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이미지 확대보기파월은 경기침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고용보고서가 나오며 미국의 경기체력이 금리인상에도 견딜 수 있다며 자심감을 들어냈다. 그의 어조는 간결했고 금리인상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 잘 드러난 연설이었다.
하지만 파월의 자신감은 증시에 메가톤 급 충격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월의 발언을 빌미로 일제히 빅스텝 전망에 더해 자이언트 스텝을 이야기한다. 정책당국의 입과 전문가들의 입이 더해져 증시에서는 공포가 공포를 부르는 형국을 만들어내고 있다.
증시에서 가장 걱정하는 것은 공포다. 불확실한 미래에 자산을 배팅하는 시장이지만 아이러닉하게도 가장 불확실성을 경계하는 곳 역시 증시다.
이러한 공포는 비단 미국시장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우리사장도 미국의 작은 시골마을에서 만들어진 공포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며 시장을 빠르게 냉각시키고 있다.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고 싶었던 개인투자자들은 파월이 이번 연설로 마지막 생명줄을 끊어 버렸단 생각에 이제 시장을 떠나려 한다. 그동안 베어마켓랠리도 잘 견뎌 왔지만 더 이상 시장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다.
이제는 기업들이 나설 시점이다. 정부의 금리인상을 통한 경기압박과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의 비빌 언덕은 이제 기업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업 역시 인플레이션 시대 고난의 행군이 예고되지만 기업은 지금이야 말로 그동안 쌓아놓은 현금을 풀어 떠나려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붙잡아야 하는 적기다.
기업이 현재 시점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이 자사주 매입·소각이다. 우리기업들이 유난히 인색한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가 부양책이 투자자들의 동아줄이 될 수 있다.
최근 SK그룹 지주사인 SK(주)가 2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는 소식과 앞서 포스코홀딩스가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것이 좋은 사례다.
SK의 경우 시가총액(16조8690억원) 대비 1.2% 수준의 자사주 소각 발표지만 허탈한 주주들에게는 의미있는 발걸음이 될 수 있다.
자사주 매입은 회사에게도 이득이 된다. 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주주에게 현금을 환원하는 것이다. 또 배당금과 함께 기업이 번 돈을 주주에게 보상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으로 유통 주식 수를 줄여 개별 주식의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주주들이 보유한 지분의 가치도 올릴 수 있다. 여기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자본금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자사주 소각을 진행하면 된다.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한다는 것은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없애는 것이기 때문에 주식 수만 줄어들고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자사주 취득은 세법상 분류과세에 해당해 10~25%의 세율을 적용받고 국민연금, 건강보험료가 부과되지 않기에 활용시 만족스러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자사주 처분 시 자기 주식 처분손실이 발생할 경우, 법인세를 절감할 수 있고 주식의 소유권이 기업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상속자산에서 제외돼 가업승계도 유리하다.
다만 SK처럼 기업이 주주가치 제고에 관심이 큰 경우가 아니라면 주주와 대결 양상으로 번지는 사례가 대다수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을 두고 에스엠과 얼라인파트너스 간 갈등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 국내 기업들은 이수만 회장의 경우처럼 회사를 개인 회사처럼 굴려왔다. 때문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인색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상은 이제 기업의 경영 거버넌스에 주목하고 있다. 대주주 1인과 오너가 독단으로 운영하는 회사는 이제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됐다. 말 그대로 주주와 함께 이끌어가는 경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기업이 어려울 때 기업에 손을 내밀었던 것은 회사의 주주들이다. 이제 주주들이 기업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맞고 있다. 주주들의 어려움에 이제 기업이 화답할 차례다.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