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HSD엔진, 저가 수주물량 '골머리'…"올해까지는 적자 지속"

HSD엔진의 주력 제품인 DF엔진.(사진=HSD엔진 제공)

HSD엔진의 주력 제품인 DF엔진.(사진=HSD엔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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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박용 엔진 제작업체 HSD엔진이 지난해 '어닝 쇼크'(시장 예상치보다 저조한 실적)를 냈다. 국내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자 증권사들은 HSD엔진의 호실적을 당연시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영업손익 기준 전년대비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과거 불황기 쌓아둔 저가 수주 물량을 영업손실의 주범으로 꼽았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SD엔진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대비 27.8% 줄어든 5990억 원, 영업손실은 39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증권가는 HSD엔진의 2021년 매출액은 6000억 원, 영업이익은 200억 원 가량으로 예상했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증권사들이 HSD엔진의 호실적을 예상한 이유는 최근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그룹,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의 선박 수주량이 최근 10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HSD엔진은 조선 산업의 핵심 기자재인 선박용 엔진을 제작해 빅3를 포함한 다수의 조선사에 납품한다. 증권업계는 전방산업의 호황으로 HSD엔진의 수주량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과거 저가 수주 물량이 발목을 잡았다. 2023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에너지효율지수 규제를 앞두고 2018~2019년 조선사들은 LNG(액화천연가스)선박 제조를 시작했다. 당시 HSD엔진은 국내외 조선사로부터 LNG선용 DF엔진(Dual Fuel Engine, 이중연료엔진)의 수주를 받았다. 조선업의 불황 시기이다 보니 수주가격은 평소대비 30% 가량 낮았다.

조선사들이 제작하는 LNG선박의 대다수가 2021년 완공됐다. 엔진은 보통 선박이 완공되기 3개월 전에 탑재된다. 따라서 HSD엔진이 2018~2019년간 저가 수주한 DF엔진 제품들의 대부분이 2021년 납품됐다.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대비 크게 줄어든 배경이다.

실제 HSD엔진이 사업보고서에 밝힌 납품가를 살펴보면 2019년 선박용 엔진의 납품가격은 796만 달러에서 2020년 791만 달러로 거의 변동이 없었지만 2021년에는 562만 달러로 급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기간동안 엔진의 원재료인 철판(Steel Plate)의 톤당 가격은 66만8000원→61만8000원→107만7000원으로 크게 뛰었다. 저가 수주 물량을 쳐내는데 많은 비용이 발생한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HSD엔진은 지난해 매출액(5990억 원)보다 매출원가(6091억 원)가 더 큰 '역마진'이 났다. DF엔진을 고객사에 납품할 때마다 손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HSD엔진의 IR담당자와 저가 수주물량이 많이 남았는지, 그리고 원재료 가격 인상을 고객사에 전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다음은 HSD엔진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HSD엔진의 핵심 제품은 디젤엔진과 DF엔진이다. DF엔진의 경우 연료를 디젤과 LNG 모두 사용할 수 있어 가격이 디젤엔진보다 비싼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지난해 HSD엔진의 총 판매량 중 DF엔진의 판매량 비중이 커졌는데 왜 매출액은 줄었는가.
"DF엔진이 디젤엔진보다 비싼 것이 맞다. 일반적으로 1대 당 20%가량 비싸다. 그런데 2018~2019년 사이에 조선업이 불황기였다. 그래서 조선사들도 선주들로부터 낮은 가격에 선박제작을 수주했고, 우리도 조선사들로부터 저가 엔진 수주를 받았다. 현재 DF엔진 수주가가 대당 950만 달러 수준인데 당시에는 550만~560만 달러에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그 때 저가 수주한 엔진들의 납품이 2021년에 몰리면서 총 판매량 중 DF엔진 비중이 커졌고, 매출액은 줄었다."

2018~2019년에 수주한 저가 수주물량은 얼마나 남았는가.
"이제 없다고 보시면 된다. 보통 LNG선박의 제조 기한은 24~36개월이다. 조선업체들이 2018~2019년 사이에 수주한 LNG선은 거의 다 완공됐다. 우리는 완공되기 3개월 전에 엔진을 출하한다. 그래서 그 당시의 저가 수주 엔진들은 지난 1분기까지 대부분 다 쳐냈다."

