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원재료가 상승에도 마진률 개선…오리온, 'NO가격인상' 정책 통했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과자.(사진=뉴시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오리온 과자.(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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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 오리온의 분기보고서가 공개되자 증권업계는 놀라움을 감추치 못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영업이익률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올해 글로벌 곡물가가 급등해도 제품 가격을 동결하자 오리온의 이익률 감소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었다. 오리온은 가격을 동결한 점이 오히려 주효했다는 입장이다.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오리온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8.5% 증가한 6532억 원, 영업이익은 6.6% 늘어난 1086억 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률은 16.62%로 지난해 15.83%보다 상승했다.

올해 초까지만해도 오리온에 대한 증권가의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증권사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각종 곡물 가격이 급등했지만 오리온만 제품 가격을 동결하면서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 오리온의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부터 올 1분기까지 주요 원재료의 키로그램당 가격이 ▲유지류 1667원→2241원 ▲당류 816원→920원 ▲유제품류 5726원→6718원 ▲코코아류 4569원→4790원 ▲서류 726원→994원으로 올랐다.

이에 농심, 삼양, 해태, 오뚜기 등 오리온의 경쟁사들은 올해 초 제품 가격을 전년대비 15~20% 가량 올렸다. 원재료 비용 상승을 고객에게 전가한 셈이다. 다만 오리온은 제품가를 동결하며 9년 전과 같은 가격을 고수했다.

키움증권은 1분기 오리온에 매출액을 6252억 원, 영업이익은 757억 원으로 예상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매출액 6365억 원, 영업이익 721억 원으로 제시하며 오리온의 가격동결 정책으로 마진률이 대폭 감소할 거라 전망했다.

다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리온의 마진률은 1%포인트 가량 개선됐다. 심지어 가격 동결로 경쟁력이 높아지자 매출과 영업이익도 동반 상승했다. 원재료가 변동이 크지 않던 지난해보다 훨씬 개선된 성적표를 받았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오리온의 IR담당자와 원재료가 상승과 가격동결 정책에도 마진률이 개선될 수 있던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또 향후에도 제품가격 동결 정책을 유지할지, 2분기 매출 가이던스는 어떤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오리온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1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다. 특히 마진률이 눈에 띈다. 제품가격 동결에도 마진률이 개선된 배경은 무엇인가.
"원재료 가격 상승을 오히려 기회로 봤다. 어쨌든 경쟁사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압박으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이라는 결정을 했다. 경쟁사들이 가격 인상에 나서고 우리가 동결하면서 오히려 경쟁사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게 됐다. 이를 기회라 생각해 제품이 입점하는 점포를 확대하고 매대에 진입하기 위해 영업을 했다."

레버리지 효과라고 보면 되는가.
"그렇다. 가격을 동결하고 제품을 소비자분들께 더 많이 노출시키면서 매출이 작년보다 8% 이상 늘었다. 매출 확대로 고정비의 비중이 감소해 레버리지 효과가 나올 수 있었다."

매출이 늘어난 것 외에는 별도의 비용 통제 정책은 없었나.
"비용 통제 정책도 진행됐다. 특히 중국에서 'O2O'(On-line to Off-line) 정책의 수혜를 봤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병행하며 예전에는 실제 매장으로 쓰였던 오프라인 채널 공간이 코로나 확산 시기에 폐쇄됐다. 이 오프라인 매장들을 그냥 둘 수 없으니 물류창고로 사용하는게 O2O 정책이다. 중국에서는 도시 전체가 봉쇄되면서 공동 구매로 식료품을 구하게 됐는데 우리가 폐쇄된 오프라인 대형 마트에 제품을 적극적으로 공급했다. 실제로는 오프라인 매장이지만 매대가 없고 물류만 진행하다보니 온라인처럼 공급 비용이 저렴했다. 또 도시 전체의 공동 구매가 진행되다보니 재고도 거의 쌓이지 않았다. 코로나로 생긴 신유통 채널인데 앞으로도 이 채널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리온의 제품이 공급되는 국가 중 러시아에서만 가격 인상이 진행됐다. 배경이 무엇인가.
"우선 러시아에서는 제품 가격 인상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루블화의 가치가 하락하며 대규모 환손실이 불가피했다. 따라서 이를 방어하고자 러시아 쪽에서만 20% 가량의 제품가 인상을 단행했다."

러시아 쪽은 마진률이 어떻게 되는지. 제품 가격을 동결한 국가와 차이가 있는가.
"우선 그렇게 단편적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루블화 가치가 30% 이상 하락했다는 변수가 있고 타 국가의 환율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러시아에서 가격인상을 20% 정도 했다고 말씀드렸는데, 이게 커보이지만 실제로 러시아 내부에서는 굉장히 적은 인상이다. 타 사들, 펩시를 예로 들면 약 50% 가량의 제품가격 인상이 진행됐다. 따라서 우리 회사는 제품 가격을 인상했지만 러시아에서 매출도 늘고 마진률도 방어했다고 봐주시면 될 것 같다."

상반기에 러시아를 제외한 주요 국가에서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이 있는가.
"상반기에는 없다. 러시아는 이미 가격을 인상했고, 그 외 주요 국가는 한국, 중국, 베트남인데 이쪽은 가격 동결 정책으로 이익이 많이 늘었다. 지금처럼 매출 확대 전략으로 가져갈 계획이고 하반기 상황을 조금 더 지켜보려고 한다."

하반기에 가격 인상 가능성이 있다는 말인지.
"맞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매출 확대로도 마진률 방어가 안된다면 가격 인상에 대해 고민을 다시 한 번 할 것으로 보인다."

팜유랑 원재료 가격 상승이 2분기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비축해둔 재고가 있는지.
"재고가 2분기까지 버틸 정도는 되는 것 같다. 다만 향후에도 원재료 가격이 꾸준히 인상될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상황이라 아직 선구매에 대한 이슈는 없는 상황이다. 가격이 계속 오를거라 판단이 되면 다음 달 중 원재료를 대량 선구매할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현물가에 맞춰서 원재료를 조달할 것이다."

2분기 실적이 좋다는 이야기가 뉴스에서 많이 나온다. 4~5월 두 달동안 2분기 실적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2분기 실적 목표치를 달성했다는 뉴스는 어느 정도 과장이 섞인 것 같다. 다만 공시를 한 것 처럼 올 4~5월 합산 매출액은 4262억 원, 영업이익은 669억 원이다. 2분기 목표 매출액은 6000억 원, 영업이익은 1000억 원 정도인데 목표치의 70% 정도를 5월 말에 달성했다고 보시면 된다."

올해 전체적인 실적 전망은 어떠한가.
"내부적으로 올해 목표치를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두 자릿수의 성장으로 잡았다. 중국 봉쇄나 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등 불리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소비자분들께 부담이 없도록 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하는 쪽에서 내부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래서 매출 확대, 즉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방안을 여러 가지로 고심하고 있다. 사실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들이 다 대외 변수다. 그래서 우리가 직접 컨트롤할 수 있는게 없다. 어쨌든 내부 이슈가 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불리한 상황들이 잠잠해지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중국 봉쇄나 러시아 전쟁, 인플레이션 등이 언제쯤 잠잠해질지가 가장 큰 변수라고 보시면 된다. 회사는 올해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이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권현진 더넥스트뉴스 기자 jeenykwon@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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