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황 부진에 투자 미뤄져...물리적 증착 소재 스퍼터링 타겟 국산화 연구로 위기 타계
지오엘리먼트 안성 본사 전경(사진=지오엘리먼트 제공)
이미지 확대보기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오엘리먼트는 2021년 11월 기술성장기업 상장특례로 코스닥 시장에 데뷔했다. 반도체 증착 공정에서 필요한 부품인 캐니스터(Canister)의 제조 기술력을 인정받아 실적이 기준치에 미치지 못함에도 상장 승인을 받았다.
캐니스터란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화학소재를 보관하는 용기다. 일반 물질인 맥주나 콜라를 보관하는 용기를 '캔'이라 부르는데 반해 반응성이 커 폭발 위험이 있는 화학 물질을 담는 용기는 '캐니스터'라고 일컫는다. 지오엘리먼트는 다양한 캐니스터 중 반도체 증착 공정에서 사용되는 액상 전구체를 담는 캐니스터를 국내에서 최초로 개발했다. 국내 점유율은 92%에 달한다.
압도적인 점유율과 뛰어난 기술력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IPO 당시 기관 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국내외 기관 1460곳이 참여해 경쟁률 1614대 1을 기록했다. 주당 공모가격도 회사가 제시한 공모가 밴드(7600~8700원)를 넘어 1만 원으로 확정됐다.
상장을 통해 117억~134억 원을 조달하려던 지오엘리먼트는 수요예측 흥행으로 154억 원을 손에 쥐게 됐다. 회사는 공모자금을 시설자금(120억 원)과 운영자금(34억 원)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다만 지오엘리먼트는 공모자금 154억 원을 전액 엉뚱한 곳에 투자했다.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 말 회사가 보유한 장단기금융상품은 254억 원으로 전 분기(89억 원) 대비 185.4% 늘었다. 금액으로 따지면 165억 원 가량이 늘어났다.
회사 측은 공모자금을 모두 채권에 투자했다고 전했다. 기준금리 상승 등으로 반도체 업황이 상장 당시보다 꺾인 상황에서 무리한 증설에 나서지 않겠다는 설명이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지오엘리먼트의 IR담당자와 회사의 시설 투자 집행 계획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또 투자가 늦춰지는 만큼 실적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없는지, 반도체 업황이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고객사의 발주는 견고한지 등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다음은 지오엘리먼트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상장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다른 곳에 쓰였다. 배경은 무엇인가.
"전방산업의 업황 부진이 가장 큰 이유다. 우리 사업을 보면 보통 전구체를 조달해 캐니스터에 담아 원익IPS와 한솔케미칼 등에 납품한다. 원익IPS나 한솔케미칼 등은 이를 반도체 증착 장비에 부착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로 납품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결정에 따라 수주 물량이 영향을 받는 구조다. 그런데 올해 초부터 반도체 업황이 꺾이고 있다. D램과 메모리 쪽 모두 가격이 하락하는 추세라 삼성과 SK가 투자를 확대할 것이란 보장이 없었다. 그런데 원재료 비용이 오르면서 우리가 지난해 예상했던 증설비용은 120억 원인데 현재는 180억 원 가량이 필요하다. 전방산업이 불확실하고 증설에 필요한 자금은 더 커지면서 계획을 뒤로 늦췄다."그렇다면 증설은 언제부터 다시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나.
"당연히 메모리와 D램의 가격이 반등할 시점에 앞서 증설에 나설 예정이다. 현재 반도체의 수요자들이 재고를 많이 쌓아뒀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해 재고를 비축해둔 것이다. 반도체전문 매체인 트렌드포스 등에 따르면 재고량은 9~10주 정도가 사용될 수 있는 물량인데 길면 세 달, 짧으면 두 달 정도는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재고가 소진되더라도 수요자들이 반도체 공급량을 모두 가져갈지도 확실치 않다. 금리 인상기에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자동차, 노트북, 스마트폰 등의 판매량이 부진해 수요량이 예전 같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현재로서 증설에 나설 시기는 명확하게 말씀드릴 수 없다."장단기금융상품에 투자한 이유는 무엇인가.
"방금 말씀드렸듯이 현재는 금리 상승기다. 장단기 채권이 금리가 오르고 가격이 하락한 때이다. 채권 금리가 오버슈팅했다고 생각해 채권에 투자했다. 향후 채권 금리가 다시 적정 수준으로 회귀할 경우 채권 부문에서 이익을 거둘 수 있다고 봤다."증설이 미뤄지면서 실적에 타격은 없나.
"증설로 인한 타격보다는 업황이 꺾이는 부분을 더 걱정하고 있다. 애초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이유가 증설 자금 확보를 위해서였고, 증설을 하려는 이유는 전방산업이 한동안 호황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해에 비해 시장 분위기가 악화되면서 실적에 대한 우려는 조금씩 생기는 중이다."올해 실적 전망치는 어떠한가.
"올해는 지난해보다 약간 더 좋을 것 같다. 내부적인 가이던스로는 매출 250억 원, 영업이익 7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쌓아 놓은 수주가 충분해 여기서 크게 변동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업황부진이 현실화된다면 내년 실적은 올해보다 좋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매출이 너무 캐니스터 한 품목에 쏠린 것 같다. 신제품 출시 계획은 있나.
"매년 순이익의 10% 정도는 연구개발에 사용한다.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연구는 계속하고 있다. 이직 상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반도체 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소재 개발에 성공했다. 보통 증착 공정은 화학적 방식과 물리적 방식으로 나뉘는데 화학적 방식에 사용되는 것이 전구체다. 우리는 이 전구체를 담는 캐니스터를 공급하는 것이다. 전구체는 이미 국내 기업들이 국산화에 성공한 상황이다. 물리적 증착 방식에 사용되는 소재는 스퍼터링 타겟이라고 부른다. 이거는 아직 국산화가 덜 됐다. 일본과 미국에서 5대 5 정도로 수입하고 있다. 우리는 2019년 일본에서 우리나라로 반도체 소재 수출을 규제한 시점에서 스퍼터링 타겟 개발을 시작했고 올해 시제품 출시를 마쳤다. 이미 고객사에서도 성능을 충분히 확인한 상태로 조만간 상용화에 나설 예정이다."권현진 더넥스트뉴스 기자 jeenykwon@thenex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