올해 1분기까지는 저가 수주 물량들이 있었다면 1분기 실적도 적자일지.
"1분기 흑자전환은 힘들다고 본다. 아마 올해까지는 쭉 적자일 것 같다. 왜냐면 조선업 불황기가 지나고 2020년 들어서 갑자기 수주 가격이 확 오른게 아니다. 2020년은 2019년보다 오르고, 2021년에는 더 오르고 하면서 DF엔진가격이 950만 달러까지 맞춰진 것이다. 2020년에 수주한 DF엔진가격은 대당 평균 700만 달러라고 보시면 된다. 저가 수주물량으로 보긴 어렵지만 높은 가격에 수주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원재료인 철판가격이 지난해부터 급등했다. 올해는 작년보다 가격이 더 높다. 현재 철판가격으로 2020년 수주한 엔진을 제작한다면 적자가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니 매입한 철판 가격이 톤당 107만7000원이다. 올해는 더 높다는 말인가.
"맞다. 아직 분기보고서가 나오지 않아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톤당 12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원재료 가격 통제가 어려운지. 원재료 납품업체나 아니면 전방고객사에게 가격 전가가 안되는건가.
"조선사로의 가격전가는 불가능하다. 애초에 우리가 과거에 엔진을 얼마에 수주하는지 계약서까지 다 작성한 상황이다. 지금 수주하는 엔진은 가격을 높일 수 있지만 과거 수주물량들의 가격을 높인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철강업체들하고 철강가격 동결을 협상 중이다. 우리 회사만 개별로 진행하는게 아니라 조선소들, 그러니까 대형 조선소를 포함한 조선업계 전체와 관련업계들이 뭉쳐서 철강업체들과 철강가격 동결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고 보시면 된다. 협상 결과에 따라서 올해 4분기는 흑자로 전환할 가능성도 조금은 있다고 본다."

지난해부터 수주 잔고가 계속 늘면서 수주 잔고가 1조1524억 원까지 쌓였다. 이 중 올해 매출에 반영될만한 수주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또 현재 가동률은.
"대략 반 정도로 보시면 된다. 여기에 엔진 부품 판매금액을 합치면 우리 회사의 연간 매출액이 나온다. 아마 올해 6000억 원 정도는 매출을 올리지 않을까 싶다. 가동률은 높지 않다. 대략 60% 정도로 보시면 된다."

조선업은 슈퍼 사이클이라는데 HSD엔진의 매출과 가동률이 생각보다 높지 않고 것 같다.
"조선업과 조선 기자재업종의 사이클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까도 말씀 드렸지만 선박이 거의 다 완공되고 나서 엔진이 납품된다. 선박제조를 위한 공장이 돌아가는 시기와 엔진제조를 위한 공장이 돌아가는 시기는 대략 18개월~30개월 가량 차이가 있다. 조선업이 현재 슈퍼 사이클이 맞다면 우리 엔진업체들은 2023년 말~2025년 사이에 슈퍼 사이클이 올 것이다."

중국은 조선업 불황시기에 선박용 엔진 제조업체들이 폐업을 했다고 들었다. 중국 쪽의 엔진 수요가 많을 것 같은데.
"맞다. 지금 쌓인 수주 금액 중 30% 정도는 중국물량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중국 비중이 각각 30%, 나머지 현대중공업 쪽에서 10%라고 보시면 된다. 특히 DF엔진의 경우 중국에서 제대로 만들 수 있는 업체가 한정돼 있다보니 국내 엔진업체들을 선호한다."

수주 물량은 DF엔진 수주가 대부분인가.
"그렇다. 아시다시피 IMO 규제가 내년부터 강화되면서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디젤엔진의 경우 탄소배출량이 높아 수주량은 점점 줄어들고 DF엔진 수주량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총 매출에서 DF엔진 비중이 50% 정도였는데 올해는 60~70%에 달할 것이다. DF엔진이 디젤엔진에 비해 가격도 높고 마진도 3~5% 정도 더 남는 상황이라 주력 제품이 바뀌는 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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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일2011/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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