권)

신회계도입시 리스크요인 변화(자료=대신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자산시장과 증시의 붕괴는 마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제2의 외환위기 경고도 들려온다.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하는 2023년에 들어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를 구별하는 작업일 것이다. 이에 <더넥스트뉴스>가 ‘특집 넥스트전망’을 통해 올해 산업별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올해 보험의 가장 큰 이슈는 IFRS17 도입이다. 부채구성과 수익구조 변경에 따른 기업가치 평가기준도 달라져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단 IFRS17 도입이 모든 보험사에게 호재는 아니다. 수혜는 펀더멘털이 튼튼한 대형보험사 쪽으로 쏠리며 보험사의 부익부빈익빈 현상도 깊어질 전망이다.

◇신회계제도 도입, 차별화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기대

신회계제도 주요 내용(자료=대신증권)

신회계제도 주요 내용(자료=대신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10일 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는 올해 보험사를 뒤흔들 이슈로 IFRS17를 꼽고 있다. IFRS17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은 보험사가 회계장부 작성시 따라야 할 새로운 회계기준을 뜻한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IFRS17 도입으로 가장 크게 변화될 점은 기존 원가로 평가하던 부채를 시가로 평가한다는 것”이라며 “보험 부채의 시가 평가는 현행 감독원 회계 기준 부채적정성평가(LAT)로 관리되고 있는데 할인율 산출방식이 기존 무위험수익률과 보험사 자산운용초과수익률의 합에서 무위험수익률과 유동성 프리미엄의 합으로 변경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증권은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기업가치 평가기준이 달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증익 여부와 밸류에이션을 결정하는 주요 지표는 CSM(Contract Service Margin)이다. CSM은 보험계약으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의 현재가치다.

이를 보험료 납입 시점에 부채로 적립하고 계약 기간에 걸쳐 보험이익으로 상각하고 이익잉여금으로 인식하는 개념이다. K-ICS 자본 규제 상에서는 CSM을 가용자본으로 인정해 자본비율을 산정한다. IFRS17상 CSM과 자본의 합이 EV(Embedded Value)의 개념과 비슷하다.

임희연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론적으로 CSM이 클수록 보험이익이 크고, 밸류에이션 하락이 돋보일 수 있다”며 “CSM이 큰 보험사에 대해 IFRS17 도입 시점에서 차별화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IFRS17 도입으로 보험사의 요구자본산출 기준이 기존 지급여력비율(RBC) 제도에서 신지급여력비율(K-ICS) 제도로 변경되는 것도 보험사의 재무건정성에 영향을 미칠 요인이다.

RBC제도는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해도 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충실히 지급할 수 있도록 추가자본을 보유하는 제도를 뜻한다. 보험사는 내재된 위험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측정하고, 보험금 지급에 사용할 수 있는 지급여력금액과의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며 권고는 150% 이상이다.

기존 RBC제도는 일부 자산과 부채를 원가로 평가한 반면, K-ICS는 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한다. 건전성 감독 기준 재무상태표를 작성해 지급여력금액과 지급여력기준 금액을 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 CSM 마진율 손해보험사 평균 16.2%, 생명보험사 평균 3.2% 추정

신회계제도 부채범위 비교(자료=신한금융증권)

신회계제도 부채범위 비교(자료=신한금융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기존 제도는 재무제표 상 자본 중심으로 열거했으나 K-ICS는 시가 평가된 순자산에서 손실 흡수성 정도에 따라 차감 또는 가산한다. 손실흡수능력에 일부 제한이 있는 보완 자본의 경우 인정 한도를 지급여력기준금액의 50%로 설정했다.

국제적 정합성 제고를 위해 해지•사업비•장수•대재해•자산집중 위험 등을 신규 측정 리스크로 추가하고, 리스크를 정교하게 측정하기 위해 미래현금흐름에 충격을 부여했을 때 감소하는 순자산 규모를 리스크로 측정하는 충격시나리오 방식으로 바꿨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본 확충이 중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부정할 수 없으나 과거와 달리 장기금리가 4%대로 진입해 할인율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이라며 “당국이 보험 부채의 현재가치 평가에 따른 책임준비금 증가분을 가용자본에서 일시에 차감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차감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이미 발행된 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등은 K-ICS 기준상 가용자본요건을 미 충족하더라도 모두 가용자본으로 인정해 대대적 자본확충이슈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FRS17 도입 후 손해보험사가 웃을 전망이다. 손해보험사들의 보유 계약이 생명보험사 대비 질적으로 우수한 것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부채가 적정하게 평가된다고 가정할 때 CSM을 전체 보험계약가치로 나눈 값은 보험계약 마진율(=CSM 마진율)로 손보사의 수혜를 확인할 수 있다.

