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에 기회 잡았다…변압기 수출↑
'ROE 1위' 올해도 고성장 이어진다…수주 가이던스는
빅테크 문의도↑…올해부터 증설 효과 기대
HD현대일렉트릭의 고성장이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기업중 자기자본이익률(ROE) 1위를 기록했고, 주가도 4배 가량 상승하며 고성장에 화답했습니다. 올해도 HD현대일렉트릭의 성장세는 지속될 전망인데요. 특히 주요 공장의 증설이 완료되면서 수주 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러·우 전쟁에 기회 잡았다…변압기 수출↑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017년 4월 현대중공업에서 분할 설립된 업체입니다. '발전→송전→배전→소비(부하)'에 이르는 전력공급 과정에서 필요한 다양한 전기전자기기 및 에너지솔루션을 생산·공급하고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제품군은 크게 ▲전력기기 ▲배전기기 ▲회전기기로 구분할 수 있는데요. 지난해 3분기까지 총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58.2%, 23.8%, 18%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주력 사업이 전력기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기기로는 발전과 송전 단계(통상 50kV 이상 고압)에서 사용하는 전력변압기와 고압차단기 등이 있는데요. 전력변압기, 고압차단기 등 고압 제품은 사고 위험 때문에 제품의 신뢰성이 매우 중시됩니다. 따라서 고객사들은 공급업체 선정 시 트랙레코드(Track-record)를 매우 중요하게 보게 됩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시장의 후발주자입니다. 과거에는 지멘스에너지(Siemens Energy), GE버노바(GE Vernova), 히타치에너지(Hitachi Energy) 등 선진업체에 밀려 시장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었는데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성장 스토리가 시작됐습니다.
러·우 전쟁으로 러시아 천연가스 수출 통제가 시작되면서 국제 에너지 시장은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습니다. 이렇게 에너지 안보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각 국가는 원전과 신재생 등 전력 인프라 투자를 확대했는데요.
미국의 경우 바이든 정권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강력한 친환경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위한 대규모 전력기기 교체 수요가 발생했는데요.
이에 따라 북미 지역은 HD현대일렉트릭의 주력 시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실제 HD현대일렉트릭의 북미 연간 수주액은 2020년 2억 달러에서 2021년 4억 달러, 2022년 10억 달러, 2023년 18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지난해는 약 23억 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 북미 수주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로 보고 있다"며 "이중 최소 60%가 신재생의 수요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미국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올리는 시장은 중동입니다. 중동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엑스포' 등 대형 국제행사를 유치하면서 대규모 인프라·친환경에너지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중동 지역의 '비전2030'에 따라 전력망 확충과 신재생 에너지 발전단지 운영에 필요한 전력기기 발주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럽 역시 에너지 자립 및 탈탄소화 정책으로 인한 전력기기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데요. 다만 유럽 지역은 선진사들과 중국, 인도 등 후발업체들의 공격적인 가격 및 납기 제시로 시장 경쟁이 심화된 상황입니다.
◆ 'ROE 1위' 올해도 고성장 이어진다…수주 가이던스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의 최근 4개 분기(2023년 4분기~2024년 3분기) ROE는 44%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50개 업체 중 1위인데요.
ROE는 자본을 순이익으로 나눈 값으로, 한정된 자본을 바탕으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거뒀는지 판단하는 지표입니다. 일반적으로 ROE가 지속적으로 높은 기업은 성장성이 확보된 기업으로 평가됩니다.
다만 HD현대일렉트릭은 과거 성장성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지 못했는데요. 2017년 현대중공업에서 분사 후 영업적자 흐름이 꾸준히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2020년 727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2021년 코로나19 여파로 97억 원으로 감소하며 주가는 2만 원을 넘지 못했습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주 물량이 확대됐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발점이 됐습니다.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수주가 확대되며, HD현대일렉트릭의 연간 수주 총액은 2020년 2조7989억 원→2021년 3조24억 원→2022년 5조6314억 원→2023년 8조803억 원→2024년 3분기 누적 9조6873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에 따라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 역시 같은 기간 727억 원→97억 원→1330억 원→3152억 원→5027억 원으로 7배 증가했고, 주가는 1만6400원에서 38만2000원으로 23베 상승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도 고성장을 이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인데요. 회사 관계자는 "향후 3년간 연평균 10%대의 매출 성장율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며 "2027년까지 4조5800억 원의 매출을 달성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제시한 매출 성장세는 합리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지난 2023년 연간 8조 원을 넘는 수주를 확보했고, 지난해에는 수주 총액이 10조 원을 넘겼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납기 일정만 따져봐도 현재 확보한 수주로만 2027년까지의 일감이 확보됐는데요.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2030년까지의 일감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2025년 연간 매출액 가이던스는 3조9000억 원, 수주 가이던스는 38억20000만 달러"라며 "올해 전력기기 수요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난해 38억 달러보다 수주가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에서 지난해 일부 수주가 올해로 미뤄진 건들이 있는데, 계약시점을 협의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연간 예산을 짜는게 먼저이며, 미뤄진 건들의 계약이 올해 연초에 많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빅테크 문의도↑…올해부터 증설 효과 기대
다만 HD현대일렉트릭은 더 먼 곳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2030년을 넘어 장기간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방침인데요. 회사가 지속 성장을 위해 꺼내든 카드는 '증설'입니다.
