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현금 쌓이는 DB하이텍, 곳간 활용 속내는…"증설보단 차입금 상환"

사진=DB하이텍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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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DB하이텍의 현금성 자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8인치(200㎜)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의 수혜를 보며 말 그대로 돈방석에 앉았다. DB하이텍은 쌓인 현금을 증설에 사용하기 보다는 대출부터 갚아 나갈 계획이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연결기준 DB하이텍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1분기 597억9650만 원에서 올해 1분기 1986억8608만 원으로 3배가 넘게 늘었다. 회사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큰 폭으로 개선됐기 때문이다. 2020년까지 매년 1600억 원 가량이 쌓이던 DB하이텍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평소의 2배가 넘는 현금을 손에 쥔 셈이다.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가 캐시카우(Cash Cow) 역할을 톡톡히 했다. 파운드리란 반도체 제조를 전담하는 생산 전문 기업을 말한다. 반도체의 설계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고객사로부터 제조를 위탁받아 반도체를 생산한다.

DB하이텍은 연산과 추론 등 논리적인 정보처리 기능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 제조를 전문으로 한다. 특히 8인치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손에 꼽힌다. 대만의 뱅가드인터내셔널세미컨덕터(VIS), 이스라엘 타워세미컨덕터만이 경쟁사로 분류된다. 8인치 반도체의 공급부족 사태가 이어지자 고객사들이 돈 다발을 들고 DB하이텍 파운드리를 찾은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DB하이텍이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반도체 생산 공장을 증설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주가 쌓이는 상황에서 증설을 통해 매출 규모를 확대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DB하이텍의 IR 담당자와 현금 활용 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DB하이텍은 당장의 증설보다는 금리 인상에 대비해 대출부터 상환할 계획이다. 또한 8인치 반도체의 수요가 12인치(300mm) 반도체로 옮겨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증설을 미룬다는 입장이다. 다음은 DB하이텍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DB하이텍의 현금성 자산이 크게 늘었다. 대출 없이 즉시 가용 할 수 있는 현금의 총 규모는 어떻게 되나.
"정확하게 말하긴 어렵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매도가능 단기 금융상품 등을 고려하면 대략 4000억 원은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분기에는 약 2200억 원이었는데 현재 2배 정도 현금성 자산 보유량이 늘었다."

현재 보유한 현금을 어디에 사용하고 있나.
"대부분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사용하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단기차입금을 123억 원, 장기차입금은 95억 원가량 메꿨다. 최근 금리가 오르면서 차입금에 대한 이자부담이 가중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재무관리에 들어간 상황이다. 실제 2020년 1분기 부채비율(부채/자산)은 68.91%였지만 올해 1분기 35.37%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이 외에도 금리상승의 수혜가 예상되는 단기금융 상품에 1600억 원 가까이 투자했다."

앞으로도 현금은 차입금 상환에 우선적으로 사용할 계획인가.
"그렇다. 회사의 차입구조를 살펴보면 변동금리부 조건의 차입금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이자율 상승에 따라 금융비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올해 중 장기대출 1248억 원, 단기대출 360억 원 등 총 1608억 원의 차입금을 상환할 계획을 세운 상태다."

8인치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공장이 바쁘게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장 증설에 현금을 투자할 계획은 없는가.
"공장 가동률은 10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회사는 현재 부천과 상우에 공장을 갖고 있는데 지난해 가동률이 부천의 경우 97.34%, 상우의 경우 97.99%로 집계됐다. 현재도 직원들이 교대근무로 밤새 공장을 돌리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공장 증설 계획은 없다. 8인치 파운드리 증설에 필요한 장비의 수급도 어려운 상황이고 또 "

증설 계획이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수주가 예전처럼 쌓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체결한 8인치 반도체 수주계약 금액은 5억2828만 달러로 수주총액 신기록을 세웠다. 다만 올해 초 3억9711만 달러어치를 납품 완료했고 남은 수주금액은 1억3117만 달러다. 지난해에는 꾸준히 수주가 쌓이며 수주잔고가 2억 달러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올해는 잔고가 지난해의 60~70%에 불과한 상황이다. 물론 예년에 비해 수주잔고는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다."

수주가 작년보다 줄어든 배경은 무엇이라 보는가.
"우선 8인치 반도체의 수급 불균형이 어느정도 해소되는 상황이다. 영국과 일본 등에서는 8인치 반도체 공급을 위해 국가차원 지원책이 나오고 있고, 또 8인치 반도체가 사용되는 전방산업인 노트북, 자동차, 스마트폰 등의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또 8인치 파운드리 대비 공급 부족의 정도가 덜한 12인치 파운드리 할당 물량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향후 8인치 반도체의 수주량이 반등할 수 있을까.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다. 미국 기업 울프스피드와 투식스 등이 이미 8인치 반도체 투자에 나선 상황이고 또 고객사들은 8인치 반도체의 수요를 12인치로 옮기고 있다. 향후 12인치 반도체가 표준이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8인치 반도체에 대한 증설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권현진 더넥스트뉴스 기자 jeenykwon@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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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하이텍 000990

37,850원 ▼ 800원, ▼ 2.07%
◆ 기업개요
국내 유일의 반도체 파운드리 전문업체
상장일1975/12/12
대표자조기석
본사주소경기도 부천시 수도로 90 (주)DB하이텍
전화번호02-3484-2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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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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