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금속가 상승에 해성디에스 '항복'…가격 전가에 실적 '도약'

해성디에스 사옥 전경(사진=해성디에스 제공)

해성디에스 사옥 전경(사진=해성디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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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후공정 업체 해성디에스의 지난해 실적이 약진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해성디에스도 어쩔 수 없이 가격 전가를 진행했기 때문이다. 비용을 고객사에 떠넘기면서 그간 매년 300억~400억 원 규모에서 정체됐던 해성디에스의 영업이익이 800억 원을 넘겼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해성디에스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대비 42.9% 늘어난 6553억 원, 영업이익은 98.4% 증가한 863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창사 이래 최대치다.

이는 해성디에스가 치솟는 원재료가 부담을 판매가격 인상으로 방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해성디에스의 원가율(매출액 대비 매출원가)은 2019년 85%, 2020년 88.5%에서 2021년 79.3%로 크게 감소했다.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고객사에 떠넘기면서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난 셈이다.

해성디에스는 반도체 기판을 생산하는 업체다. 반도체 기판은 칩과 외부회로와의 접속을 위한 지지대 역할을 하는 재료다.

해성디에스의 주력 제품은 리드 프레임과 패키징 기판(Package Substrate)으로 구분된다. 두 제품의 원재료는 금(Gold)과 은(Sliver), 구리(Copper), 니켈(Nikel), 팔라듐(Palladium) 등 산업용 기초 금속이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광산 채굴이 어려워져 기초 금속의 가격은 큰 폭으로 뛰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3월 공개한 산업용 원재료 가격변동 추이를 보면 금의 연간 평균가격은 키로그램당 2019년 3594만 원에서 2020년 4575만 원, 2021년 4551만 원으로 올랐다. 은 역시 키로그램당 2019년 38만8073원에서 2020년 49만6421원, 2021년 58만9161원으로 매년 가격이 급상승했다. 구리는 2019년 키로그램당 1만 원선에서 2021년 1만3000원, 팔라듐은 리터당 595만 원에서 899만 원까지 뛰었다.

해성디에스는 2020년 기초 금속의 가격이 급등함에도 고객사로 판매가를 전가하지 못했다. 고객사의 수가 많지 않고 한 곳 한 곳이 글로벌 대기업이다 보니 가격 전가력 자체가 약했기 때문이다. 이에 해성디에스의 2020년 영업이익률은 7.5%로 최근 5년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1년 만에 상황이 바뀌었다. 기초 금속 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면서 제한적이나마 가격 전가를 진행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해성디에스는 리드 프레임의 1000피스당 판매가격을 내수용 2019년 2318원에서 2021년 3042원, 수출용은 6172원에서 7788원으로 올렸다. 패키징 기판 역시 내수용이 3만1466원→4만2948원, 수출용은 4만2294원→5만6355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이에 <더넥스트뉴스>는 해성디에스 IR담당자와 판가 인상을 결정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또 판가인상에 대한 고객사들의 반응은 어떤지, 추가적인 가격인상이 있을지 등에 대한 질문도 던졌다. 다음은 해성디에스 IR담당자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리드 프레임과 패키징 기판의 판가 상승이 있었다. 배경은 무엇인가.
"판가에는 굉장히 많은 복합 요인이 작용된다. 일반적으로 크게 판가에 영향을 주는 첫 번째 요소는 소재 가격의 변동성, 두 번째 요소는 수급의 균형이다. 지난해에도 이 두 가지 요소로 판가를 인상했다. 첫 번째 요인의 영향이 더 크긴 했다. 특히 리드 프레임에 쓰이는 금·은과 구리 가격이 2020년 이후로 많이 오르지 않았나. 2020년은 버텨봤는데 지난해에는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판가 인상을 안하면 팔 때마다 역마진이 발생할 정도였다. 그래서 2021년부터는 판매가격을 인상하게 됐다."

그간 해성디에스의 경우 가격 전가력이 낮은 업체로 꼽혔는데 고객사의 반발은 없었는가.
"지난해부터 지속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불균형의 수혜를 봤다. 전기차 생산량이 늘면서 차량용 반도체가 공급 부족 상황이었는데 우리가 생산하는 리드 프레임이 이 차량용 반도체의 핵심 부품이다. 또 패키징 기판 등도 차량용으로 납품하고 있다. 2020년 4분기부터 차량용 반도체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우리가 판가를 인상할 수 있는 적기가 됐다."

원재료 가격 인상분이 판매가에 100% 반영됐는가.
"아니다. 고객사와의 관계라는게 오로지 금전적인 이익만을 추구할 수는 없다. 현재 판매가를 충분히 인상할 수 있는 시기이지만 결국 이익만 추구하다 보면 고객을 나중에 잃어버릴 개연성도 충분해 진다. 반도체라는 산업이 호황과 불황의 연속이라고 보시면 된다. 향후 차량용 반도체 공급 과잉 시기가 올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럴 때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 둔 업체만이 살아남는다."

아직 가격 전가력이 크지 않다고 받아들여도 될까.
"맞다. 우리는 특정 고객이 회사 매출의 10~20%를 점유하는 구조다. 고객사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인피니언, NXP, ST마이크로 등 글로벌 대기업으로 인정받는 업체들이다. 이들과 가격 싸움을 할 정도로 우리 회사는 크지 않다. 따라서 가격 전가를 100%할 경우 매출의 20%가 날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을 제한적으로 올릴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판가 인상 추이가 계속되기는 어려울까.
"그것에 대해서는 답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다른 기사들을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차량용 반도체가 8인치 웨이퍼라 타 산업용 반도체와 비교했을 때 이익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런데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장이 커지면서 차량용 반도체 시장도 커지고 있다. 이제 우리 부품을 받아서 차량용 반도체를 만드는 업체들 입장에서는 시장이 커지니 생산라인을 증대할지, 아니면 이익이 낮으니 지금의 수급상황을 유지시킬지 판단해야 한다. 만약 지금의 수급상황이 중장기적으로 유지된다면 우리의 가격 전가력은 더 커질 수 있다."

600억 원 가량의 설비 투자를 지난해 공시하고, 올해 3월에도 3500억 원을 또 투자한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고객사의 요청이 있었는지.
"우선 고객사의 요청으로 600억 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진행하는게 맞다.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서 리드 프레임 쪽의 조달이 어려워 우리에게 장기 공급계약을 제의했다. 공장이 준공되면 연간 약 1500억 원 규모의 매출액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예정이다. 아마 올해 4분기에 준공될 것 같다. 매출은 내년부터 온전히 반영된다."

3500억 원 규모의 투자의 진행상황은 어떠한가.
"이 건은 확정이 아니다. 보도자료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창원에 부지를 확정해 놓은 상태에서 최대 3500억 원까지 투자가 가능한 것이다. 투자 금액은 바뀔 수 있다."

투자가 확정이 아닌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고객사와의 계약 규모 확정이 안됐기 때문이다. 우선 시설 투자의 경우 고객사가 장기적으로 얼마 어치를 주문하겠다는 내용 없이는 진행이 안된다. 고객사와의 계약 내용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그 때 정확한 시설 투자 금액을 공시할 예정이다."

백청운 더넥스트뉴스 기자 cccwww07@thenex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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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용 리드프레임 및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Substrate) 전문 제조업체
상장일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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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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