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상 실패로 주가 급락...하한가에도 반전 有
안정성 입증에서 출발한 ‘전략적 전환점’ 가능성 주목
투자시 유효성 확보 실패와 유상증자 늪은 챙겨야
젬백스앤카엘이(이하 젬벡스)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GV1001의 글로벌 2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젬백스는 1차 유효성 지표는 미충족이었지만, 우수한 안전성과 삶의 질(QoL) 개선 효과를 입증하며 ‘실패 이후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다.
또 주목할 점은 결과 발표 직후 삼성제약이 곧바로 글로벌 임상 참여 의사를 공식화했다는 점이다.
삼성제약은 현재 GV1001의 국내 독점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등도~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국내 3상 임상을 준비 중이다.
젬백스가 추진 중인 글로벌 3상에 한국이 포함될 경우, 삼성제약이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며 GV1001 상업화의 공동 실행 축으로 나서게 된다.
다만 2상 결과 발표 후 시장은 젬백스의 ‘안전성 확보’보다는 ‘유효성 부족’에 주목하며 주가가 곤두박질치며 전거래일 하한가를 기록했다.
11일 컴퍼니가이드에 따르면 젬백스는 1998년 반도체·디스플레이 Coating Resin과 필터 제조·판매업체로 설립되어 2005년 코스닥 상장했다.
환경오염제어사업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 필터 제조와 대기오염 방지설비를, 바이오사업으로 텔로머라제 유래 펩타이드 GV1001로 알츠하이머병 등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업계 최초 Chemical Filter 국산화로 환경사업 진출하며, GV1001 기반 차세대 펩타이드 약물 개발을 진행 중이다.
◆ 2상 ‘유효성 부족’보다 ‘안전성 확보’를 봐야
젬백스는 최근 경증~중등도 알츠하이머병 환자 약 200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2상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1차 평가지표인 ADAS-cog11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하지 못했으나, 2차 지표인 삶의 질 설문(QoL-AD)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개선이 관찰됐다. 특히 심각한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은 점이 주목된다.
이는 GV1001의 작용기전 특성과 맞닿아 있다.
GV1001은 아밀로이드 제거 기반 항체치료제와 달리, 염증 억제·항산화·미토콘드리아 보호 작용을 중심으로 하는 다중기전 펩타이드 신약이다.
따라서 단기 인지개선보다는 신경세포의 장기적 보호 효과, 즉 질병 진행을 늦추는 작용이 더 두드러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글로벌 2상에 참여한 일부 임상전문가들은 “ADAS-cog11은 단기적 인지 변화를 측정하는 지표로, GV1001의 다중기전형 효과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삶의 질 개선이나 전반적 기능 유지가 의미 있게 개선된 점이 오히려 GV1001의 본질적 효능을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평가를 감안하면, 이번 결과는 단순히 ‘1차 지표 미충족’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안정성과 기전 기반 가능성을 확인한 탐색적 단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젬백스 역시 “국내 2상과 글로벌 2상의 결과를 종합해, 글로벌 3상 설계에 반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 글로벌 3상 추진은...문제없다
삼성제약은 젬백스의 발표 직후 공식 입장을 내고 “GV1001의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확보했다”며 글로벌 3상 추진 시 국내 파트너로 적극 참여할 계획을 밝혔다.
물론 삼성제약이 젬백스와 같은 그룹사에 포함돼 있지만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 속 공동 수행자(co-developer)로 전환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이유도 없다.
양사가 글로벌 3상을 진행하면 먼저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 크다.
단독으로 국내 3상 임상을 수행할 경우, 환자 모집과 데이터 관리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글로벌 다국가 임상(MNCT)에 편입될 경우, 전체 모집 환자의 일부만을 국내에서 담당하면서도 글로벌 데이터에 직접 접근할 수 있어 비용은 낮추고 임상 신뢰도는 높일 수 있다.