HD현대일렉트릭이 증설을 결정한 배경에는 북미 지역의 전력기기 교체 수요와 함께 부상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입니다. 북미를 중심으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기기 발주가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한결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 태양광·풍력 등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투자는 지속 증가할 것"이라며 "AI 데이터센터 증설에 전력 수요 급증으로 당분간 변압기 수요 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기기 수요가 폭증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이 주력으로 생산하는 초고압변압기 시장에서 리드타임(lead time, 수주가 매출로 이어지는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이에 따라 HD현대일렉트릭은 일찌감치 생산능력(CAPA)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이미 국내 울산공장(변압기 철심공장)과 미국 앨라배마공장(변압기 보관장)의 증설이 완료됐고. 현재는 청주공장(중저압차단기) 증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주 공장의 경우 오는 10월 증설을 완료할 예정입니다.
회사는 현재 추가 증설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업체들이 빠른 전력기기 공급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빅테크 업체에서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 다만 빅테크 업체들은 제품의 납기를 빠르게 원해서 우리의 생산능력과 잘 맞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로선 빅테크 업체의 계약이나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짚었습니다.
다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정책에 따라 증설 여부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공약으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는데요. 이 경우 미국 앨라배마공장이 받게 될 세액 공제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IRA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골자로 하는 만큼, 폐지 시 관련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인 취임 이후 신재생 정책에 대한 움직임을 살펴보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판도가 어떻게 바뀔지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공급을 늘리기 위한 증설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HD현대일렉트릭의 증설 여부는 올해 하반기쯤 결정될 전망입니다. 이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미국 행정부에서 우리에게 요구한 장기 설비지출(CapEx) 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 장기 계획과 관련해 미리 고객사들과 소통하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다음은 HD현대일렉트릭 IR 담당자와의 질의응답.
Q. 미국 수주에서 신재생 비중은.
A. 현재 최소 60% 이상이 신재생 수요로 판단하고 있다.
Q. 미국 빅테크 업체 수주 요구는 있는지.
A. 현재 빅테크 업체에서 많은 문의가 오고 있다. 다만 빅테크 업체들은 제품의 납기를 빠르게 원해서 우리의 생산능력과 잘 맞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로선 빅테크 업체의 계약이나 매출이 발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다만 현재 보유한 수주잔고 및 최근 수주 건들의 퀄리티가 좋기 때문에 다른 계약을 밀어내면서까지 빅테크의 수주를 받지는 않을 것이다.
Q. 최근 수주들이 이연됐다는데. 향후 중장기적 수주 계획은.
A. 일부 수주가 내년으로 미뤄진 건들이 있는데 계약시점을 협의 중이다. 고객사들이 연간 예산을 짜는게 먼저이며 2025년도 연초에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고객사들 설비투자에 나서고 있다. 올해 하반기 정도에 우리에게 협의가 들어올 것으로 예상한다. 올해 하반기에 미국 행정부가 요구한 20년 장기 설비투자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다, 장기계획 관련해서 미리 고객사들과 소통할 것이고, 장기 계획을 통해 설비투자의 중장기 예측성 높아지고 안정적인 비즈니스 운영 가능해질 것이다.
Q. 올해 수주목표치는.
A. 현재 수주잔고가 많아 설비나 납기 문제가 있어 올해 신규수주를 많이 늘리지는 못한다. 그래도 수요 상황을 감안할 때 지난해보다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Q. 수주의 단가 추이는.
A. 미국은 동일 제품에 대한 단가 상승은 제한된다. 다만 제품의 대형화로 평균판매단가(ASP) 상승 효과가 있다. 신재생 프로젝트 확대에 따른 원거리 송전이 늘어나고, 장납기 발주에 따른 제품 대형화가 진행되며 ASP가 상승하고 있다.
백청운 더인베스트 기자 cccwww07@theinvest.co.kr









