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환원 바로비터 'CET1비율'…13% 기준점 제시
시장 기대치 하회한 주주환원…위험가중자산↑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악재 상존…자사주 정책 공백 우려
KB금융의 주가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시장의 기대치에 미달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인데요. 비우호적인 거시 환경 속 자본비율 방어에 실패한 탓입니다. 시장에서는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한동안 자사주 매입 정책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주주환원 바로비터 'CET1비율'…13% 기준점 제시
보통주자본(CET1)은 총자본 중 가장 안정적으로 평가받는 납입자본과 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됩니다. 금융사가 손실을 입었을 때 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꼽힙니다. 쉽게 말해 은행의 알짜 자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ET1비율은 CET1을 금융사의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눠 계산합니다. 위험가중자산에서 위험이란 은행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리스크를 뜻하는데, 대출과 미수금, 유가증권 등의 각각의 위험성이 다릅니다. 따라서 각 자산의 위험성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평가해 합산한 것이 위험가중자산입니다. CET1를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이 높을 수록 금융사는 재무상태가 안정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일반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이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하는 최소 CET1비율은 8%입니다. 국내 금융당국은 금융사에게 이보다 높은 12%를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주요 금융지주사들은 13%를 목표로 자본비율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CET1비율은 회사 재무의 안정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주주환원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사용됩니다. 국내 4대 금융지주들이 CET1비율이 일정 수치를 초과하는 경우, 자본을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KB금융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지난해 7월 연말 기준 CET1비율이 13%을 초과할 경우 해당 자본을 모두 다음해 상반기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밸류업 정책을 내놨습니다. 또 상반기 말 기준 13.5%가 넘는 초과자본은 해당 연도 하반기 주주환원에 투입하겠다고 했습니다.
◆ 시장 기대치 하회한 주주환원…위험가중자산↑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 5일 실적발표회를 통해 2025년 배당총액 1조2400억 원과 올 상반기 중 52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총 주주환원 규모가 1조7600억 원인데요. 이는 대체로 시장의 기대치를 하회한다는 평가입니다. 증권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1조 원이 넘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실적발표 다음날인 지난 6일 KB금융의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6.7% 급락했습니다.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컸고, 향후 자사주 매입·소각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중됐기 때문입니다.
KB금융의 주주환원 정책이 컨센서스를 하회하게 된 배경은 CET1비율의 하락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B금융의 CET1비율은 지난해 4분기말 기준 13.51%를 기록했습니다. 전분기 대비 0.33%포인트(p) 하락한 수치입니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해 4분기 환율 변동이 무척 컸다. 이에 따라 CET1비율이 환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며 "환율 10원당 CET1비율이 2bp(1bp=0.01%포인트)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KB금융의 설명처럼 CET1비율이 하락한 원인은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 거시 환경이 좋지 않았던 점도 있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위험가중자산의 관리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라는 평가입니다.
실제 KB금융은 지난해 4분기 중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추가 충당금 1260억 원을 장부에 반영했습니다. 또한 기업대출 부문에서 매각전 실질 연체 순증액이 5300억 원까지 늘어났고, 카드 역시 해외법인 부문에서 신용손실충당금이 820억 원 가량 증가하며 건전성이 악화됐습니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가중위험자산 관리 노력은 앞서 실적을 발표한 경쟁사보다 미흡했다"며 "구조적으로 주주환원 예측 가시성이 낮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사주 매입 규모 추정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 추가 충당금 적립 등 악재 상존…자사주 정책 공백 우려
KB금융 역시 상반기 CET1비율이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나상록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올해 상반기 CET1비율은 13.51%에서 조금 더 높은 수준까지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났던 PF 관련 충당금이 올해에도 증가할 수 있다는 입장도 내놨는데요. 염홍선 KB금융 리스크관리담당(CRO)은 "올해 기존 적립한 충당금의 환입 요인도 있지만, 충당금 적립은 올해까지 준비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부동산 PF와 해외 부동산 관련 악재가 상존하는 만큼, 보수적인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더 쌓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하반기 주주환원 정책의 규모와 시기가 불투명해졌습니다. KB금융 역시 '유연한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했습니다. CET1비율이 성장할 수 있을 지 확답을 주지 못한 것이죠.
나 CFO는 "자사주 매입·소각은 상반기와 하반기에 두 번 진행하한다. 시행 시기는 유연하게 추세를 보면서 결정할 계획"이라며 "CET1 비율에 따라서 변동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의 여력이 줄어들면서, 향후 주주환원 정책의 공백이 발생할 것이란 예상도 나옵니다. 올 상반기 말 시점에서 주주환원 여력인 초과자본(CET1비율 13.5% 이상)이 제한적일 수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증권가가 예상하는 KB금융의 상반기 말 기준 CET1비율은 13.5~13.6% 수준입니다.
정준섭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자본비율 방어에 실패하면서 시장 기대치를 미달하는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발표했다"며 "이는 단순히 단기간의 수급 악화를 넘어, 향후 주주환원 여력 금액 자체를 감소시켰다는 점에서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더욱이 이번에 발표한 자사주 매입 예상기간은 오는 5월 5일까지"라며 "이후 상당 기간동안 자사주 매입에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