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한국의 퀄컴' 꿈꾸는 자람테크놀로지, 돌연 '상장철회'…배경은

수요예측 부진…지난 10월에도 상장 미뤄
"시장 분위가 좋거나 성과 낼 때 상장 재추진"

백준현 자람테크놀로지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성장전략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자람테크놀로지 제공)

백준현 자람테크놀로지 대표가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를 열고 상장 후 성장전략과 포부를 밝히고 있다. (사진=자람테크놀로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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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람테크놀로지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두뇌역량 우수기업, 우수기술 연구센터, 소부장 강소기업,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선정됐다. 또 이 외에도 대한민국 기술대상이나 BBWF(브로드밴드월드포럼)에서 최고 제품상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기술대전에서 다양한 수상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퀄컴, 브로드컴, 미디어텍. 세계적인 시스템 반도체 회사들입니다. 자람테크놀로지도 코스닥시장에 상장해 이처럼 자라겠습니다.”

백준현 자람테크놀로지 대표는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관에서 코스닥 시장 상장을 앞두고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이 같이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지난 주 돌연 자람테크놀로지는 금융감독원에 상장철회 신고서를 제출했다.

자람테크놀로지는 2000년 1월 설립된 시스템 반도체 기업이다. ▲광 신호와 전기 신호를 바꾸는 통신 장비 ‘광트랜시버’ ▲전화선과 동축케이블로 빠르게 정보를 전송하는 장비 ‘기가와이어’ ▲하이패스 단말기용 반도체 칩 등을 공급한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이번 상장을 통해 공모자금을 조달해 6G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제품 개발에 나설 계획이었다. 자율주행이나 가상·증강 현실, 원격 진료, 사물인터넷, 메타버스 등의 첨단 기술이 우리 삶에 녹아들기 위해선 이전에 비해 수십 배 빠른 데이터를 안정적인 상태로 전송할 수 있는 6G 통신망이 갖춰져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이달 지난 10월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희망 공모가밴드는 2만1200~2만6500원, 총 공모금액은 212억~265억 원의 조달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수요예측 결과가 좋지 않았다. 업계에 따르면 당시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들 가운데 90% 이상이 자람테크놀로지의 공모 희망가를 최하단 아래로 제출했다. 이에 자람테크놀로지는 대외경제의 악화로 인해 IPO(기업공개)시장이 급랭한 현 상황서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자람테크놀로지는 공모를 자진 철회했다. 이후 공모 조건을 낮춰 한 달 만에 재도전했다. 공모 조건은 총 공모주식 수 100만주, 희망 공모가격은 1만8000~2만2000원이다. 앞서 제시한 2만1200~2만6500원 대비 하단 기준 15%, 상단기준 17% 낮춘 금액이다.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111억~1357억원이다.

그러나 이번 상장 계획 역시 철회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성장성 높은 자람테크놀로지의 상장이 철회된 배경을 두고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람테크놀로지는 자율주행, 원격의료, 로봇 배달서비스, 가상·증강현실(VR·AR) 등 5G를 활용한 융합서비스의 일상화로 데이터 트래픽은 계속해서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5G 관련 설비에 대한 투자 증가는 자람테크놀로지 제품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이어져 수혜를 볼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자람테크놀로지의 IR담당자와 상장 철회의 배경, 수요예측 결과, 향후 상장 재도전 계획 등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자람테크놀로지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지난 10월 공모를 철회한 뒤, 11월 대폭 하향한 조건의 공모를 진행했다. 이유가 무엇인가.
"얼어붙은 시장 상황을 감안해 밸류(기업가치)를 낮추고 구주매출을 줄이는 등 시장 친화적 공모구조를 제시하기 위함이다. 실제 우리는 구주매출 주식 수를 절반으로 줄였다. 재무적 투자자인 KDB인프라 IP Capital은 당초 20만주를 구주매출 할 예정이었지만, 10만주만 내놓기로 결정했다. 구주매출은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이 보유주식을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매각해 이득을 얻는 것이므로 회사 상장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상장을 철회한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까지 시장상황이 자람테크놀로지의 적정가치를 평가받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우리가 목표한 금액을 조달하기 힘들었다. 이 정도 조건에서 상장하기 보다는 설비 투자를 미루고 다음 기회를 노리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판단했다."

기관투자자들이 희망 공모가를 써내지 않았던 배경은 무엇일까.
"아마도 대외경제의 악화로 인해 IPO(기업공개)시장이 급랭했기 때문이라 판단한다. 우리의 기술력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기업공개 과정서 많은 기관 투자자들이 핵심제품인 'XGSPON'의 성장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우리가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고 폭넓은 글로벌 고객사 네트워크가 기구축되어 있는 등 사업역량이 탄탄한 만큼 재도전에서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향후 상장 재도전 시점은 언제쯤일까.
"두 가지 경우를 보고 있다. 첫 번째는 시장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할 경우 다시 IPO 과정을 밟아나갈 계획이다. 또는 우리가 기업공개 IR활동과정서 시장에 약속드린 바를 지켜 빠른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갖고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가 성과를 갖고 올 경우 기관투자자들의 시선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권현진 더넥스트뉴스 기자 jeenykwon@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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