CSM 마진율은 커버리지 손해보험사 평균 16.2%, 생명보험사 평균 3.2%로 추산된다(보수적 가정 기준). 각 손해보험사별로는 삼성화재 13.7%, DB손해보험 14.7%, 현대해상 17.5%, 메리츠화재 21.8%, 한화손해보험 19.4%다. 반면 생보사는 삼성생명 3.1%, 한화생명 3.3%, 동양생명 5.3%, 미래에셋생명 1.8%로 3%대 아래다.

임희연 신한금융증권 연구원은 “손해보험사의 보험계약 마진율이 손해보험사 대비 높은 이유는 상품 포트폴리오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며 “생명보험사들이 과거 집중적으로 판매한 저축성 보험의 경우 신계약 마진율이 3% 내외로 상당히 낮은 반면 보험료는 높았다. 그러나 손해보험사들의 주력 상품인 건강/상해 등 보장성 보험은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신계약 마진이 높다”고 분석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CSM 규모는 소급법(3년, 5년 등) 적용 방법에 따라 달라질 예정으로 현재로서 추정하기에는 힘드나 LAT 잉여금이 크다는 것은 향후 당기순이익을 결정하는 CSM 규모가 크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며 “LAT 잉여금액을 안정적으로 쌓아 둔 우량 손보사인 대형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들은 2023년 이후 자본적정성이 크게 줄지 않을 가능성이 높으며 이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생보업계, 수입보험료 상승, 고금리 경쟁 이중고…이익개선 크지않을 듯

신회계제도 도입시 손익계산서 변화(자료=신한투자증권)

신회계제도 도입시 손익계산서 변화(자료=신한투자증권)

이미지 확대보기
유안타증권도 생보사가 IFRS17 도입에도 온기가 확산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생명보험의 가장 큰 이슈는 △2012년 세제 개편 당시 대규모로 판매했던 10년 만기 저축성보험의 만기 도래 △예금금리 상승에 따른 해약 급증으로 저축성보험 환급금 급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보업계에 고금리 경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7월 푸본현대생명의 최저보증금리 4.0% 상품의 등장을 시작으로 다양한 생보사에서 4%대 상품이 출시됐다. 최근 한화생명이 5.7%짜리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 수년간 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보험 위주판매에서 벗어나 수입보험료가 다시 상승세로 바뀐 생보사들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저축성보험 판매가 증가하는 현상보다도 최저보증금리 수준이 너무 가파르게 상승한다는 점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0년에 걸쳐 낮아지고 있던 부채 부담금리가 반등하고 있고, 이렇게 높은 금리 환경에도 불구하고 이원차 마진까지 악화되고 있다”며 “현재의 시장금리보다도 높은 최저보증금리 상품은 필연적으로 역마진을 수반할 수 밖에 없고, 이는 IFRS17에서도 손실계약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결과적으로 생명보험은 당장 시장금리 상승에 힘입어 IFRS17 하의 이익 개선이 크게 이루어질 수 있어도 상품 믹스 악화로 이를 유지하기 힘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해보험사가 마냥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IFRS17 도입으로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어도 보험료 인하에 따른 경쟁은 부담이다.

실제 손보사의 주력 상품인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이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이미 보험료가 내려갔고 추가 2%대 인하도 결정됐다. 장기보험도 실손보험료 인상 폭이 낮게 결정되면 손해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과거 손해율이 반등할 때에는 사업비 경쟁이 심화됐는데, 이는 수익성 하락 속에서 외형을 방어했기 때문”이라며 “IFRS17 전환 후에도 비슷한 현상이 되풀이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CSM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신계약을 통해 채워야 하는 특성상 보험료 인하로 수익성이 하락하면 계약수 자체를 늘리는 유인이 뒤따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IFRS17 도입에 따른 보험사의 기업가치 재평가에도 배당은 크게 늘지 않을 전망이다.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보험업은 회계 기준 전환으로 이익이 크게 증가하나 그에 정비례하여 배당이 증가하기는 어렵다”며 “그렇다고 신회계제도 도입 이후 DPS(주당배당금) 규모가 후퇴할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해약환급금준비금 등으로 배당가능이익 증가가 억제되겠으나 대부분의 회사들은 배당을 늘리는데 있어 제한될 상황이 아니다”며 “지급여력비율도 현행 RBC 제도보다 높아질 것으로 파악되는 만큼, 주주가치 후퇴를 우려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김현정 더넥스트뉴스 기자 hjkim@thenext-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제공된 정보에 의한 투자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더인베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실시간 IR취재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