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인간의 '3%' 연구하는 지놈앤컴퍼니, CDMO 사업 확장 속내는

올 1분기 매출액 28억 원…지난 5년 누적 매출의 4배
관리종목 지정 피하기 위해 리스트 랩스 지분 인수로 CDMO 사업 진출
CDMO 사업 확장…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신약과 시너지 기대

(왼쪽부터)지놈앤컴퍼니 배지수대표, 서영진대표, 박한수대표(사진=지놈앤컴퍼니 제공)

(왼쪽부터)지놈앤컴퍼니 배지수대표, 서영진대표, 박한수대표(사진=지놈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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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치료제 개발업체 지놈앤컴퍼니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 7년 동안 올린 매출액보다 많은 돈을 올해 1분기만에 벌었다. 지놈앤컴퍼니는 내년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임상결과가 나오면 새로 진출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과 시너지를 내면서 본격적인 성장세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지놈앤컴퍼니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28억 원이다. 지난 2015년 설립한 이후 2021년까지 벌어들인 매출액이 총 7억 원인데 한 분기만에 이에 4배에 달하는 수익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말 CDMO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원래 지놈앤컴퍼니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를 개발하는 바이오텍(신약개발업체)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인체에 사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말한다. 인간 체중의 3%를 차지하며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해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지놈앤컴퍼니는 이 마이크로바이옴 기술을 바탕으로 ▲면역항암(GEN-001) ▲뇌질환(SB-121) ▲산과질환(GEN-004) ▲피부질환(GEN-501) 치료제를 개발한다.

주력 파이프라인은 면역항암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GEN-001'이다. 정상인의 장내 미생물로부터 분리한 마이크로바이옴 단일균주를 주성분으로 한 경구용 치료제다. 암 환자의 면역력 활성화를 통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고형암과 위암, 담도암 등을 대상으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을 진행 중이다.

'GEN-001'은 글로벌 바이오 업체들도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승인된 마이크로바이옴의 치료제가 전무한 상황에서 'GEN-001'이 동물독성시험과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2019년 말에 독일의 머크, 미국의 화이자사는 지놈앤컴퍼니와 'GEN-001'를 위암과 고형암 치료제로 함께 개발하기 위해 '러브콜'을 보냈다. 이에 지놈앤컴퍼니는 머크, 화이자와 함께 공동개발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2020년 초에는 LG화학이 'GEN-001'을 동아시아권역에서 개발·상용화하기 위한 기술이전을 요청해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에도 미국 머크사는 'GEN-001'의 담도암 치료제 임상시험을 함께 진행하는 공동개발을 지놈앤컴퍼니에 제의했고, 회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글로벌 다국적 제약회사로부터 지놈앤컴퍼니 치료제의 상업적 가치와 임상개발역량을 입증받은 셈이다.

다만 지놈앤컴퍼니의 매출액이 발목을 잡았다. 지놈앤컴퍼니는 2020년 3월 기술특례기업으로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일반기업의 경우 상장 후 연 매출액이 30억 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에 지정된다. 기술특례기업의 경우 이 기준이 3년간 유예된다. 다만 당장 내년부터는 매년 매출액을 30억 원 이상 끌어와야 하는 형편이다.

지놈앤컴퍼니와 같은 바이오텍의 수익구조는 단순하다. 임상 중간 결과에서 효능·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이를 타 제약사에 기술이전해 돈을 번다. 바이오텍이 신약 임상을 끝까지 진행해 직접 생산·판매할 수도 있지만 대부분은 상업화 능력이 부족해 기술이전을 한다.

지놈앤컴퍼니의 경우 현재까지 임상2상 결과가 나온 파이프라인이 없다. 즉 기술이전을 할 수 있는 치료제 후보물질이 없는 셈이다.

당장 30억 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지놈앤컴퍼니는 CDMO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지난해 9월 유상증자를 통해 300억 원의 자금을 조달한 지놈앤컴퍼니는 미국 리스트 랩스(List Labs)의 지분을 60% 인수했다. 리스트랩스는 미국 산호세에 위치한 마이크로바이옴 CDMO 업체이다. 미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선진GMP(cGMP, 강화된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 인증을 받은 200리터 규모의 생산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효과는 바로 나왔다. 올해 1분기 매출액 27억 원을 올린 것이다. 분기 이익이 일정하다고 가정하면 연 매출 100억 원도 가능해보인다. 관리종목에 지정될 우려도 덜었다.