실제로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켐비(Leqembi)’ 3상에서는 전체 1795명 중 한국 환자가 129명(약 7%)만 등록됐지만, 국내 허가 시 글로벌 데이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허가 심사 절차 단축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국 환자 데이터가 글로벌 3상에 포함되면, 식약처 품목허가 신청 시 미국 FDA나 유럽 EMA 데이터와 동일한 패키지를 제출할 수 있다.
이는 허가 심사 기간 단축 및 상업화 시점 조기화로 직결된다.
마지막으로 임상 인프라 내재화 효과도 주효하다.
삼성제약은 이번 다국가 임상 참여를 통해 글로벌 수준의 임상 운영·데이터 관리 경험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향후 다른 신약 파이프라인에도 활용 가능한 장기적 역량 축적 자산으로 평가된다.
결국 젬백스와 삼성제약의 공동 추진 구조는, ‘기술 개발사와 상업화 파트너 간 역할 분리형 동반 성장 모델’의 첫 성공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과거 글로벌 제약사들이 보여온 Biogen–Eisai, Lilly–Janssen식 협력모델의 국내 버전으로 볼 수 있다.
◆ 안정성 기반 병용전략, 다중적응증 확장까지 ‘열린 카드’
GV1001은 단독요법뿐 아니라 기존 치료제와 병용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차세대 알츠하이머 치료 시장의 전략적 자산으로 주목받는다.
현재 상용화된 항체치료제들은 아밀로이드 제거 효과는 입증했으나, 부작용(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y, ARIA)과 비용 부담이 크다.
그러나 GV1001은 안전성이 입증된 만큼 이러한 약물과의 병용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젬백스는 이를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3상에서 병용투여군 설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한 GV1001은 알츠하이머 외에도 파킨슨병, 루게릭병, 전립선암, 당뇨성 신경병증 등 다양한 신경·대사 질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이다.
이 펩타이드의 범용적 작용기전(항염·항산화·세포보호)은 단일 후보물질로 여러 질환군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 신약’ 구조가 가능하다.
젬백스와 삼성제약의 협업이 성공적으로 확장될 경우, 단일 치료제 상업화에 그치지 않고 신경질환 치료 생태계 구축으로 발전할 여지도 크다.
◆ ‘실패 이후의 전환점’… 기술력과 상업화 역량의 결합
이번 젬백스의 글로벌 2상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본질적으로는 GV1001의 안전성과 작용기전의 현실성을 입증한 과정으로 평가된다.
삼성제약의 신속한 참여 선언은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 제약사가 단일 후보물질을 중심으로 글로벌 임상 네트워크에 직접 편입되는 구조는 흔치 않다.
그만큼 이번 협력은 기술 개발 중심의 젬백스와 임상 실행 중심의 삼성제약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전략적 결합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젬백스는 기술 위험을 분산시키며 글로벌 신약개발사의 지위를 확립할 수 있고, 삼성제약은 임상 수행 경험과 상업화 인프라를 바탕으로 차세대 바이오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
◆유효성 확보 실패와 유증 리스크는 챙겨야
다만 젬백스는 알츠하이머병 2상에서 주요 유효성 지표(인지기능 개선 등)를 충족하지 못했다.
이는 ‘임상개발 실패’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요소가 될 수 있다. 발표이후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실제 임상개발 리스크는 바이오 기업에게 가장 큰 리스크 중 하나다. 실패 시 주가 급락 및 개발 중단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데 젬백스는 현재까지 수익모델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고, 실적이 마이너스인 기업이기 때문에 추가 자금조달, 희석 가능성, 임상비용 증가 등의 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만 중장기 관점(3~5년 이상)에서 임상 성공 가능성에 베팅할 수 있다면 매수할 여지도 있다.
단기적 관점이나 보수적 투자자라면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글로벌 3상 진입 및 디자인(환자군, 엔드포인트 등) 확정 공시가 나온다면 긍정적 평가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리스크로 꼽히는 자금조달 계획(유상증자 등)이 명확히 제시되거나 임상 하위군 데이터 또는 병용요법 가능성 등 긍정적 추가 데이터가 나올 경우라면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투자시 젬백스는 높은 리스크 + 높은 리턴 가능성이 공존하는 종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현종 더인베스트 기자 shlee4308@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