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저평가 지주사…올 들어 '수직상승'
상법 개정 가능성에 주목…"지주사 재평가"
"비상장 자회사 IPO 앞둔 곳 피해라" 조언도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함께 '상법 개정'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내 주식시장에서 지주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자본시장 선진화 정책이 시행될 경우 저평가된 지주사의 가치가 온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기대다. 다만 증권업계에서는 향후 기업공개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는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사에 투자는 피하라고 조언했다. ◆ 만년 저평가 지주사…올 들어 '수직상승'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재계 주요 지주사의 주가 상승률은 코스피 지수 상승률을 크게 웃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인 ㈜한화 주가는 올해 초보다 243% 뛰었다. 제조업과 금융을 넘나드는 포트폴리오를 지닌 LS그룹의 지주사 ㈜LS는 같은 기간 주가가 96% 올랐다.
다른 지주사들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코오롱 그룹 맏형 ㈜코오롱은 208%로 재계 주요 지주사 주가 상승률 2위에 꼽혔고, 한진칼과 HD현대는 각각 75%, 5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나마 수익률이 낮은 곳도 주가 상승률이 어마어마하다. SK그룹 지주사 SK㈜의 상승률은 51%, 롯데지주는 34%로 나타났다. 올해 코스피 수익률인 29%를 훌쩍 앞지른다.
주가 상승이 가파른 지주사들은 "기업가치가 이제서야 제대로 평가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가 상승 시점을 살펴보면 '상법 개정' 법안 발의와 동행한다. 지난해 11월 이정문 의원 등 18인이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지주사들의 주가 상승이 시작됐다.
이후 제423회 국회 임시회의에서 제1차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주가 상승에 가속도가 붙었고, 지난 6월 3일 대선 결과 더불어민주당이 대권을 잡게 되면서 주가는 '급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그간 자본시장 정상화와 한국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서는 "상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해 왔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4월 1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주도 하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주사의 주가 상승세가 꺾였다"며 "다만 대선 결과 확정 후 상법 개정 절차가 이전보다 더 신속하고 강력하게 재추진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지주사들의 수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상법 개정 가능성에 주목…"지주사 재평가"
국내 자본시장에서 지주회사는 언제나 '저평가' 종목으로 꼽혔다. 가장 큰 이유는 '중복 상장' 논란 때문이다.
선진화된 자본시장을 갖춘 미국은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주회사의 산하에 있는 자회사들은 비상장사로 유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반대로 국내에서는 지주사들이 핵심 자회사를 적극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이에 따라 그룹의 핵심 사업을 맡고 이익을 내는 자회사로 투자자들이 몰리며, 실질적인 사업 능력 없는 지주사는 소외받게 됐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급이 지주사보다는 그룹 핵심사업을 맡은 자회사로 집중되면서, 지주사의 시가총액이 자회사보다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실제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 주요 그룹의 지주사 시가총액은 평균 순자산가치보다 50~60% 할인된 상황이었다"고 짚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상법 개정을 통해 지주사의 주주 보호를 위한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룹이 핵심 자회사를 상장시키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그룹의 주력 사업을 맡고 있는 기업을 물적분할 한 뒤, 자회사화시켜 상장하는 것을 대표적인 주주가치 훼손 사례로 지적했다.
분할상장이 막힐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주사가 핵심 사업을 내재화하거나 매각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엄 연구원은 "특정 지주회사가 비상장 자회사의 재무적 투자자(FI)와 상장을 약속했거나, 과거 자회사 상장을 추진했다가 철회 또는 중단한 이력이 있거나, 실적 부진 장기화 또는 대규모 투자 등으로 인해 자금 조달이 시급한 상황에 처해 있다면, 그 지주회사는 비상장 자회사를 상장시키거나 매각할 유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 "비상장 자회사 IPO 앞둔 곳 피해라" 조언도
다만 지주사에 투자하기 앞서 국내 재계 그룹이 보유한 비상장 자회사들의 향후 거취를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주사를 투자하기 앞서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곳일 수록 지주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가 꼽은 위험종목은 SK㈜이다.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SK그룹은 SK에코플랜트의 프리IPO(기업공개) 투자 유치 과정에서 4000억 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와 6000억 원 어치의 전환우선주를 발행했다. FI에게는 2026년 7월까지 상장하겠다는 계약 옵션을 달았다.
만약 SK그룹이 내년 7월까지 SK에코플랜트의 상장을 진행하지 못할 경우 SK는 FI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의무가 생긴다. 따라서 상법 개정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아 지주사 주가에 악재가 될 수 있다.
SK에코플랜트 뿐만 아니라 SK온의 기업공개가 예정돼 있는 것도 부담이다. 다만 SK온은 당초 2026년 상장 계획이었으나 2028년으로 상장 목표 시점을 조정한 만큼, 당장 큰 악재로 다가오진 않는다.
에코프로 그룹 역시 상법 개정안 수혜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의 IPO 추진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는 현재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후 1~2년 안에 상장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에코프로이노베이션과 에코프로씨엔지는 지난 2023년 7월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 원을 조달했는데, 당시 유상증자에 참여한 사모펀드와 계약에 따라 일정 기간 안에 상장을 진행해야 한다"며 "업계에 알려지기론 2027년 상반기 상장 예정인데, 이에 따라 에코프로의 핵심 자회사 분할 상장 이슈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권준호 더인베스트 기자 jhkwon@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