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경쟁사 '자본잠식', 업황 '수퍼사이클'…오리엔탈정공의 힘찬 도약

올해 1분기 말 수주잔고 1969억 원…10년래 최대치
조선사 업황 호조에 기자재 매출 수혜…지난해 흑자전환
경쟁사 자본잠식에 국내 크레인 시장 점유율 급증
"LNG 관련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로 고성장 이어갈 것"

오리엔탈정공의 선박용 크레인(사진=오리엔탈정공 제공)

오리엔탈정공의 선박용 크레인(사진=오리엔탈정공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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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기자재 제작 업체 오리엔탈정공에게 반등의 시기가 왔다. 시장을 양분하던 경쟁사가 자본잠식에 빠진 상황에서 조선업에 호황이 찾아 오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수주잔고가 서서히 상승세를 보이면서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섰다. 오리엔탈정공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오리엔탈정공의 올해 1분기 말 수주잔고는 1969억 원이다. 제품별로 선박용 크레인이 1225억 원, 선실거주구(Deck House)는 744억 원의 수주잔고가 쌓였다. 두 제품의 수주잔고 모두 최근 10년래 최대치다.

오리엔탈정공은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았다.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가 찾아오자 유가가 급락했고 오리엔탈정공이 야심차게 추진하던 해양 플랜트 사업에 손실이 쌓이면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탓이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쌓인 적자만 4000억 원에 달했다. 2012년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2016년이 돼서야 채권단 관리를 졸업했다.

오리엔탈정공은 구조조정 기간동안 해양 플랜트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후 조선 선박용 크레인과 선원들의 거주공간인 선실거주구 사업에 '올인'했다. 워크아웃 졸업 후에는 영업손익이 -10억~10억 원 사이를 맴돌며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이 기간 동안 부가가치가 높은 대용량·고사양 크레인을 개발해냈다. 또 외부 온도에 저항이 높은 선실거주구에 대한 특허도 획득했다. 이렇게 차근차근 준비를 진행한 덕에 지난해부터 기회가 왔다. 삼성중공업이 오리엔탈정공의 선박용 크레인과 선실거주구에 대한 대규모 발주를 연달아 낸 것이다. 그동안 100억~150억 원 규모에 머물던 오리엔탈정공의 수주 금액은 1000억 원대로 증가했다.

이에 오리엔탈정공의 실적은 크게 개선됐다. 2020년 말 연결기준 매출액 775억 원, 영업손실이 15억 원이었지만 2021년 매출액은 1677억 원, 영업이익은 213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 덕에 확실한 '턴어라운드'(적자에서 흑자로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오리엔탈정공에게 희소식은 또 있었다. 경쟁사인 상상인인더스트리가 지난해 자본잠식에 빠진 것이다. 2016년부터 적자가 누적된 탓에 상상인인더스트리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 이에 오리엔탈정공과 선박용 크레인 시장을 5대 5로 양분하던 상상인인더스트리의 영업력은 대폭 낮아져 지난해 점유율이 30%까지 떨어졌다. 반면 오리엔탈정공은 70%까지 뛰었다.

오리엔탈정공은 성장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 제품 포트폴리오를 LNG(액화천연가스)쇄빙선·LNG FSRU용 크레인까지 확대하고 있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오리엔탈정공 IR담당자와 신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또 올해에도 수주량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망도 들어봤다.

다음은 오리엔탈정공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쇄빙선이란 용어가 익숙치 않다. 쇄빙선이 무엇인가.
"보통 천연가스는 러시아 북극해에 많이 매장돼 있다. 그런데 러시아 북극해 같은 경우 바다가 얼어 있기 때문에 천연가스를 채굴하려면 LNG선이 얼음을 깨면서 나아가야 한다. 쇄빙선이란 얼음을 직접 깨면서 운행할 수 있는 배를 말한다. 그런데 쇄빙선은 저온과 충격에서 버틸 수 있어야 하기에 선박 가격이 비싸다. 일반 LNG선이 보통 2억2000만 달러정도인데 반해 LNG쇄빙선의 경우 보통 3억 달러가 넘는다. 당연히 여기에 들어가는 크레인의 가격도 비싸다."

