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상속세 개정 논의가 만든 저PBR 지주사의 재평가 국면 수혜
자사주 30%·배당 확대…내부 리빌딩 성과에도 투자 리스크 존재
롯데지주가 상법 개정과 상속·배당 세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오너 지분율이 높고 저평가된 지주사들이 구조적 수혜 대상으로 거론되며 낮은 PBR, 높은 자사주 비중, 그룹 전반의 리빌딩 진행이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맞물리며 롯데가 정책 변화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다만 롯데지주는 지주사 할인에도 단기 실적 부담과 업황 불확실성도 여전해 투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
◆상법·상속세 개정 논의, 저PBR 지주사의 재평가 신호
17일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지난 2017년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쇼핑의 분할합병으로 설립된 지주회사다.
2018년 공정위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통지를 받고 2025년 기준 롯데쇼핑, 롯데케미칼 등 총 19개 국내 자회사를 보유하며, 배당수익, 상표권 사용수익, 소유건물 임대수익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고 있다.
주요 자회사는 백화점업, 석유화학 기초화학물질 제조업, 빙과·제빵·건강기능식품 제조업, 음료·주류 제조·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롯데지주는 올해 3분기 누적 전년동기 대비 연결기준 매출액은 1.7% 감소, 영업이익은 16.5% 감소, 당기순손실은 4.2%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유통 부문은 온라인 쇼핑 증가 및 소비 위축으로 오프라인 매장 경쟁력이 약화되었으며, 식품 부문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경기 둔화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
또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한 석유화학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 확대로 경쟁 심화되었으나, 비용 절감과 사업 구조 효율화로 수익성 방어에 주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과 정부를 중심으로 논의 중인 상속세 완화와 배당 과세 개편이 진행되며 롯데지주가 재평가되고 있다.
이번 정책변화는 지주회사 가치 산정 방식 자체를 흔들 수 있는 변수로 평가된다.
특히 상속세 일괄공제 및 배우자 공제 확대, 가업 승계 부담 완화는 오너 일가 지분 비중이 높은 기업일수록 체감 효과가 크다.
기존에는 상속·증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세 부담이 지주사 주가에 구조적 디스카운트로 반영돼 왔다면, 제도 변화는 그 전제를 약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셈이다.
롯데지주는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있다.
현재 시장에서 평가받는 PBR은 0.4배 안팎으로, 자산 가치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지주사 구조상 자회사 가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한 결과지만, 상속·지배구조 리스크 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할인율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고배당 지주사의 세후 수익률 매력은 한층 부각될 수 있다.
외국인 수급 흐름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외국인 자금은 대형주와 고배당 종목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정책 가시성이 높아질수록 지주사에 대한 관심도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롯데지주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책과 수급이 동시에 작동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사례로 평가된다.
◆자사주·배당이 만드는 밸류업의 실질 조건
롯데지주의 밸류업 스토리에서 가장 직접적인 레버리지는 자사주와 배당 정책이다.
회사는 전체 발행주식의 약 30%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평소에는 유통 주식 수 감소로 인한 유동성 부담 요인으로 지적돼 왔지만, 정책 환경 변화 국면에서는 강력한 주주가치 제고 수단으로 전환될 수 있다.
자사주 소각이나 단계적 활용 방안이 가시화될 경우, 주당 가치 상승 효과는 즉각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클 수 있는 이유다.
배당 측면에서도 여지는 충분하다.
IBK투자증권은 롯데지주가 배당수익과 상표권 수익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현금 창출 구조를 유지하고 있으며, 중기적으로 배당 성향 확대 여력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향후 배당 성향이 35% 이상으로 상향될 경우, 분리과세 논의와 맞물려 개인·외국인 투자자 모두에게 세후 매력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지주사 본연의 역할인 자회사 관리·지원 구조 역시 점차 안정화되고 있다.
특히 상표권 수익, 경영지원 수익 등 비영업적 수익원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단기 실적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지주사 차원의 현금 흐름은 일정 수준 방어되고 있다는 평가다.
◆내부 리빌딩의 성과에도 리스크는 살펴야
롯데지주의 중장기 성장성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는 그룹 차원의 내부 리빌딩이다.
롯데그룹은 최근 몇 년간 비핵심 자산 매각과 사업 구조 재편을 통해 재무 체질 개선에 집중해 왔다.
IBK투자증권은 롯데렌탈 매각과 대규모 인사 개편, 사업 총괄제(HQ) 폐지 등을 그룹 리빌딩의 상징적인 사례로 지목하며, 의사결정 속도와 효율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단기적으로는 유통과 식품 부문이 실적 방어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백화점 업황 회복과 식품 계열사의 해외 사업 확장은 내수 중심의 안정적인 성장 경로를 제공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화학, 바이오, 편의점, 외식 등 그동안 부진했던 사업부의 정상화 여부가 관건이다.
대산 NCC 구조조정과 바이오 송도 캠퍼스 가동률 상승, 세븐일레븐과 GRS의 구조조정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지주사 실적과 배당 여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투자 리스크도 분명하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화학 부문의 적자 축소 속도는 늦어질 수 있고, 이는 지주사 배당 여력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롯데건설을 둘러싼 우려 역시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다만 IBK투자증권은 충분한 현금성 자산과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유동성 확보를 근거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정책 변수 역시 불확실성으로 남아있다.
상법·상속세 개정이 논의 단계에 머물거나 시행 시점이 지연될 경우, 현재 주가에 반영된 기대는 조정받을 수 있다.
결국 롯데지주 투자는 단기 실적보다 정책 가시성과 리빌딩 성과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현실화되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될 전망이다.
이처럼 롯데지주는 정책 환경 변화, 자사주·배당이라는 밸류업 수단, 그리고 그룹 리빌딩이라는 구조적 변화를 동시에 안고 있는 지주사다.
시장은 이제 단순한 지주사 디스카운트를 넘어, 이 변화들이 실제 가치로 연결될 수 있을지를 주시하고 있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