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 자동화와 북극항로, 정책·수주·배당이 맞물린 구조...오너 복귀 이후 재평가 요인도
국내 항만 산업이 ‘대형화·자동화’라는 구조적 전환기에 접어들면서 항만 크레인 무인화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서호전기는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는 기업이다.
항만 크레인 무인화 시스템을 주력으로 하며 해외 비중이 높았던 매출 구조가 최근 국내로 되돌아오고 있고, 동시에 고배당·분기배당 도입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면서 연말 투자자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더불어 정부의 제4차 항만기본계획과 북극항로 이슈, 그리고 창업주의 경영 복귀까지 더해지며 단순한 테마주를 넘어 구조적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함께 논할 수 있는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항만 자동화와 북극항로, 정책·수주·배당이 맞물린 구조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서호전기의 핵심 사업은 항만 크레인 무인화 시스템이다.
컨테이너 크레인, 야드 크레인 등 항만 하역 장비의 자동화·고속화는 시간당 처리 물량과 가동률을 극대화해야 하는 항만 운영 특성상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특히 항만 사용자는 안정성과 검증을 중시하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해, 장비 제작사보다 시스템 공급자가 지정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한번 레퍼런스를 확보한 기업이 장기간 수혜를 누릴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
이 같은 산업 특성 위에 정책 환경이 더해지고 있다.
정부는 10년 주기로 항만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하는 항만기본계획을 통해 선박 대형화, 물동량 증가, 글로벌 스마트 항만 확산에 대응한 투자 확대를 예고했다.
제4차 항만기본계획에 따르면 부산항, 진해항, 여수광양항, 인천항 등 주요 항만은 용량 확대와 자동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 신정부 기조로 해양 강국 전략과 북극항로 선점 경쟁이 맞물리면서, 항만 인프라 고도화는 단기 정책을 넘어 중장기 국가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서호전기는 이미 부산신항 프로젝트를 통해 무인 자동화 시스템 구축 경험을 확보했고, 광양항 테스트베드 사업 등 후속 프로젝트에서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수주잔고를 보면 과거 해외 중심이던 계약 구조가 국내 비중 확대로 전환되는 흐름이 관측된다.
수주 산업 특성상 실적 변동성은 존재하지만, 정책과 연동된 국내 항만 자동화 프로젝트는 이제 시작 단계라는 점에서 피크아웃 우려는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가 나온다.
LS증권은 서호전기가 대규모 수주잔고를 기반으로 2025년 이후 매출과 이익의 가시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고배당 정책과 이익성향, 주주환원 강화의 배경
서호전기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핵심 키워드는 ‘배당’이다.
이 회사는 과거 5년 평균 배당성향이 약 60% 중후반에 이르는 전형적인 고배당 기업이다.
주당배당금(DPS)은 2021년 1000원에서 2024년 2500원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됐다.
특히 2024년 기준 배당수익률은 12% 수준으로 코스닥 시장 내에서도 손꼽히는 고배당 종목으로 분류됐다.
2025년 들어서는 주주환원 기조가 한층 더 강화됐다.
반기배당으로 주당 2000원을 공시했고, 이어서 기존에 없던 분기배당 도입까지 발표했다.
분기배당 금액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분기당 1000원, 연말 결산배당 2000원을 가정할 경우 현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다시 한 번 두 자릿수를 넘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일회성 배당 확대라기보다, 수주잔고 증가에 따른 향후 매출·이익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재무 구조 역시 이러한 배당 정책을 뒷받침한다.
서호전기는 높은 매출총이익률(GPM 약 40%)과 영업이익률(OPM 약 20%)을 유지하며, ROE와 ROIC 모두 30% 수준(2024년 일시적 예외)을 기록해 왔다.
설비 투자(CAPEX)는 장기간 누적 기준으로도 당기순이익 대비 10% 내외에 그쳐, 현금 창출력이 주주환원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즉 수주잔고 확대 국면에서 이익 성장이 이어질 경우, 배당 여력은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오너 복귀 이후의 전략 변화 주목
시장에서는 서호전기의 최근 행보를 두고 ‘전략적 전환점’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창업주 이상호 회장(1946년생)은 2024년 11월 각자대표이사로 10년 만에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이 시점 전후로 자사주 매입(약 40억 원), 고배당 정책 강화, 분기배당 도입 등이 연달아 이어졌다. 자녀 승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고령 오너의 복귀와 주주환원 확대는 시장에서 흔히 ‘EXIT 시그널’로 해석되는 조합이기도 하다.
물론 이를 단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창업주의 복귀가 국내 항만 자동화 프로젝트 수주를 직접 챙기기 위한 전략적 선택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만, 만약 향후 전략적 M&A 가능성이 구체화될 경우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내외에서 항만 자동화 기술은 물류·인프라 기업들에게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 될 수 있는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배당 정책과 자사주 매입은 주가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동시에, 잠재적 재평가의 토대를 마련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다만 서호전기가 안고 있는 리스크도 분명하다.
우선 수주잔고가 단기간에 약 5배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주가 역시 2배 이상 상승했다.
트레일링 기준 PER이 15~16배 수준까지 높아진 상황에서, 신규 수주가 이어지지 않을 경우 피크아웃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다.
수주 산업 특성상 가시성이 높은 기간 이후에는 실적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또 다른 리스크는 인력과 가동률 문제다.
서호전기는 2021년 이후 가동률 100%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직원 수는 과거 100명 이상에서 현재 70명대 중반으로 줄어든 상태다.
1인당 매출과 평균 급여가 높다는 점은 경쟁력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추가 수주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향후 대형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될 경우 인력 확충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종합하면 서호전기는 항만 자동화라는 구조적 성장 산업, 정부 정책과 맞물린 국내 수주 확대, 그리고 고배당·분기배당으로 대표되는 강한 주주환원 정책을 동시에 보유한 기업이다.
단기적으로는 수주 사이클과 밸류에이션 부담이라는 리스크가 존재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북극항로와 스마트 항만이라는 국가 전략 속에서 재평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