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ESG보다 주주가치 제고가 먼저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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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내 상장사들의 ESG경영 확대 노력이 뜨겁다. 우리 기업들이 그동안의 오너 중심의 낡은 경영방식을 털어내고 환경과 사회, 지배구조의 신 경영을 접목하겠다니 반가운 일이다.

또 글로벌 수준으로 기업을 경영하기 위해 주가를 부양시키겠다는 의지 역시 높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모두가 앵무새처럼 읊조리는 ESG의 공허한 외침보다는 주주가치 제고 등 ESG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경쟁적인 ESG경영 확대 소식보다는 자사주 매입, 소각 등 주주들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이 먼저라는 목소리다.

국내 굴지의 대표 에너지 기업인 한화그룹의 경우가 대표적 예시가 된다.

한화는 지난해 ESG 경영을 첫 도입하고 1년여간 대대적인 ESG경영 챙기기에 나서고 있다.

그룹 전 상장사가 ‘ESG위원회’를 통해 새로운 경영방식에 고삐를 당기며 괄목할만한 성과도 만들었다. 특히 한화가 가장 잘하는 에너지 부문의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한화는 친환경에너지를 탑재한 E(환경)부문에서 독보적인 경영성과를 만들며 글로벌 그린에너지 선도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국내외 태양광, 수소 등 친환경 사업 투자에도 적극 나서며 그룹의 강점을 녹여내고 있다.

S(사회)부문에서는 기존 사회공헌활동과 더불어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 장애인 클래식 공연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을 선보이고 있다. 여기에 협력사와의 동반성장 노력도 훌륭하게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한화그룹의 진짜 문제는 국내 재벌그룹과 마찬가지로 G(지배구조)다. 특히 주주가치 제고 등은 주주조차도 혀를 내두를 정도다.

한화는 계열사에 설치된 ESG위원회 위원 3분의 2 이상 혹은 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위원장을 사외이사가 맡도록 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했다며 지배구조의 선진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한화와 함께 성장한 기존 주주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주주들은 한화가 그룹 오너인 김승연 회장 일가의 이익만 챙기다보니 주주들의 신뢰를 잃고 있다고 비판한다.

일부 주주들은 한화가 지난해 기업지배구조헌장을 공표하며 주주가치 제고를 선언했지만 배당 등에서 오너가만 챙기는 "주주친화적이 아닌 승계친화적"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이는 그룹이 후계 구도의 핵심 계열사인 한화에너지에는 적자에도 수년간 대규모 배당을 몰아주면서 역대 급 실적을 갱신한 ㈜한화는 자사주 매입은 고사하고 쥐꼬리만큼의 배당만 진행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이 같은 불만에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기다렸지만 이마저도 일방적으로 취소됐다. 또 ESG강화를 위해 주주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오너의 약속을 지키라는 주주들의 목소리 역시 여전히 묵인되고 있다.

이는 비단 한화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주주가치에 유독 냉담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대비 자사주 매입 금액 비율은 5%(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이는 자사주 매입 후 소각도 아닌 단순 매입 비율 치고는 형편없는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 기업의 자사주 매입금액 비율은 41.4%로 국내 상장기업에 비해 8배나 높다. 또 미국의 대표기업인 애플은 2012년부터 올해 2분기까지 자사주 매입에 4217억달러(약 493조2200억원를 사용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전체 시총과 맞먹는 규모다.

결국 자사주 매입은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주식을 사들일 만한 자금이 있다는 것은 회사의 현금흐름이 원활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반증으로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우리 기업 대다수는 미래의 성장을 위한다는 명목에 배당과 주주가치는 항상 뒤로 미루고 있다. 대신 ESG경영 강화라는 그럴싸한 공허한 외침만 반복하고 있다.

이제 국내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확대, 소액주주까지 챙기는 노력이 진정 필요한 시점이다. 앵무새처럼 ESG강화를 외친다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결되지 않는 다는 것을 명심하자.

이현종 더넥스트뉴스 기자 shlee4308@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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