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애플카 테마주가 알려주는 교훈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IR공시 전문기자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IR공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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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그룹 계열사들이 최근 '애플카' 출시 연기 소식에 주가가 급락했다.

애플과 협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던 LG전자, LG이노텍 등 주요 계열사들은 블룸버그 통신의 애플카 완전 자율주행차 개발 계획이 1년 연기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며 하루 만에 주가가 메가톤급 충격을 받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애플카 프로젝트 ‘프로젝트 타이탄'을 대폭 수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애플은 당초 운전대와 페달이 없는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이번 발표에서는 기존 전기차 수준으로 하향 수정하고 출시 시점도 1년 미뤄지게 됐다는 것이 골자였다.

애플카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블룸버그의 이번 발표는 애플의 멀티플 하향 조정이 이뤄질 만큼 악재였다.

그러나 블룸버그 발 악재는 정작 애플의 주가가 아닌 LG그룹의 주가를 강타했다.

애플의 ‘프로젝트 타이탄’ 변경과 생산 연기 소식이 전해지며 당시 LG전자는 전일대비 6.38% 하락한 9만1000원까지 주가가 급락했다.

또 애플의 아이폰 부품 협력사로 깊은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 LG이노텍도 당일 주가가 급락했고, 애플카 디스플레이 납품 기업으로 기대되던 LG디스플레이 역시 전일대비 1% 넘게 주가가 하락했다.

애플 역시 이번 일로 당일 2.54% 하락했지만 정작 LG전자의 주가 하락폭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않았다.

애플카를 만들어내는 애플의 주가는 견조한데 아직 협업이 공식화되지도 않고 소문만 무성한 일명 애플카 테마주에 엮인 국내 기업의 기업가치만 무참히 무너진 셈이다.

애플카 테마주에 주가가 무너진 국내 기업은 LG만이 아니다.

지난해 초엔 애플이 현대차와 협업해 애플카를 생산할 것이라는 풍문이 돌면서 현대차 주가가 크게 상승했지만 현대차그룹이 협업 논의 진행 중단을 공시한 뒤 주가는 이슈로 올랐던 폭을 넘어 고점 대비 30% 이상 곤두박질 쳤다.

이 같은 소식의 진원지는 당사자인 애플도 협력사인 국내 기업도 아니었다.

실제 애플카 테마주의 시작점은 블룸버그와 일부 언론의 뉴스보다 빠른 소위 ‘지라시’라 불리는 정보지였다. 지라시는 애플 관련기업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다.

애플카 테마주는 지라시를 통해 먼저 소식이 알려지고 주가 상승의 트리거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관련기업은 현재의 하락장에서도 주가가 소폭 상승세를 보이거나 저점을 다지는 기제가 된다.

그러나 지라시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거나 기업가치와 상관없는 풍문이라면 주가는 상승폭 이상으로 급락하게 된다.

지라시를 통해 유통된 소식은 기업의 의지와 상관없는 거품이 꺼질 때 기업가치는 전혀 고려되지 않고 무지막지한 공매 발 태풍에 힘없이 주가가 흘러내린다.

전문가들은 국내 굴지의 대기업 주가 역시 펀더멘털(기초체력) 보다는 각종 뉴스에 급등락을 반복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또 허위·조작 정보의 파급력이 크며 가계·기업의 판단력을 흐리게 해 자산가치를 훼손하는 만큼 테마주 이슈는 피하라고 조언한다.

증권가와 기업, 정부 부처로 무분별하게 퍼진 ‘지라시’를 투자 방식에 활용하면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애플카 테마주에 무너진 LG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등 이슈로 인한 기업의 펀더멘털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급락에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관련 사항에 대한 기업 공시 등을 통해 가짜뉴스를 걸러내고 기업가치가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검증한다면 걱정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특정 지라시 등을 인용해 확인되지 않은 소식을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마치 사실처럼 전하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경제의 거대한 폭탄이 될 수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주식 시장이 베어마켓 랠리일수록 작은 부분도 더욱 조심해야 하고 신중해야 한다.

당분간 국내외 주식 시장이 어려운 장이 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투자자, 기업, 언론 모두가 정도를 걸어야 할 시점이다. 그래야 위기를 이길 수 있다.

이제 테마주가 안겨주는 달콤한 독 사과를 경계해야 할 시점이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제공된 정보에 의한 투자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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