그런데 지난달 지놈앤컴퍼니는 돌연 CDMO 사업을 확장한다고 공시했다. 기존 200리터 규모의 제조설비를 8000리터까지 확대한다는 것이다. 총 투자금 1500억 원으로 펀딩을 통해 조달할 계획도 세웠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지놈앤컴퍼니 IR담당자와 CDMO 사업을 확장하는 이유에 대해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지놈앤컴퍼니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리스트 랩스의 CDMO 사업을 확장하기로 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리스트 랩스를 인수하기 전부터 예정돼 있던 사항이다. 우리는 단순히 관리종목 지정을 피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리스트 랩스를 인수한 것이 아니다. 인수를 위한 조건은 1차적으로 관리종목 지정 요건인 연간 매출액 30억 원을 넘겨줄 수 있는 업체를 찾아봤고, 2차적으로는 우리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업체를 다시 추렸다. 그렇게 업체 명단을 뽑아보니 인수금액이 합리적인 업체가 리스트 랩스였다."

그렇다면 향후 지놈앤컴퍼니 치료제 후보들의 임상이 성공한다면 리스트 랩스에서 치료제를 직접 생산할 계획인가.
"맞다. 우리가 주 타겟으로 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과 두경부암, 요로상피암 등 고형암의 경우 현재 상용화된 면역항암제의 치료반응률이 20%에 불과하다. 나머지 80%의 환자에게는 기존의 면역항암제가 효과가 없다는 말이다. 다만 우리가 개발중인 'GEN-001'의 경우 나머지 80% 환자에게서 효능이 나타날 가능성을 봤다. 그래서 머크와 화이자, LG화학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우리와 기술을 공동으로 개발하자는 요청도 들어왔다. 우리는 'GEN-001'의 임상이 성공한다면 기술을 이전하는 것보단 직접 생산해 판매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다."

LG화학에게는 'GEN-001'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에는 기술이전 계획이 없는 것인가.
"아니다. 우리가 가능하다 생각하는 지역은 직접 생산해 판매할 생각이다. 다만 우리의 네트워크가 닿지 않는 지역이라면 기술이전을 진행할 것이다."

리스트 랩스 공장 증설을 위한 투자금을 펀딩으로 모집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투자금 모집 실패 위험은 없는가.
"가능성이 없진 않지만 낮다고 보고 있다. 공시가 올라간 것은 5월이지만 이미 지난 3월부터 펀딩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투자금 총액을 모집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이 섰고 그래서 증설을 진행하게 됐다. 실제 펀딩을 시작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560억 원가량이 모였다. 올해 말까지는 금액 모집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이 성공할 가능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했다. 혹시라도 임상이 실패할 경우 리스트 랩스의 증설은 의미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 않다. 만약 'GEN-001'의 임상이 실패하더라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는 마이크로바이옴 관련 200건의 임상 중 성공 케이스가 나올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임상 성공한 신약을 생산할 공장이 필요하다. 리스트 랩스가 증설을 하게 될 경우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FDA로부터 cGMP인증을 받은 규모 1000리터가 넘는 마이크로바이옴 생산기지가 된다. 타 업체들의 신약 위탁생산 수요도 향후 커질 것으로 본다. 실제 바이오 시장분석 전문업체인 마커샌드마켓(Markersand Market)에 따르면 2025년까지 마이크로바이옴 글로벌 시장규모가 13억7000만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봤다. 현재 2억6900만 달러의 5배가 넘는 수치다."

면역항암 치료제의 임상 결과는 언제쯤 나오는가.
"임상에는 항상 변수가 생기기 마련이라 정확하게 시점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 개략적으로 말씀드리겠다. 'GEN-001'의 경우 크게 세 방향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고형암 치료제의 경우 국내 임상 2상이 내년 상반기쯤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암과 담도암의 경우는 내년 하반기를 예상하고 있다. 이 외에도 자폐증 치료제 'SB-121'의 미국 임상 1상은 이미 마무리됐다. 올해 하반기에 결과가 나온다."

권현진 더넥스트뉴스 기자 jeenykwon@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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