LNG쇄빙선에 들어가는 크레인 가격이 일반 선박에 들어가는 크레인에 비해 얼마나 비싸나.
"네 배 정도 가격이 높다. 일반적으로 한 척의 LNG선에는 다섯 개의 크레인이 들어간다. 공급계약 공시가 나온걸 보시면 아시겠지만 LNG선 5척에 선박용 크레인을 공급하는 계약금액이 약 30억 원이다. 총 25개의 크레인의 계약가가 30억 원인 것이다. 반면 지난해 10월 나온 삼성중공업의 LNG쇄빙선 10척에 크레인을 공급하는 금액을 보면 220억 원 정도다. 총 50개의 크레인을 220억 원에 납품하는 것이다. 따져보면 일반 LNG선용 크레인의 개당 가격은 약 1억2000만 원이고, LNG쇄빙선용 크레인의 개당 가격은 4억4000만 원이다."

그렇다면 LNG쇄빙선용 크레인의 마진이 더 높다고 봐도 될까.
"맞다. 일반 크레인의 이익률은 4% 정도지만 LNG쇄빙선용 크레인의 경우 8% 가까이 된다. 아직 수주량이 적어서 고정비가 많이 든다. 다만 수주량이 늘어나면 LNG쇄빙선용 크레인의 이익률은 두 자릿수도 넘어갈 수 있을거다."

LNG FSRU용 크레인은 무엇인가.
"LNG란 액화 천연가스다. 천연가스를 낮은 온도에서 액화해서 나르고 육지에 도착을 하면 그걸 다시 재기화를 하는데 그런 배 이름을 FSRU라고 한다. FSRU에도 크레인이 들어가는데 일반 크레인보다 기술장벽이 높고 따라서 부가가치도 높다. 설비 규모도 대규모다. 우리가 지난 2020년 처음으로 FSRU용 크레인의 국산화에 성공했다. 지난해 나온 공시 중 대우조선해양이 러시아에서 사용될 LNG선 8척을 수주했는데 거기에 있는 크레인 전량을 오리엔탈정공이 납품한다."

최근 오리엔탈정공이 오랜만에 보도자료를 냈다. 수주잔고가 10년래 최고치라는 내용인데, 향후에도 수주 증가를 자신했다.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에 뉴스 많이 나오고 있지만 조선 수주가 최근에 엄청 늘었다. 특히 2021년도 같은 경우에 거의 두 배 반 정도 전년도에 비해서 늘었다.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친환경 LNG쪽의 수주가 국내 수주 중 80% 가량을 차지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런데 기자재 업체 같은 경우는 한 분기 정도 시간 레깅(Lagging, 뒤쳐짐)이 있다. 조선사들이 발주를 받으면 설계를 하면서 기자재 업체에게 발주를 주기 때문이다. 오리엔탈정공의 경우 레깅이 두 분기, 반 년 정도라고 보시면 된다. 우리 제품은 주문 생산방식이라 선박의 설계가 모두 끝나고 수주를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하반기 이후에 수주한 조선 물량들의 기자재 수요가 올해부터 쏟아졌다. 조선 3사의 수주가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 올해 우리 수주 증가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원자재 가격 상승 압박은 없는가.
"당연히 있다. 최근 조선 3사의 1분기 실적이 나온걸 보시면 수주는 계속 증가세인데 다 적자를 기록했다. 이유는 배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원자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문제는 후판(STEEL PLATE)이다. 우리 회사 역시 원재료의 97%가 후판인데 가격 상승 속도가 너무 빠르다. 후판가를 보면 2020년에는 톤당 평균 795원하던게 2021년 1068원까지 올랐다. 올해 1분기엔 1239원이다."

원자재 공급업체는 어딘가.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대책은 있는지.
"후판을 대규모로 공급해줄 수 있는 업체는 국내에서 포스코가 유일하다. 우리의 후판 매입처 역시 포스코가 유일하다. 후판가 상승은 고부가가치 상품 판매로 상쇄하고 있다. 앞서 말씀드린 LNG쇄빙선용 크레인과 FSRU용 크레인 제품이 올해 하반기부터 많이 납품되면서 비용 상승으로 인한 이익률 하락을 방어해줄 것으로 보고 있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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