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에 삼성·SK 쌓이는 재고 걱정…효자 상품 ‘반도체’ 실적 내림세
삼성전자, 투자유지에 올해 영업익 33.1% 하향…순이익도 12조 원가량 떨어질 듯
SK하이닉스, 신규투자 축소에도 영업 적자 불가피…연간 영업이익 -2조 넘어설 듯
(왼쪽부터)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평택캠퍼스과 SK하이닉스 이천공장 전경
이미지 확대보기자산시장과 증시의 붕괴는 마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제2의 외환위기 경고도 들려온다.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하는 2023년에 들어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를 구별하는 작업일 것이다. 이에 <더넥스트뉴스>가 ‘특집 넥스트전망’을 통해 올해 산업별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
국내 반도체 업계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올해 전반적인 부진이 예상된다.
특히 국내 기업들의 주력 제품군인 메모리반도체는 공급과잉에 따른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며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역시 곤두박질 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필두로 한국경제의 중심축 역할을 해 온 반도체 업계의 부진은 올해 상반기를 기점으로 하락세가 상승세로 돌아서며 하반기 부활을 준비 중이다.
◇반도체 빙하기...삼성·SK 실적 곤두박질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IT 제품 수요 증가세에 반도체 수요가 견조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글로벌 수요가 급감하며 지난해 하반기부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반도체 수요와 가격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D램 매출액은 175억4800만달러(약 22조4000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2분기 249억8400만달러(약 31조8921억원)와 비교하면 29.8%나 감소한 수치다.
메모리 반도체 부문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D램 매출 2분기 대비 34.2%나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D램 매출액이 전분기 대비 25.3% 줄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D램뿐만 아니라 주축인 낸드부문도 공급과잉의 직격탄을 맞으며 가격 폭락, 3분기 이후 반도체 부문과 낸드부문까지 보릿고개로 진입했다.
삼성과 SK의 반도체 한파는 3분기 이후 가격 하락세와 재고증가세가 더 커지며 4분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까지 반도체의 수요 감소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 매출액이 올해보다 16.2% 줄어들 것으로 관측했다.
특히 올해 전 세계 D램 매출은 경기침체 여파가 높아지며 지난해 대비 18.0% 감소한 742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가트너는 전망했다.
자료=유진투자증권
이미지 확대보기실제 반도체 D램 가격의 가늠좌 역할을 하는 마이크론의 전망치도 가트너의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글로벌 D램 시장 3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이크론은 2023년 회계연도 1분기인 지난해 9~11월 매출액이 40억9000만달러(약 5조 2143억 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76억9000만달러(약 9조8040억원) 대비 46.8%나 급감했다.
직전 분기인 2022년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6~8월) 66억4000만달러(약 8조4653억원)와 비교해서도 38.4%나 줄어든 수치다.
문제는 마이크론이 실적 발표이후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회의적 입장을 냈다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실적이 D램 반도체의 가격 방향성을 제시하는 만큼 올해 D램시장의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또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훨씬 저조한 실적을 거둘 가능성이 커지며 연이어 컨센서스를 낮추고 있다.
에프엔가이드가 제시한 지난해 4분기 컨센서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전망치는 7조909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조8667억원 대비 무려 43.0%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역시 39.8% 하락한 6조5191억원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이 중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부문의 올 4분기 영업이익은 2조~3조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3분기 영업이익 5조12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올 4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손실은 6036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4조2195억원의 흑자를 거둔 것과 비교하면 상반된 결과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3조3199억원에서 -1조458억원으로 큰 폭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 이들 기업의 적자폭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에프엔가이드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를 299조2942억원으로 지난해 306조8209억보다 2.5%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이익은 46조7136억원에서 31조2595억원으로 33.1%나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고 당기순이익 역시 지난해 대비 12조원 가까이 감소한 25조5338억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적자폭이 더 클 것이란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 전망치는 45조7553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이지만, 올해는 34조5720억원으로 10조원 넘게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연간 영업이익은 8조1024억원에서 -2조438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D램 수급 모델 및 연도별 증가율(자료=현대차증권)
이미지 확대보기◇하반기 '반도체의 봄'오나...'빅사이클' 선제 대비 전략
반도체 업계는 올해 상반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감소세가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수요 증가를 전망했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해 반도체 수요 하강 국에도 설비투자를 이어간 이후가 올해 하반기 수요가 폭발하는 반도체 '빅사이클(호황)'을 위한 사전 준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4 구축에 속도를 내며 생산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89만㎡(약 87만 평) 부지에 2030년까지 단계별로 반도체 생산라인 6개동(P1~P6)과 부속동을 구축할 계획이다.
평택 4공장은 올해 하반기 외관 공사가 완료될 예정이다. P4는 신규 낸드플래시 라인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라인이 모두 갖춰진 복합 팹으로 조성된다.
이미 삼성전자는 P3를 가동하며 D램·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라인을 신설하며 증산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반도체 불황에도 원가 경쟁력을 위시한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라는 평가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IR를 통해 반도체 수요감소에도 설비투자를 줄이지 않고 초격차 기술 전략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12나노급 D램을 양산을 시작으로 차세대 D램 시장을 견인해 나갈 방침이다. 또 1월 말 경 인텔의 신규 CPU인 사파이어래피즈가 출시될 예정으로 DDR5 시장의 주력 모델 성능이 4800메가비피에스(Mb㎰·초당 메가비트)에서 5600Mb㎰로 옮겨가 내년 시장성장세가 전망된다.
올해 재고확대에 설비투자를 줄인 SK하이닉스도 DDR5시장과 낸드시장 회복에 따른 복수전을 준비 중이다.
특히 최근 최고속 서버용 D램인 'MCR DIMM'을 개발을 통해 DDR5 동작 속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며 하반기를 벼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옴디아는 올해 DDR5의 점유율이 20.1%로 DDR4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또 옴디아는 2025년에는 전체 D램 반도체의 40.5%가 DDR5로 채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자율주행, AI, 빅테이터가 미래 먹거리로 자리 잡으며 반도체 시장이 현재 위기를 넘어서면 장기 상승세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이사는 “삼성전자는 12nm D램 개발을 통해 기존 14nm과 함께 가장 적극적으로 DDR5 칩 사이즈를 줄이고 있다”며 “시장점유율과 원가율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노 이사는 “현재의 D램의 재고 조정은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서버용 D램의 경우 2분기부터 신규 CPU 침투에 따른 교체 수요가 발생하고 메모리 수요도 하반기부터 바닥에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