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인하 흐름…은행 이익성장률 둔화 전망
연기금 매도세…은행주 주가 향방은 주주환원이 결정
신한지주 '최선호주'…주주환원율 높이고 자사주매입 공백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대로 내리면서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심화될 전망입니다. 순이자마진 하락과 함께 은행의 이익 성장률도 둔화될 전망인데요. 업계에서는 향후 은행주들의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향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준금리 인하 흐름…은행 이익성장률 둔화 전망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올해 2월 25일에도 0.25%포인트 낮췄습니다. 지난해 9월까지만해도 3.5% 수준이던 기준금리는 2.75%까지 낮아졌습니다.
기준금리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결정하는 정책금리를 말합니다. 한국은행과 금융기관 간에 환매조건부채권매매(RP)와 대기성 여수신 등의 자금거래를 할 때 기준으로 적용됩니다. 기준금리를 변경할 경우 장단기 시장금리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요. 기준금리가 내리면 일정한 시차를 두고 장단기 시장금리도 하락하는 식입니다.
결국 금통위에서 결정한 기준금리의 인하 조치는 은행의 순이자마진 하락을 야기합니다. 순이자마진은 은행이 운용자금 한 단위당 받을 수 있는 이자의 순수익을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이자수익자산의 운용수익에서 이자비용부채 조달비용을 차감해 구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수익성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볼 수 있죠.
순이자마진은 지난해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은행들의 순이자마진은 1.57%로 전년대비 0.08%포인트 줄었습니다. 기준금리가 인상됐던 2022~2023년 사이 순이자마진은 1.62%에서 1.65%로 상승했지만, 금리인하 시기에 들어서자 하락세로 돌아섰습니다.
순이자마진의 하락이 본격화되자 은행주의 이익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미래에셋증권은 "기준금리가 높아질수록 고금리 대출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기준금리가 낮아질수록 저금리 대출에 대한 수요는 증가한다"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순이자마진 하락세가 심화되고, 순이자마진 하락은 이익 성장률의 둔화를 야기한다"고 짚었습니다.
문제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한동안 유지될 것이란 점입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13일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공개했는데, 연내 기준금리 추가 인하를 시사했습니다. 경기 하방 압력이 강해졌다는 것인데요. 한국은행은 현 경제 상황을 "경기선행지수가 하락하고 있으며,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도 경제성장률 둔화에 불을 지피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중심주의를 주장하며 강력한 관세정책을 앞세우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경기 침체가 심화될 전망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내수 침체에 미국 관세에 따른 수출 부진까지 나타날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금리인하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국내 은행들에게는 이미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순이자마진을 방어하기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연기금 매도세…은행주 주가 향방은 주주환원이 결정
그간 은행주들의 주가는 이익 성장률과 강한 동행성을 보였습니다. 국내 은행들의 이익 성장률이 20%에 달했던 지난 2015~2017년 사이 시중은행들의 주가는 40% 가량 올랐고, 코로나19 팬데믹 발발 이후 35%에 달하는 이익성장률을 기록했던 2021~2022년에는 주가가 44% 넘게 뛰었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예상하는 올해 국내 은행의 합산 이익 성장률은 5.2%입니다. 이익의 성장이 둔화되면서 최근 은행주들의 주가 역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기업은행 ▲카카오뱅크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제주은행 등을 포트폴리오로 담은 KRX은행 지수는 지난 한 달새 3.4% 하락한 849.04를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4대 금융지주를 따로 놓고 봐도 KB금융은 1.8%, 신한금융 5.7%, 하나금융 1.2%, 우리금융은 5.9% 주가가 하락했고, 지방금융지주인 BNK와 JB금융 역시 7%가량 주가가 빠졌습니다. DGB금융은 9% 이상 급락했습니다.
특히 3월들어 국내 증시의 큰 손인 연기금의 매도세가 거셉니다. 연기금의 이달 순매도 현황을 살펴보면, 하나금융지주 523억 원, KB금융 404억 원, 우리금융지주 303억 원, BNK금융지주 269억 원, JB금융지주 251억 원에 달합니다. 연기금의 순매도 상위 20개 종목 중 5개 종목이 은행주로 나타났습니다.
업계에서는 은행주들의 주가 향방을 가를 요소로 주주환원 정책을 꼽았습니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하락을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율이 높아야 하며 ▲자사주 매입의 공백기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 신한지주 '최선호주'…주주환원율 높이고 자사주매입 공백기↓
국내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밸류업 방안을 내놨습니다. 자본비율이 주주환원 여력을 결정짓는 만큼, 알짜 자본인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통해 주주환원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보통주자본은 위기 발생시 즉각적으로 손실 흡수가 가능한 보통주와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 기타포괄손익누계약 등으로 구성됩니다. 손실흡수력이 높은 만큼 은행의 알짜 자본으로 평가받죠. CET1비율은 보통주자본을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산출합니다. 위험가중자산은 자산에 거래상대방별 위험가중치를 곱한 금액으로, 자산별 리스크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이 은행들에 권고하는 CET1비율 수치는 8%입니다. 각 은행들은 여기에 자체적으로 버퍼를 두고 13%를 목표로 잡고 있습니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은 연말 13% 이상의 초과자본에 대해 주주환원에 투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여기에 연중 13.5%를 넘는 초과자본은 모두 주주환원에 소진한다고 밝혔습니다. 신한금융은 CET1비율을 13% 수준으로 유지하고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하나금융은 CET1비율이 13~13.5% 수준에서는 13%가 넘는 초과자본을 주주환원에 투입하고, 13.5% 이상일 경우 주주환원 외에 투자를 집행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CET1비율이 가장 낮은 우리금융는 4단계의 주주환원 계획을 밝혔는데요. 11.5% 미만인 경우 총주주환원율 30%에서 13%를 초과하는 경우 총주주환원율을 5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입니다.
이 중 업계에서 가장 눈여겨보는 종목은 신한지주입니다. 우선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주환원율이 높다는 점이 긍정적인데요. 2025년 기준 신한지주의 자사주 매입 주주환원율 전망치는 21%입니다. KB금융(21.7%)을 제외하면 하나금융(13.1%)과 우리금융(5.1%)에 비해 현저히 높습니다.
또한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 규모도 타행에 비해 높습니다. 신한지주의 시총 대비 자사주 매입 비율은 4.6%로 KB금융(3.8%), 하나금융(2.9%), 우리(1.3%)를 압도합니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이익 하락 사이클에서 주가를 지지하는 요소는 자사주 매입 정책"이라며 "신한지주가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사주 매입 정책의 공백기가 가장 짧다는 점도 매력 포인트로 꼽힙니다. 지난해 자사주 매입 정책을 보면, 신한지주는 4월과 9월, 10월 세 달간의 공백기가 발생했습니다. 반면 KB금융은 네 달, 하나금융지주는 다섯 달간의 공백기를 가졌습니다.
올해 역시 신한지주의 자사주 매입 정책 공백기가 가장 짧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KB금융은 현재 진행 중인 자사주 매입 정책의 종료 시점이 5월 5일까지입니다. KB금융의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 정책 발표 시기는 빨라야 2분기 실적 발표 후라고 예상되는 만큼, 4~5개월 간의 자사주 매입 공백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업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자사주 매입 여력이 부족하고, 하나금융은 가시적인 자사주 매입 일정을 공유하지 않는다"며 "반면 신한지주는 지난해 발생한 자사주 매입 정책의 공백기를 최소화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상반기 자사주 매입 기간은 2분기 실적발표 전까지로 연장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