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신뢰를 잃으면 주주들은 돌아선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IR공시 전문기자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IR공시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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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국내 주요 상장 기업들은 3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투자자들을 위한 컨퍼런스 콜 행사로 한창이다. 컨퍼런스 콜은 대표적인 기업 IR행사다.

기업들은 분기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주주들을 안심 시키고 기업의 미래 방향성을 설명한다. 이는 기업가치를 주주와 함께하려는 긍정적 경영 메시지로 해석된다.

올해 3분기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어닝 쇼크’를 피하지 못한 기업들이 많다. 그러나 기업들은 투자자들을 위해 올해도 어김없이 컨퍼런스 콜을 열고 기업의 운영 방향을 설명하고 향후 경영 방침을 제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당장에 실적이 쇼크를 보이거나 깜짝 놀랄 호실적과는 관계없이 상장 기업의 도리를 저버리지 않은 셈이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업들의 컨퍼런스 콜에서는 다양한 이슈가 만들어 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은 3분기 나쁘지 않은 실적임에도 4분기 PC수요 감소와 메모리 반도체 공급과잉 등의 문제에 대해 향후 해법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공급 과잉에도 미래를 택하며 투자와 임의적 감산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반면 SK하이닉스는 내년 대규모 투자 축소를 통해 공급 과잉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전략을 투자자에게 설명했다.

이들 기업들은 IR를 통해 메모리 반도체 등 기업 미래 방향성을 설명했고, 투자자들은 IR을 통해 어느 기업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지 해답을 찾는 자리가 됐다.

올해 3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던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도 컨퍼런스 콜을 통해 실적 하락의 이유를 주주들에게 설명했다. 동시에 이들 기업은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강조하며 기업의 가능성을 홍보하기도 했다.

주주들에게 몰매를 맞고 있는 카카오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지난 '서비스 장애 대란'을 계기로 기업 스스로 신뢰 회복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 이라며 카카오의 미래 방향성을 재차 강조했다.

주주친화적 기업이 긴 호흡으로 풀어가야 하는 과제인 만큼 카카오는 비난을 무릅쓰고 주주와의 소통을 선택했다.

이외에도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등 2차전지 업계는 호 실적에 더해 더욱 성장하는 미래 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투자자들에게 제시하기도 했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기업들은 이 같은 IR를 통해 최소한 주주들과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LG이노텍은 다른 기업들과는 상반된 자세를 보인다.

주요 고객사인 애플에 카메라 모듈 공급량 확대에 힘입어 3분기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LG이노텍은 주주들을 위한 자리는 이번에도 없었다.

LG이노텍이 실적발표 이후 별도의 컨퍼런스 콜을 개최하지는 않은 것은 2017년 3분기를 마지막으로 벌써 5년 째다.

LG이노텍의 불성실 IR행보는 LG그룹의 계열사인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등의 주주정책과도 상반된다.

LG이노텍은 주주총회 및 투자자 대응·관리(IR) 담당 부서와 전화 연결이 가능한 만큼 컨퍼런스 콜 없이도 개인투자자들과의 소통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또 향후에도 뚜렷한 컨퍼런스 콜 재개 계획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컨퍼런스 콜 개최 여부가 기업의 선택 사항이지만 수년 째 주주들과의 만남을 스스로 거부하는 것은 올바른 주주 소통 행보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컨퍼런스 콜이 IR 부서 담당자뿐만 아니라 평소에 접촉하기 어려운 경영진과 각 사업부의 임원들이 사업 현황과 향후 비전을 발표한단 점에서 주주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실제 한국IR협의회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상장사의 경영 내용, 사업 계획 및 전망 등을 공유하는 기업설명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할 것을 권고한다. 이는 IR이 의무는 아니지만 최소한 투자자와의 커뮤니케이션를 통해 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기준으로 본다면 LG이노텍의 IR 활동은 투자자 및 시장과 적극 소통해야 한다는 기업의 기본을 스스로 저버렸다는 점에서 낙제점 수준이다.

금융의 근간은 신뢰다. 그리고 투자자들을 믿을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게 상장사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라는 점을 LG이노텍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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