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째 증익 가능 vs 순이자마진 고점
비은행 자회사 부실 우려, 하반기 실적꺾일 듯
은행시가총액과 기준금리 추이(자료=유안타증권)
이미지 확대보기자산시장과 증시의 붕괴는 마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를 떠올리게 한다. 제2의 외환위기 경고도 들려온다. 부정적인 전망이 압도하는 2023년에 들어선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달라질 것인가를 구별하는 작업일 것이다. 이에 <더넥스트뉴스>가 ‘특집 넥스트전망’을 통해 올해 산업별 관전포인트를 정리해봤다. [편집자 주] |
올해 은행은 사상최고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가기가 어려울 전망이다. 은행의 주요 수입원인 순이자마진의 잣대인 금리가 정점을 찍고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단 금리하락 속도가 완만할 것으로 보여 실적도 연착륙할 것으로 보인다.
◇ 은행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개선 긍정론 나와
차주별 대출성장률 추이(자료=신한금융증권)
이미지 확대보기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은행이 NIM(순이자마진)개선 및 트레이딩 손익 개선에 따른 이익 증가를 전망했다. 5년째 증익이 가능하다는 긍정론을 제시한 것이다. 순이자마진(NIM)은 대출 및 유가증권 등 모든 자금운용에서 발생한 수익에서 예금 등 조달비용을 차감 후 운용자산 총액으로 나눈 수치다. 은행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은행의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 모두 개선을 점쳤다.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4개은행 기준 NIM은 평균 +8.5bp(1bp=0.01%) 개선돼 합산 이자이익 +8.1% 증가한 41.9조원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이자이익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채권, 환율, 주식 등에서 손실이 컸기에 탑라인 성장보다는 손실폭 완화에 따른 이익 증가를 전망했다. 4개 은행의 합산 비이자이익 9.8조 원(+ 4.7%)으로 점쳤다.
대손비용은 지난해 경기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미래 가정 변경으로 연간 추가 대손비용은 평균 4000억 원 이상 반영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손비용에 대해 보수적으로 추정했으며 2022년 대비 +5.2% 증가한 4.5조 원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4대 금융지주 순이익은 대손비용 증가에도 이자이익, 비이자이익 증가에 따른 순이익 증가가 전망된다”며 “합산 순이익 17.5조 원(YoY +6.6%)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같은 낙관론을 무너트릴 불씨도 있다. 유동성 경색의 후폭풍이다. 신한금융증권은 레고랜드 PF ABCP 문제였으나 증권/건설 단기조달시장 경색을 거쳐 전반적인 신용채권 시장까지 급속도로 악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 여파에 시장의 눈길은 은행권이 보유한 부동산 PF 및 브릿지론 규모 파악으로 쏠리고 있다. 8개 상장은행의 부동산 PF, 브릿지론 규모는 각각 43.7조 원, 7.6조 원으로 추산된다. 총 여신의 2.5% 수준으로 종목별로는 지방은행과 증권/캐피탈 이익 비중이 높은 은행의 노출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PF 후폭풍 제한, 자회사 부실 우려 불씨
금융지주별 자회사 현황(자료=신한금융증권)
이미지 확대보기은행이 우려한 대규모 충당금 설정 등은 미미한데, 이는 이번 사태가 사업성보단 파이낸싱 문제에 가깝기 때문이다.
과거 은행을 울린 2011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태와의 차이다. 당시 ‘부동산 경기 둔화→미분양 증가 등 사업성 악화→시행사 및 PF 부실→금융권 충당금 증가’의 매커니즘인 반면 현재는 자금시장 경색이 촉발한 위기란 점에서 그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
은경완 신한금융증권 연구원은 “그간 신용 보강은 증권사가, 자금 공급은 캐피탈/저축은행 등이 주도했던 만큼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고, 금융지주 차원에서의 부담만 있을 뿐이다”며 “정부는 자금경색이 야기한 부동산 PF 위기가 사업성 하락 등 구조적 문제로 연결되지 않게 하기 위해 부동산 시장의 공급과 수요 측면에서의 규제를 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은행의 발목을 잡을 변수도 있다. 은행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비은행 자회사에 문제가 생겨 출자를 하거나 급격한 자산부실화로 위험가중자산이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 때 이중레버리지비율에 여유가 있는지, 위험가중자산 확대를 감당할 자본 여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따져야 한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본총계에 대한 자회사 출자총액의 비율을 뜻한다.
자회사 출자 정도를 의미하는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자회사 출자가액(장부가액)을 지주사 자기자본으로 나눠 산출하는데, 상한은 130%다.
DG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그리고 하나금융지주는 이미 2분기 기준 이중레버리지비율 여유가 10%포인트 미만이며 DGB금융지주와 농협금융지주는 3분기 중 생명 자회사에 증자를 진행했기 때문에 더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위험가중자산은 자본비율이 낮은 우리금융지주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현재 수준 대비 약 20% 정도의 증가는 감당할 수 있을 전망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업계 전반적으로 위험가중자산 규모를 통제하고 있고 보유 자산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위험가중자산 급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 주요 수입원인 예대율 하락할 듯…추가 기준금리인상에도 순이자마진 개선폭 제한
2023년 금융지주별 실적전망(자료=대신증권)
이미지 확대보기낮아진 조달 압박을 고려하면 마진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된다.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빠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종료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대출성장률 둔화와 함께 하반기 이후엔 NIM이 반락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화 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권의 예대율이 본격적인 하향추세를 진입할 전망이다. 실제 90년대 100%를 웃돈 일본은행들의 평균 예대율이 현재는 6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금리에 후행하는 건전성 흐름을 고려할 때 소폭의 충당금 증가도 불가피하다. 실제 지난 3분기 시중은행의 요주의이하 여신비율은 모두 상승 반전했다.
은경완 연구원은 “내년 은행권은 본격적인 실적 둔화 구간에 진입하는데, 비은행의 약진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은행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은 비용통제다”며 “은행의 경직적인 임금 체계를 고려할 때 인위적인 급여 및 복리 후생 감축은 한계가 있는 만큼 희망퇴직 등을 통한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유안타증권도 은행의 수익성에 가장 큰 변수인 순이자마진은 고점을 지나는 시기가 멀지 않은 것으로 전망한다.
순이자마진은 이자수익률과 이자비용률의 차이인 예대마진과 유사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자수익률의 상승 폭이 이자비용률의 상승 폭보다 크거나 이자수익률의 하락 폭이 이자비용률의 하락 폭보다 작을 때 개선된다.
이를 기준금리와 비교해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끝나고 경기가 회복하면서 시장금리가 반등할 때 가장 크게 개선되고,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이자비용률이 상승할수록 개선 폭이 감소한다. 이는 기준금리가 인상될수록 이자비용률이 낮은 요구불예금 수요는 감소하고 이자비용률이 높은 정기예금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기준금리가 급등한 올해는 이자비용률도 급등하며 기준금리 25bps 인상 당 순이자마진 개선 폭이 지난해보다 현저히 축소됐다”며 “이는 곧 앞으로 기준금리가 추가로 인상되어도 순이자마진이 개선되는 폭은 제한적이거나 더 나아가서 하락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현정 더넥스트뉴스 기자 hjkim@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