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AI 데이터센터와 북미 전력망이 만든 실적 레벨업 증명
수주잔고만 5조 원 시대, 변압기 증설이 여는 성장 가시성 기대
LS일렉트릭이 2025년 4분기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글로벌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의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미국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배전반을 중심으로 고부가 수주가 급증했고, 수주잔고는 5조 원 시대를 향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단기 실적 호조를 넘어 중장기 성장의 가시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시장의 평가도 달라지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S일렉트릭은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 1조5,208억 원, 영업이익 1,302억 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9%, 영업이익은 8.6% 증가했으며, 전 분기 대비로는 각각 25.0%, 29.2% 성장했다.
영업이익률은 8.6%로 일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며 전년 대비 소폭 낮아졌으나, 절대적인 이익 규모와 수익성 수준은 여전히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실적 개선은 뚜렷하다.
2025년 매출은 4조9,620억 원, 영업이익은 4,27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9.0%, 9.6% 증가했다.
글로벌 설비투자 둔화 국면에서도 전력 인프라 중심의 사업 구조가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다.
이번 실적의 핵심은 단연 수주다.
4분기 신규 수주는 1조5,73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전 분기 대비 130% 급증했다.
이에 따라 연말 기준 수주잔고는 3조7,150억 원으로 확대됐고, 2025년 연간 누적 신규 수주는 5조150억 원에 달했다.
특히 초고압 변압기와 GIS, 배전반 등 고수익 전력기기 중심으로 수주가 집중되며, 향후 실적의 질적 개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전력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구조적이다. 4분기 전력 부문 매출은 9,189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으며, 배전반 매출은 전년 대비 38%, 초고압 변압기는 전 분기 대비 36% 성장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LS일렉트릭의 주력 제품군 전반에 걸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의 입지 강화가 두드러진다.
데이터센터는 단순한 전력 소비처가 아니라 초고압 변압기, 배전반, 보호계전기, 전력관리 시스템 등 전력 인프라 전반의 투자를 동반한다.
LS일렉트릭은 국내 데이터센터 송·배전 시장 점유율 약 70%를 확보한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해외 데이터센터 운영사로 고객군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이는 단기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장기 파트너십 기반의 안정적인 매출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수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능력 증설도 본격화되고 있다.
회사는 부산 공장 증설과 LS파워솔루션 인수를 통해 초고압 변압기 CAPA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2026~2029년 물량에 대한 수주 가시성이 상당 부분 확보된 상황에서 선제적인 증설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실적 레버리지 효과를 크게 키울 수 있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단순한 설비 투자가 아니라 ‘확정 수주 기반의 성장 투자’라는 점에서 시장의 신뢰도 역시 높아지고 있다.
증권가의 시각도 긍정적이다.
하나증권은 “LS일렉트릭은 일회성 비용에도 불구하고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으며, 북미 전력 인프라와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중장기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초고압 변압기 수주 증가와 CAPA 증설이 맞물리면서 2026년 이후 실적 가시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증권사 역시 “전력사업 비중 확대는 마진 안정성과 실적 예측 가능성을 동시에 높이는 요인”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자동화 부문은 아직 회복 국면에 머물러 있다.
글로벌 설비투자 둔화와 중국 법인의 일회성 비용 반영으로 4분기 수익성이 일시적으로 저하됐다.
다만 미국과 동남아 법인의 수익성 개선 흐름은 유지되고 있으며, 회사는 2026년에도 수익성 중심의 선별적 수주 전략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전력사업의 비중이 확대되는 구조 속에서 자동화 부문의 변동성이 전사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와의 비교에서도 LS일렉트릭의 포지션은 차별화된다.
HD현대일렉트릭이 초고압 변압기 중심의 대형 프로젝트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면, LS일렉트릭은 배전반부터 초고압 변압기, 전력관리 시스템까지 전력 인프라 전 영역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효성중공업 역시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데이터센터와 연계된 배전·시스템 분야에서는 LS일렉트릭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데이터센터와 ESS, 전력관리 솔루션을 연계한 ‘토탈 전력 솔루션’ 역량은 LS일렉트릭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물론 리스크도 존재한다.
미국 전력시장 정책 변화나 프로젝트 지연 가능성, 원자재 가격 변동에 따른 수익성 압박은 상존하는 위험 요인이다.
초고압 변압기와 같은 대형 프로젝트 특성상 납기 관리와 원가 통제가 실적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자동화 부문의 회복 지연과 중국 사업 관련 불확실성 역시 단기적인 부담 요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S일렉트릭은 AI 데이터센터와 북미 전력 인프라라는 구조적 성장 산업의 중심에 자리 잡으며, 전력 인프라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2025년 4분기 실적은 단기 호황의 결과가 아니라, 수주 기반 성장과 사업 구조 재편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한 전환점으로 해석된다.
[IR일문일답]
빅테크 고객의 현재 상황과 향후 확장 국면이 있다면
“자사의 기존 빅테크 고객은(A사, X사) 등으로 물량 유지를 하고 있으며 현재 고객 확장에 나서고 있다. 고객은 배전반으로 컨택하고 배전기기·변압기로 확대하는 방식이다. 물론 반대 케이스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빅테크 신규 고객도 올해 확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리커링 매출 비중 확대 방안이 있다면
“배전기기·배전반 중심으로 고정 물량 계약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납기력, AS,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고객사 요청에 따른 고정 계약 협의 중이며 배전 부문은 경쟁 심화로 리스크가 존재하나, 가동률·생산성 개선으로 이익률 개선 여지가 남아 있다”
미국 배전반 CAPA 투자 계획이 있다면
“유타 MCM 중심으로 배전반 CAPA가 확정된 상태다. 투자규모는 1.4억 달러(약 2,000억 원)이며 2027년 중 완공해 2028년 가동을 시작할 방침이다. 2028년 연 CAPA 약 4,000억 원, 2029년 약 7,000억 원을 목표로 빅테크 전용 배전반 라인 일부 셋팅도 예정돼 있다”
국내(청주) 고압 배전기기 CAPA 증설은 어떻게 되나
“청주공장은 지난해 10월 확정돼 올해 5월 완공 예정이다. 고압 배전기기의 CAPA가 2배 이상 확대된다. 1차 증설 기준 매출 증분은 약 1,000억 원이며 필요 시 청주 추가 증설 또는 미국 증설도 검토 중이다. 신규 설비 셋팅 기간은 6개월~1년 이내로 가능하다”
배전 R&D 상황은 어떤가
“빅테크 고객 중심으로 배전 설계·제품 모듈화를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사 수준까지는 1~2년 소요가 예상된다”
지난해 이익구조 개선 효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연결 기준 마진이 낮은 점을 인식하고 적자·저수익 자회사 및 사업부 유동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올해부터 가시적 성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원자재 리스크도 여전하다
“원자재(은) 가격이 상승하며 배전기기 마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판가 인상으로 보전 중이며 원가 상승 지속 시 하반기 추가 판가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시장 전력인프라 매출 증가도 지속 가능한가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5년이 실적 저점이며 신규 수주 확대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본다. 국내 투자 검토 중인 빅테크 프로젝트도 잠재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수주 가이던스(4조 원)가 보수적인 이유는
“회사 커뮤니케이션 상 보수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는 추가 상향 가능성도 존재하고 올해 수주잔고 중 매출 반영이 배전반은 대부분 반영되고 초고압변압기는 2027~29년 반영될 것으로 본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