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더넥스트뉴스 IR공시 전문기자
이미지 확대보기김 지사는 앞서 지난달 28일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가 벌인 레고랜드 사업에 대해 2050억 원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지난 21일 다시 채무를 상환하겠다고 번복했다.
가뜩이나 영국발 금융 불안으로 흔들리던 금융 시장은 김 지사의 한마디로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자체의 지급보증을 새로운 도지사 일거에 엎어 버리며 위축된 자금조달 시장이 요동친 것이다.
레고랜드가 쏘아올린 불안은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언급되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부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특성상 레고랜드 사태는 자금 조달에 실패해 물량을 떠안아야 하는 건설사, 증권사들의 위기를 부추기며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
롯데건설 등 우량한 건설사의 부도 소식까지 전해지며 롯데건설의 모회사 역할을 하는 롯데케미칼의 주가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몇 일만에 20% 가까이 하락했다. 또 PF시장 불안감에 타격을 받을 것 같은 소형 증권사들 역시 도산 위기설에 휩싸여 맥없이 주가가 흘러 내렸다.
2000여억 원의 레고랜드발 신용경색에 투자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는 것.
레고랜드 후폭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부는 레고랜드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50조 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뭉칫돈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화에 나선 상태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에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할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유동성을 풀어 단기 방어에 나선 셈이다.
정부는 PF의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증권사 기업어음(CP)을 매입 대상에 포함시키며 단기적으로 투자심리 회복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은 불안심리가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던 무능한 지자체장 한 명이, 아무런 실익도 얻지 못하고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 무능한 정치적 쇼맨십이 만들어낸 어이없는 경제 타격인 셈이다.
정치권의 무지가 시장의 위기가 될 수 있는 사례는 또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부자감세라고 반대하며 밀어붙이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그 주인공이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금액(연간 주식의 경우 5000만원, 해외주식 및 파생상품, 기타 금융투자소득은 250만원)이 넘는 수익을 낸 투자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세법 안이다.
당초 내년 1월부터 시행 예정이었으나 정부와 여당은 유가증권시장이 어려워지자 2년 유예를 제시했다. 그러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자감세는 절대 안된다며 시장의 상황은 아랑곳 하지 않고 원안대로 내년 시행을 밀어붙이고 있다.
표면적으로 금투세는 '수익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경제 논리와는 맞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은 "국내 시장에서 투자를 한번이라도 고민해 봤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어리석은 법안"이라며 한 목소리로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금투세는 외국인과 기관 등은 전혀 부담하지 않는 오직 개인투자자들에게만 부과되는 과세다.
정치권은 일명 큰 손에게만 부과되는 세금이기에 대다수의 개인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입법 논리를 들이댄다.
그러나 어려운 시장상황에 지금 꼭 금투세가 도입이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또 매년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본 주주에게만 세금을 물리는 방식이라지만 이럴 경우 우량기업에 장기 투자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주식의 복리효과는 사라진다. 장기투자 보다는 단타만을 노리며 시장의 교란을 부추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본래 주식시장의 긍정적 효과는 사라지고 부정적 효과만 남게되는 셈이다.
야당은 김진태 강원지사의 어리석음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키운 불쏘시개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금투세의 도입 역시 자칫 시장 전체를 서서히 망가트리는 기제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명의 정치인이 금융시장을 뒤흔드는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 이제 더 이상 무지한 정치권의 비판 논리가 가뜩이나 어려운 금융시장에서 개미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일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