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분석] HJ중공업, 방산·MRO 삼각축으로 비상 준비…‘수주잔고 확대’ 성장 궤도 탔다

미 해군 MRO와 방산 특수선 수주 확대…“중형 조선사의 반전 드라마”
조선·방산 중심 체질 개선…수주잔고 확대 실적 반등으로 투자매력 ↑
선반영된 주가와 건설부문 수익성 부담, 공시 및 실적 불확실성은 변수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사진=HJ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 전경(사진=HJ중공업)

이미지 확대보기
조용했던 영도 조선소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HJ중공업이 글로벌 지정학 변화와 미국해군 MRO(정비·유지·보수) 사업 참여 기대를 등에 업고 구조적 성장의 문턱에 서 있다는 평가다.

2024년 이후 방산·특수선 중심의 조선 사업이 빠르게 확대되면서, 과거 건설 중심의 사업 구조도 전환점에 들어섰다.

업계에서는 HJ중공업이 조선·MRO·방산을 중심으로 한 ‘삼각축 성장 모델’을 구축 중이라며, 중형 조선사라는 틀을 넘어선 전략적 재배치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회사는 최근 1년간 주가가 10배 이상 상승하며 코스피 시장에서 가장 강한 상승 탄력을 기록했다.

그 배경에는 수주 확대와 신규 시장 진입 가능성이 자리잡는다.

특히 미국 해군 유지보수 사업 참여를 위한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 체결 추진이 본격화되면서, HJ중공업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정점을 향하고 있다.

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등 미국의 조선·방산 산업 재편 움직임과 맞물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크다.

(왼쪽부터) HJ중공업의 독보적 기술력이 만든 고속상륙정(LSF-II)과 신형 고속정 이미지. (사진=HJ중공업)

(왼쪽부터) HJ중공업의 독보적 기술력이 만든 고속상륙정(LSF-II)과 신형 고속정 이미지. (사진=HJ중공업)

이미지 확대보기

◆조선·방산 중심으로 체질 개선…수주잔고, 실적 반등의 출발점


HJ중공업의 사업 구조 변화는 숫자로 확인된다.

2024년 기준 회사 전체 매출은 조선부문 3,158억 원(38.5%), 건설부문 2,478억 원(60.4%), 기타 41억 원으로 구성됐으며, 과거 건설 편중에서 탈피해 조선 매출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조선 부문에는 고속함·군수지원함·LNG벙커링선(18,000cbm급) 등 방산·특수선 중심 제품군이 포함되며, 고부가가치 영역에서의 경쟁력이 뚜렷하다.

건설부문은 국내 토목·철도·항만·도로 공사와 해외 필리핀 공항 및 민관합작 PPP 사업 참여 등으로 구성된다.

필리핀 공항 개발 참여 경험은 향후 해외 인프라 수주 경쟁력으로 연결될 수 있는 강점이다.

수주 내역 역시 증가세를 보인다.

2024년 전체 수주 실적은 4조 원 수준이며, 조선부문 단독으로는 1조 7500억 원을 기록했다.

건설부문은 2조 2400억 원의 수주고를 확보했다.

업계에서는 GTX-B 노선 공공건설 참여와 해양도시개발 프로젝트 수주를 포함해 2025년 신규 수주 기대 규모를 5조 원대까지 전망하고 있다.

HJ중공업 재무상태표. (자료=네이버 증권 갈무리)

HJ중공업 재무상태표. (자료=네이버 증권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

해외 수주 확대도 눈에 띈다.

2019년 산업은행 인수 이후 체질개선이 본격화되었고, 2024년 현재 기준 회사는 신조선·방산선 중심의 기술력을 기반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했다.

실제로 HJ중공업은 국내 MRO 및 해양 환경 건조선 역량을 기반으로 미국·필리핀 등 해외 조선·정비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HJ중공업은 기술 경쟁력보다 사업 포지션 변화가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며 “MSRA 체결 시 MRO 사업은 장기간 안정적 매출 창출이 가능한 구조로, 수익성 개선 효과는 건설 중심 시기의 변수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평가했다.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왼쪽 네 번째)과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HJ중공업 영도조선소 방문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J중공업)

닐 코프로스키 주한미해군사령관(왼쪽 네 번째)과 유상철 HJ중공업 대표이사(왼쪽 다섯 번째) 등 관계자들이 HJ중공업 영도조선소 방문을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HJ중공업)

이미지 확대보기

◆투자 매력과 리스크 공존…높아진 눈높이 통과해야 진짜 도약


업계에서는 HJ중공업의 가장 큰 투자 포인트로 글로벌 방산 정비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꼽는다.

전 세계 지정학 갈등 확대로 군함·해군 장비의 유지·보수 시장은 지속 성장하고 있으며, MRO는 신조선 대비 4~5배 이상 높은 수익성이 가능한 분야로 평가된다.

미국 해군은 항모·구축함·연안전투함(LCS) 등 수리 물량의 상당 부분을 해외 조선소에 맡길 수밖에 없는 구조로, 한국 조선업체의 MRO 진입은 시기적으로도 유리한 상황이다.

여기에 HJ중공업은 고속함·상륙지원함 제조 경험과 방산 공정 기술을 갖고 있어 경쟁력 확보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2025년 이후 LNG 벙커링선과 차세대 친환경 선박에 대한 글로벌 발주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HJ중공업은 특수선 및 소형선박 시장에서 독자 기술 기반을 갖추고 있어 신조·정비·개조 통합 사업 모델 구축이 가능하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구조 변화가 향후 수익성 확대와 안정적인 현금 흐름 확보로 연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위험 요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리스크는 이미 과열된 밸류에이션이다. 최근 주가 급등으로 인해 기업가치 부담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으며, 기대감이 실적 개선으로 실현되지 않을 경우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건설 부문 실적 변동성도 여전히 잠재 리스크다. 2025년 1분기 실적은 매출 12% 감소, 영업이익 54% 감소를 기록해 건설 중심 사업 구조의 취약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또한 MRO 사업은 아직 ‘논의·추진’ 단계인 경우가 많아 실제 계약 체결 및 매출 인식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투자업계 한 애널리스트는 “HJ중공업이 MSRA 협약 체결과 미국 조선 협력 프로젝트 수주를 실적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가 주가의 다음 단계 관전 포인트”라며 “조선 40%, 건설 60%의 기존 매출 구조를 조선 중심으로 재편할 수 있는지가 장기 경쟁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HJ중공업 사업보고서 및 네이버 증권 갈무리

자료= HJ중공업 사업보고서 및 네이버 증권 갈무리

이미지 확대보기

◆기대와 리스크의 교차점, ‘성과’가 증명할 시기


HJ중공업은 과거 한진중공업 시절의 부채 부담과 경영 불확실성을 털어내고, 방산·특수선·MRO 중심의 조선 사업 확장을 통해 ‘성장 기업’으로 평가받기 시작했다.

수주잔고 확대로 실적 반등의 기초 체력이 갖춰졌고, 글로벌 지정학 환경 속 방산·정비 수요 증가는 HJ중공업에게 구조적 성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

그러나 기대가 선반영된 주가와 건설부문 수익성 부담, 공시 및 실적 불확실성은 여전히 투자 판단 시 고려해야 할 변수로 남아 있다.

지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단순한 기대가 아니다.

MSRA 체결, 실질 수주, 실적 반등 이 세 가지가 확인된다면 HJ중공업은 중형 조선사의 반전이 아닌, 대한민국 방산 조선 산업의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단 하나다. 증명된 성장이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제공된 정보에 의한 투자결과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저작권자 © 더인베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하세요.

실시간 IR취재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